12년 만의 귀환 '여고괴담'.. 다소 아쉬운 무기 두 가지
[김준모 기자]
▲ <모교> 스틸컷 |
ⓒ kth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포영화 시리즈 '여고괴담'은 스쿨호러란 그릇에 학생들이 느끼는 사회적 문제를 담아내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되면서 초반 장점이 흐릿해졌고 2009년 <여고괴담5>를 끝으로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12년 만에 부활한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 모교>는 시리즈의 귀환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여고괴담' 시리즈가 지닌 미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한다.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이 겪는 문제들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야기느 은희(김서형 분)가 모교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교사 은희는 모교인 광주 여고에 새 교감으로 부임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등학교 시절 기억이 없는 그녀는 그곳에서 알 수 없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린다. 은희를 환청에 시달리게 만드는 공간은 현재는 창고가 되어 학생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오래된 화장실이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데다, 학생이 자살을 한 곳이기도 한 이 화장실은 알 수 없는 노래 소리가 들리는 등 오싹하고 괴기스런 공간이다. 은희는 이곳에서 문제아 하영(김현수 분)을 처음 만나게 된다. 과거 모범생이었다가 친구의 자살을 계기로 문제아가 된 그는 담임 연묵(장원형 분)과 극심한 갈등을 겪는다. 이에 은희는 하영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신이 은희 옆을 맴돌며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다.
▲ <모교> 스틸컷 |
ⓒ kth |
이미영 감독은 시리즈의 시작인 1편을 연상케 만드는 구슬픈 이야기에 복합플롯을 얹어 주제의식을 강화했다. 현재 하영이 겪는 문제가 과거 은희가 겪었던 아픔과 연결된다는 점은 학교란 공간에서 학생이 겪는 아픔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며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을 해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묵직한 반면, 공포의 질감은 다소 가볍다. 귀신이 중심이 된 심령공포는 과거 J호러의 전성기 시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공포체험의 다양화가 이뤄지면서 그 힘을 잃었다. 현대의 관객은 귀신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영화는 은희를 따라다니는 여고생 귀신을 공포의 메인으로 내세우지만, 이 귀신이 효과적으로 공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귀신의 등장만으로 깜짝 놀라는 시대가 지났음에도 영화는 야밤의 학교가 지니는 공간의 힘과 귀신의 등장이란 원초적인 두 무기만을 가지고 싸우려 한다. 그 때문에 공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기교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1990~2000년대 J호러식 연출에 머무르다 보니 관객은 놀랄 만한 타이밍을 사전에 직감하게 된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분위기를 잡는데 익숙하지 않고, 분위기를 잡아도 쾌감을 선사할 만큼 무서운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점프컷의 남발에 있다. 은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은희가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부분을 점프컷으로 처리했다. 이런 장면이 많다 보니 전반적인 분위기가 붕 뜨는 느낌이다. 점프컷에서 생략된 장면들을 후반부에 연결하며 쾌감을 주려고 하지만, 이 장면을 관객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 충격이나 반전이 되질 못한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화려한 부활을 알릴 것으로 예상됐던 이 작품은 시리즈의 원래 색깔을 되찾으려 노력했음을 보여준다. 허나 그 노력과 별개로 공포란 질감을 표현하는 기교가 아쉽다. 또 맥거핀 역할을 했던 경비원 배광모와 소연을 비롯한 학생 캐릭터들 역시 본연의 개성이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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