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개헌 주장 이낙연·정세균.."민생부터" 이재명 대립각

송승환 2021. 6. 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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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8일 각각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이 낡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물밑에선 여권 빅3 대선 주자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권력구조 개헌 구상 등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정 전 총리는 “지금부터 개헌 논의를 추진하면 내년 대선일이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며 “고친지 34년이 돼 변화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헌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 분권화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헌은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제가 다음 대통령이 된다면 4년 중임제 개헌을 위해 임기를 1년 단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하고 국회의원 선거를 2년 뒤에 하도록 설계하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가능하다”며 “대통령은 외교·국방 등 외치를 신경 쓰고 국회에서 추천한 총리가 내치를 책임지는 시대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가 개헌론을 화두로 꺼낸 배경엔 최근 강도 높은 발언을 연달아 하면서 만든 캐릭터 ‘강세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캠프 내 평가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세균 캠프 관계자는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말실수가 나오면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개헌론을 통해 이미지 회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정치 말고 경제 개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 행복 추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 개헌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개헌 토론회를 열어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정 전 총리가 주장하는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새 헌법의 핵심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에 따라다니는 위헌 소지를 없애기 위해 헌법에 있는 토지공개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택지의 대량 소유를 제한하는 택지소유상한법은 1994년 위헌 결정, 땅값 상승분의 일부에 세금을 매기는 토지초과이득세법은 1999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개발 이익 일부를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법은 위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헌법 23조3항, 122조에 담긴 토지공개념을 더 구체화해서 이 법들을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공개념 3법을 다시 시행해서 더 걷힌 세금으로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더 싸게 공급하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 시기에서도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의견이 갈렸다. 다음 대선일에 개헌을 하자는 정 전 총리와 달리 이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이 임기 시작과 함께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권력 구조 개편을 거론하지 않는 이유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경계하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헌법학자는 “권력 분산을 주장해온 문 대통령마저도 삼권분립을 뛰어넘는 권한을 행사해왔다는 점이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국대전 고치는 일보다 민생”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대구시청 별관 1층 로비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개헌론은 대선 때마다 등장하지만 매번 좌초된 단골 소재다. 이렇다 보니 경선 흥행의 측면에선 관심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여당 내 지지율 1등 이재명 경기지사가 개헌에 반대 입장을 냈기 때문에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에겐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된 셈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18일 개헌론에 대해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이 지사는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보다 국민의 구휼이 훨씬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민생이 중요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국가 백년대계를 고민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반박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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