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vs 2021년' 홍남기가 쏘아올린 집값 고점 논쟁 [스토리텔링경제]

이종선 2021. 6. 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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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가 쏘아올린 부동산 논쟁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실질가격 기준 2008년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고 주장하면서 부동산 시장 전망을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서울 집값과 2014년 이후 8년째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어져 온 측면에서 홍 부총리 말처럼 집값이 고점에 근접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없지 않다. 반면 ‘초(超)저금리’ 등 경제 여건과 입주 물량·미분양 등 주택 수급 관련 지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보면 2008년보다 현재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반론도 많다. 홍 부총리 주장과 달리 지금이 ‘고점’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2021년, 2008년과 유사점

국민일보는 8일 홍 부총리가 서울 아파트의 과거 고점으로 언급했던 2008년 당시 부동산 시장과 최근 시장 상황을 비교·분석했다. 2008년과 최근 상황의 유사점으로는 장기간 지속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공급 위주 정책으로 선회한 이후 시점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2008년은 이명박정부 임기가 시작되던 시점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참여정부 시절까지 지속된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도 높았던 시기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참여정부 임기 시작점인 2003년 2월과 비교해 종료 시점인 2008년 2월 전국 아파트 가격은 33.77% 상승했다.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상승 폭이 56.58%로 더 높다.

참여정부가 수요 억제 위주 정책에서 뒤늦게 공급 확대 쪽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한 직후였다는 점도 현재 상황과 유사하다. 현 정부가 임기 4~5년차인 지난해와 올해 8·4 대책과 2·4 대책을 통해 공급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처럼 참여정부도 임기 후반부인 2006년 11·15 대책과 2007년 1·11 대책을 통해 공공택지와 민간택지 내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 등 공급 확대 전략을 내놓았다. 뒤를 이어 출범한 이명박정부 역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부터 주택공급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2008년보다 악화 요인 수두룩

기준금리나 경기 상황 역시 2008년과 현재 상황은 다소 차이가 크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저금리’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패턴은 비슷하게 이어져 왔지만 2008년 기준금리가 5.2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0.50%인 최근 상황은 2008년과 비교해 ‘초저금리’다. 유동성에 따른 자산 인플레이션 위험이 훨씬 더 크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수년간 주택 가격 조정이 이어졌지만 그때 조정 폭보다 이후 가격 상승기에 상승 폭이 더 크다는 ‘학습효과’가 생겼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의 인식 자체가 2008년과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과 미분양 주택 등 주택 경기지표 역시 차이가 크다. 아파트 시장조사기관인 아실에 따르면 2008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7483가구로 3만1142가구였던 2007년보다 52% 증가했다. 반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343가구로 지난해 3만9320가구의 반 토막 수준이다. 내년 역시 1만3132가구로 당분간 ‘입주 절벽’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분양 주택 역시 2008년 10월 기준 수도권에서만 2만5000가구가 쏟아졌지만 올해는 4월 기준 1만5000가구 수준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분양 발생은 입지나 선호도 등에서 결함적 요소가 있기 때문인데 미분양 주택 수가 급감했다는 건 주택 수요층 사이에서 주택의 입지나 가치를 따질 겨를도 없이 일단 매수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수요층 사이에 매수심리가 강한 상황에서는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임대차법과 임대사업자 폐지 등 정책적 변수 역시 2008년 상황과는 반대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매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67.7%로, 2008년 중 가장 높았던 1월 53.9%보다 약 14% 포인트 높다. 2008년 당시 이명박정부 인수위가 세(稅) 부담 완화를 통해 거래를 활성화해 기존 주택의 매물 출회를 통한 공급을 꾀한 것과 달리 최근 정부와 여당은 다주택자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밀어붙여 오히려 거래를 위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정부 인수위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등을 추진했지만 현 정부 임기 내에 분양가상한제 폐지나 재건축 규제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10년대 이후 본격화된 가구 분화 역시 2008년보다 현재의 부동산시장을 녹록지 않게 하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과 2010년에는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의 비중이 각각 20.0%, 23.9%에 그쳤지만 2015년(27.2%) 이후 이 비중이 급속도로 증가해 2019년에는 30%를 돌파했다. 서울의 경우 1인 가구 비율이 33.4%나 됐다. 이 센터장은 “정부도 뒤늦게 공급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급 확대를 추진해 오고 있지만 공급에 시차가 있다 보니 공급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향후 2~3년은 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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