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여기 온 줄 안다" 여중사 옮긴 부대서 2차가해 의혹
서욱, 사망 나흘 지나서야 보고받아
회유·은폐 의혹 공군간부 소환 조사
공군본부 군사경찰단도 압수수색
성추행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가 사망 직전 새로 전입한 부대에 사건 발생 이후 청원휴가 기간을 포함한 두 달 보름여 간의 행적을 보고했고, 이 내용이 부대에 퍼지면서 전입 직후 동료로부터 “난 네가 왜 여기 온 줄 안다”는 2차 피해를 받았다는 의혹이 8일 제기됐다.
최근 공군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이 중사는 지난달 17일 제15비행단 전입을 앞두고 지휘선이 아닌 부대 관계자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청원휴가(3월 4일~5월 2일) 및 자가격리 기간(5월 3~16일) 동선 등을 보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이 중사는 병원 방문 내역 등을 상세히 보고했다고 한다.
이 중사는 이튿날인 18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오후에 잠깐 전입 부대를 들러 사무실에 갔다. 정식으로 전입신고(지난달 20일)도 하기 전이었다.
‘여군 사망’ 서욱 장관 수사 여부에, 국방부 “성역 없다”
그런데 이날 이 중사는 동료로부터 “난 네가 왜 여기 온 줄 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유족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다.
이 의원은 “유족들 말로는 이 중사는 옮겨간 부대에서는 추가 피해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동료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 심리적인 충격이 컸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예상치 못한 2차 피해 때문에 심리적 압박이 심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2차 피해는 ‘성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부정적인 처우’를 뜻한다.
성추행 사건에 대한 군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와 변호사 교체 등으로 조사가 미뤄지면서 피해자가 받은 심리적 압박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군 검찰의 피해 조사가 사건 발생 후 석 달, 검찰 송치 후 두 달 만에 뒤늦게 이뤄졌다”며 “당초 예정됐던 지난달 21일에 검찰 조사를 받았더라면 그날 밤 극단적인 선택도 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안타까움이 든다”고 말했다. 공군은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답변이 제한된다”고만 밝혔다.
한편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부대 관계자들을 뒤늦게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날 소환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준위와 상사는 지난 3월 이 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신고하자 회유·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함께 조사를 받은 하사는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차량의 운전자로, 그는 당초 군사경찰 조사에서 피해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차량 블랙박스엔 성추행 당시의 정황이 녹음됐다.
군 검찰은 이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지만 조사 과정에서 형사 입건한 뒤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군 검찰은 또 공군본부 군사경찰단과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를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군 검찰의 수사 대상에 서욱 국방부 장관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관련 여부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성역 없는 수사 원칙하에 지금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 장관은 이 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나흘 뒤인 지난달 25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의 전화 보고를 받았다. 이 총장은 성추행 사건 발생 43일 만인 4월 14일에야 군사경찰단의 서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당시 군의 보고체계 전반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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