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더 트리(The Tree, 2010)' .. 나무(木)의 의의

최문갑 2021. 6. 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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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나무는 훌륭한 견인주의자(堅忍主義者)요, 고독(孤獨)의 철인(哲人)이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현인(賢人)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는 영문학자 이양하(1904~1963)의 수필 ‘나무’의 한 대목이다. 미국 작가 셸 실버스타인(1930~1999)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도, 나무는 ‘착한 심성(心性)’을 지닌 인격체로 표현된다.

영화 <더 트리(The Tree, 2010)>에서도 죽은 아버지의 영혼이 나무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 딸을 통해, 남편이자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만 살펴보면 이렇다. 엄청난 폭풍우에 집이 파손되었지만, 나무가 뿌리 채 뽑히며 집을 막아 주었기 때문에 가족은 무사하게 된다. 그곳에서 살 수 없게 된 가족들은 나무에서 나온 흙과 지렁이를 담아 15년 동안 살았던 정든 집을 떠나게 된다. 비록 집을 떠나지만 가족들이 아버지를 떠나보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속에 소중하게 간직하게 된다. 집은 없어지더라도 가족은 사라질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통하여 ‘나무(木)’의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한자로 나무를 나타내는 글자는 목(木)과 수(樹)이다. 목(木)은 나무가 땅을 덮는 모양이나 나무가 땅에서 올라오는 모습을 본뜬 것이다. 나무가 땅을 덮으려면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하므로 땅에 뿌리내린 부분이 중요하여 근본(根本)이라 불린다. 그래서 나무를 세는 단위로 본(本)이 사용된다(강판권, '나무열전', 경기 : 문학동네, 2007, pp.17~18. 참조). 그리고 수(樹)는 나무나 곡식을 세워 심는 데서 유래한다. 순수한 한글로서의 나무(木)는 살아 있거나 혹은 베어서 땔감으로 만든 것을 모두 칭하지만, 일반적으로 살아 있는 나무는 수목(樹木, trees)이라고 하며, 숲을 이루고 있을 때에는 임목(林木, forest trees)이라고도 한다.(이경준, '수목생리학', 서울 :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3, p.1.)

이 나무는 인간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이를 이용해 ‘위치’나 ‘방향’을 표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末(끝 말), 本(밑 본), 朱(붉을 주) 등은 木에다 위, 아래, 가운데 부위를 표시하는 부호를 붙여 만든 글자들이다. 또 東(동녘 동)은 해가 나무에 걸린 모습에서 해 뜨는 쪽을, 杲(밝을 고)는 해가 나무 위에 위치한 모습에서 한낮의 밝음을, 杳(어두울 묘)는 해가 나무 아래로 떨어진 어둑해진 때를 말한다.(하영삼, “(漢字 뿌리 읽기) <185> 木(나무 목)”, 동아일보, 2005. 4. 8. B11면)


그리고 나무는 다양한 용도와 모양으로 주거에 필요한 건축물이나 생활에 필요한 각종 기물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첫째, 건축물(建築物)로, 다리(橋․교), 들보(梁․량), 다락(樓․루), 난간(欄․란), 기둥(柱․주), 용마루(棟․동), 서까래(椽․연), 울․울타리(樊․번), 학교(校․교) 등이다. 둘째, 목재로 만든 기물로, 저울(權․권), 걸상(椅․의), 책상(案․안), 평상(床․상), 악기(樂․악), 틀(機․기), 형 틀(械․계), 책상(机․궤), 잔(杯․배), 베개(枕․침), 장롱(欌․장), 술통(樽․준) 등 다양하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보도자료(2020. 4. 1.)에 의하면,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2018년 기준 221조인데, 국민 1인당 연간 428만원의 공익적 혜택을 받는 셈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1,893조원의 11.7%에 해당한다. 그리고 숲의 기능으로, 온실가스흡수ㆍ저장기능이 75.6조원(34.2%), 산림경관제공 기능 28.4조원(12.8%), 토사유출 방지 기능 23.5조원(10.6%), 산림휴양 기능이 18.4조원(8.3%), 수원함양 기능 18.3조원(8.3%), 산림정수 기능 13.6조원(6.1%), 산소 생산 기능 13.1조원(5.9%)의 순으로 평가되었다.

이와 같이 나무는 인류 생활의 중요한 자원이다. 그리고 정보의 축적(종이)에 사용된 나무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문명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아마존의 열대림을 비롯한 원시림들은 지구의 허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경제, 문화, 환경을 아우르는 복합자원인 숲은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 왔다. 또한 숲과 나무는 휴식과 평안의 장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질병을 치유하는 역할과 심리적 안정을 주는 녹색의 안식처로서의 역할을 한다.(羅鍾綠, “나무에 나타난 초월적 세계 연구”, 전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석사 학위 논문, 2003. pp.12~13.) 따라서, 숲과 나무는 우리가 소중하게 가꾸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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