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vs IPTV 3사, 세게 붙었다 "콘텐츠값 저평가" vs "비상식적 인상 요구"
“시청자 부담을 가중하고 선택권을 침해하는 비상식적 수준의 인상 시도를 중단하라.” (IPTV 3사)
“콘텐츠 가격 인상 요구는 IPTV 업계의 콘텐츠 저평가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왔다. 국내 방송사는 프로그램 사용료로 제작비 3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한다. 광고, 협찬, 해외 시장 공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CJ ENM)
최근 대기업 간, 이른바 ‘갑(甲)과 갑’의 대결이 뜨겁다. CJ ENM과 IPTV 3사가 공개적으로 세게 맞붙은 것. 콘텐츠 제공자인 CJ ENM은 ‘제값’을 내라고 요구한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콘텐츠 유통사는 ‘너무 비싸게 부르는 갑의 횡포’라고 맞선다. 이 와중에 정부는 손 놓고 갈팡질팡한다.

�툶PTV “전체 방송 63%로 낮지 않아”
CJ ENM은 최근 새로운 콘텐츠 사용료 인상안을 제시했다. CJ ENM은 IPTV에 유통되는 자사 콘텐츠 가치가 과소평가돼왔다며 25% 인상을 요구했다. 시청 점유율 상승에 따른 채널 영향력, 제작비 상승, 콘텐츠 투자 규모에 걸맞은 합리적인 인상안이라는 게 CJ ENM 측 주장이다.
CJ ENM은 2019년 IPTV 업계가 기본 채널 수신료·홈쇼핑 송출 수수료 매출 중 단 16.7%만 전체 콘텐츠 공급자(PP·Program Provider·방송 채널 사업자)에게 분배했다고 밝혔다. 음원, 웹툰, 극장 등이 고객 콘텐츠 이용료 중 50~70%가량 콘텐츠 업체에 배분하는 것에 견줘 유료방송 플랫폼이 챙겨가는 몫이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해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CJ ENM은 “국내 IPTV가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에는 ‘모시기 경쟁’을 하면서도 국내 콘텐츠는 푸대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요 IPTV와 넷플릭스 간 수익 배분 비율은 1 대 9로 알려져 있다.
CJ ENM은 지난 5월 31일 자사 향후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인상안을 언급했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종합유선방송(SO·System Operator) 사업자는 수입 절반 이상을 (CJ ENM 같은) 콘텐츠 공급자에게 내놓는다. 그러나 (유료방송) 시장 8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는 IPTV사들은 (사용료 지불에) 인색하다”고 다시 한 번 인상을 촉구했다.
그러자 IPTV 3사로 구성된 한�툶PTV방송협회는 잇따른 입장문으로 받아쳤다. 지난 5월 20일 1차 성명서에서 “대형 콘텐츠 사업자는 시청자 부담을 가중하고 선택권을 침해하는 비상식적 수준의 대가 인상 시도를 중단하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수준의 협의에 나서라”라고 요구했다. 5월 31일 CJ ENM 행사 이후에도 재반격에 나섰다. “2019년 수신료 매출 48%가 넘는 1조1712억원을 콘텐츠 사용료로 지불했다”며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불되는 사용료 중 IPTV가 지불하는 액수 비율은 63%다. 시장점유율 51%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IPTV사가 종합유선방송보다 콘텐츠 사용료 지불에 더 인색하다는 CJ ENM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다.
IPTV 3사는 이어 CJ ENM이 콘텐츠 사용료 인상 근거로 미국 사례를 든 것에 대해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유료방송 이용 요금이 9배 비싸다”며 “(콘텐츠 사용료를) 미국 수준으로 올리려면 이용자 요금부터 (미국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안정적인 망 구축과 투자로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를 늘려왔고 이를 통해 PP 매출 증대 등 순기능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인상률을 두고 갈등 빈번
▷콘텐츠 소비 행태 통계 미비 원인
방송 업계가 사용료 인상률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사는 오랫동안 재송신료(CPS·Cost Per Subscribers) 협상 때마다 분쟁을 거듭했다. 소송까지 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번에는 유료방송 사업자 분쟁 대상이 지상파에서 CJ ENM으로 바뀐 정도다. 다만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지상파가 아닌, 이동통신 3사와 CJ ENM 간 분쟁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CJ ENM의 25% 인상 주장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 콘텐츠 사업자인 종합 편성 채널도 30% 인상을 요구했다. 게다가 IPTV 3사는 송출 수수료를 크게 올려왔다. IPTV 3사가 지난 5년간 케이블TV를 추월해 급성장하며 홈쇼핑 채널의 송출 수수료를 연평균 39.3%씩 인상해왔다. IPTV나 케이블TV 사업자에게 있어 가장 큰 수익은 홈쇼핑 채널 송출 수수료다.
문제는 IPTV 내 콘텐츠 소비 행태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TV, 모바일, VOD 등 N스크린 시대에 맞춰 콘텐츠 소비 행태를 모두 반영하는 통합 시청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콘텐츠 사용료가 시청률을 토대로 산정하지 않고 기업 간 힘의 논리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패널로 선정한 가구에 설치한 ‘피플미터’를 통해 집계하는 현재의 시청률 방식은 정확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IPTV가 디지털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해 콘텐츠 사용료에 따른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쟁점은 실시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인 OTT(Over The Top) 사용료다. IPTV는 그간 가입자 기준으로 OTT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 IPTV의 부가 서비스 개념으로 받아들여 IPTV 콘텐츠 사용료에 일정 금액을 조금 더해주는 형태에 그쳤다. CJ ENM은 앞으로 OTT 콘텐츠에 대한 사용료도 제값을 받겠다는 것이다.
▶OTT 콘텐츠 사용료 책정도 이슈
▷“태블릿PC 통한 콘텐츠도 돈 내라”
논란은 태블릿PC 등 휴대용 기기를 통해 IPTV를 볼 수 있는 ‘이동형 IPTV’ 서비스로 번졌다. CJ ENM 측이 이동형 IPTV가 새로운 서비스라며 별도 계약을 요구하고 나서자, IPTV 사업자들은 “기존 IPTV와 같은 유형의 서비스”라며 반발하는 형국이다.
KT는 최근 와이파이를 공유하는 집 안에서 태블릿PC로 IPTV 기능을 이용하는 ‘올레 TV 탭’을 출시했다. LG유플러스도 태블릿PC에 IPTV 서비스를 탑재한 ‘유플러스 tv 프리’를 2018년부터 서비스 중이다. SK브로드밴드도 올해 유사 서비스 출시를 앞뒀다. IPTV를 셋톱박스 없이 무선 이동통신 기기로 볼 수 있게 한 것은 기존에 없던 형식이다.
CJ ENM은 지난 4월 LG유플러스 측에 이동형 IPTV 서비스 가입자와 운용 기간 등 정보를 요청한 바 있다. 서비스 시작 당시 콘텐츠 공급에 CJ ENM이 동의하지 않았으니, 그동안 이용 건 정산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IPTV 사업자에 대해서도 “새로운 형태의 시청 플랫폼이니 기존 IPTV와는 다른 협의와 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IPTV 사업자들은 “와이파이를 공유한 집 안에서만 볼 수 있는 등 이용자 편의를 위해 기존 서비스를 확장한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태블릿PC 등에서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OTT 서비스를 IPTV 가입자로 볼 수 있는지, 별도의 OTT 서비스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규제당국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적으로 IPTV라고 인정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인증 과정에서 태블릿 역시 IPTV 시청 기기로 인증받은 만큼, 별도 가입자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통보했다. 그러면서도 “콘텐츠 사용료를 따로 받아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혼란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양측이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으며 갈등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CJ ENM 관계자는 “인상률이 25%라고 해도 IPTV 3사에 요구하는 콘텐츠 사용료는 IPTV 매출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상관없는 수치를 근거로 콘텐츠 가치가 과소평가됐다는 쟁점을 피해가고 있다”며 “또 다른 반박자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2호 (2021.06.09~2021.06.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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