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野 공격 포문 연 송영길..우상호엔 "마음 찢어져"

심새롬 2021. 6. 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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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법 위반이 의심되는 12명 의원들에 대해 즉각 탈당 권유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지금까지 보여준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여당 내 부동산투기 의혹을 일단락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칼이 이번엔 야당을 향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을 받은 소속 의원 12명 전원에게 탈당을 권유한 지 하루만이다.

송 대표는 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도 권익위에 요청해 부동산 전수조사를 받으라”고 공개 압박했다. 국민의힘이 권익위 대신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일축했다. ‘내로남불’ 프레임을 벗고 야당 책임론으로 국면을 뒤집겠다는 노림수를 드러낸 것이다.


반성→공격 전환…당내 후폭풍은 계속
하지만 당사자 반발은 이틀째 계속됐다. 12명 중 전날 탈당 권유를 거부한 우상호·오영훈·김한정·김회재 의원은 이날도 입장 변화가 없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김회재 의원은 최고위 직전 당대표실을 찾아 “(권익위 조사가) 명백히 잘못됐다. 송 대표에게 탈당 권유 철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권익위에 즉각적인 수사 의뢰 철회와 정중한 사과를 촉구한다”며 “합당한 조치가 없을 시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명의신탁 의혹을 부인하며 국민권익위원회의 즉각적인 수사의뢰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9일 서울 여의도 소통관에서 하고 있다. 김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를 찾아 명의신탁 의혹에 적극 해명하며 탈당 권유 철회를 요구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가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조사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윤미향 의원 남편 김삼석(수원시민신문 대표)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소탐대실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에 경고한다”는 글을 올렸다. “6월 9일 이후부터 나와 윤미향에 대해 ‘부동산 투기 의혹’ 운운하면, 끝까지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명예훼손 형사고소는 물론, 각 신문사마다 억대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면서다.

사기 피해·사업 실패 등 사정으로 노모가 거주할 주택을 불가피하게 자신의 명의로 샀다고 주장한 김씨는 해명 과정에서 “이것이 부동산 실명제 위반이라고 하나 보다. 달게 받겠다”며 명의신탁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표현을 썼다. “윤미향의 배우자의 부동산 실명제 위반이 이 정도 문제라면 오세훈의 내곡동 투기 의혹과 박형준의 엘시티 2채 구입 의혹 사건은 사형감”이라고도 했다.


‘달래기’ 본격화…이재명도 측면 지원
예상보다 거센 반발에 이날 송 대표는 당사자들 달래기에 집중했다. 특히 연세대 81학번 동기이자 12명 중 최다선인 우상호 의원에 대해서는 착잡한 심정을 따로 밝혔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34주기 이한열 추모식에 참석해 “한열이 하면 생각나는 게 우상호”라며 “나의 동지이자 친구인데 나 때문에 이곳 현장에 오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우 의원은 모친 기일을 이유로 행사에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열린 제34주기 이한열 추모식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대상에 올라 탈당 조치를 당한 우상호 의원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탈당을 권고한 의원 12명에 대해서도 송 대표는 “문제나 혐의가 있어서 징계를 결정한 게 아니다. 의혹을 해명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수사기관에 이첩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또 “해당 의원들이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가서 확실히 해명하고 깨끗하게 무혐의 처분을 받고 돌아와 줄 것을 부탁드렸다. 당규상 당 요청으로 탈당 후 복당하는 경우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가 당사자 배려에 집중하는 사이, 당 지도부에서는 탈당 거부 의원에 대한 후속 조치 가능성도 거론됐다.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에 본인들이 탈당을 않겠다고 하면 아마 이제 당에서 징계위원회 이런 게 열릴 것”이라며 “이미 지도부 입장이 나간 상태에서 아마 제명 쪽으로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사실상 최후통첩 예고편”이란 해석도 나왔다.

대선 후보들도 송 대표에 힘을 보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탈당 권유를 한 송영길 대표님과 당 지도부의 고뇌 어린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 아픈 과정이 진실을 밝히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날 TV에 출연해 “탈당 권유는 국민께 도리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지법 놓고 고심…친문 강경파 강행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당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왼쪽부터 송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전혜숙 최고위원. 뉴스1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송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농지법 위반은 탈당 권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어떻겠냐”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송 대표와 윤관석 사무총장을 비롯한 일부가 ‘투기 목적 매입이 아니라면,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징계를 내리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주장을 폈다”고 전했다. 12명 중 농지법 위반 혐의를 받은 사람은 5명으로, 이 가운데 우상호·오영훈 의원 2명이 이틀째 탈당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강병원·김용민·김영배 최고위원 등 친문 강경파를 중심으로 “탈당 조치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예외를 적용받지 못한 의원들이 더 곤란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나왔다고 한다. 송 대표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12명 명단을 모르는 상태로 진행된 ‘블라인드 토론’이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은 추후 무죄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농지법은 벌금형을 받을 확률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권익위에 정의당,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소속 의원의 부동산거래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주장대로 권익위가 아닌 감사원에 소속 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의뢰했지만, 감사원이 “(국회의원 감사는) 직무 범위 밖의 일”이란 공식 입장을 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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