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차 폭풍 전야..전세 급등에 월세 시대 가속화하나 [전문가 현장진단]

2021. 6. 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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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아파트 월세 시대가 열린 것일까.

지난해 임대차법 시행과 함께 보유세 강화 등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반면 월세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월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6월 1일 전월세신고제 시행은 전반적인 임대차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임대차법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가 줄고 월세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매경DB>
▶서울 아파트 전세가 없다?

▷월세 비중 30% 넘어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2만5705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가 34.3%(4만3199건)를 차지했다. 임대차법 시행 전 9개월간(2019년 11월~2020년 7월) 월세 거래가 전체 거래 가운데 28.4%였던 것에 비하면 5.9%포인트 늘었다.

반면 아파트 전세 매물은 감소 추세다. 부동산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5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1578건. 4월 말(2만2882건)보다 5.7% 줄었다. 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전국 ‘전세수급지수’도 5월 마지막 주 기준 171.4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0과 200 사이에서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르면서 전셋값 오름세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4주(5월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04% 올랐다. 5월 3주(0.03%)와 비교해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서초구는 0.16% 올라 전주(0.07%) 대비 상승폭이 2배 이상 뛰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2019년 7월 이후 100주 이상 한 번도 쉬지 않고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전세 신고가를 찍는 서울 아파트 단지도 잇따르는 모습이다. 영등포구 아크로타워스퀘어 전용 59㎡는 최근 8억2300만원에 전세로 거래됐다. 지난 4월 기존 최고가(7억5000만원) 대비 7300만원 비싸다. 동작구 사당자이 전용 84㎡ 역시 5월 25일 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쓰면서 직전 최고가(6억2000만원)를 뛰어넘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2120가구 이주를 앞둔 서초구는 사정이 더하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의 최근 전세 호가는 15억원 전후에 달한다. 1년 전 9억~10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0% 이상 오른 금액이다.

초고가 주택 시장도 예외는 아닐 터. 5월 들어 용산구 나인원한남 전용 206㎡(58억원)와 한남더힐 전용 233㎡(49억원) 등은 이전 거래와 비교해 최대 10억원 오른 가격에 계약됐다.

아파트뿐 아니라 일반 주택으로 범위를 넓혀도 월세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가 5월 초 발표한 ‘2020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 점유 형태는 자가가 42.1%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월세(31.3%), 전세(26.2%) 순이었다. 즉, 지난해 서울 주택 점유 형태는 전세보다 월세가 많았다는 의미다.

5년 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월세 비중은 26%에서 5.3%포인트 늘었다. 반면 전세 비중은 32.9%에서 6.7%포인트 감소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저성장·저금리 시대 전세에 대한 임대인의 효용성이 감소한 데 따른 현상이다. 현재 임대차 시장은 구조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다만 전환 속도가 매우 빨라 일부 가구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세 매물 줄어든 이유는

▷임대차법 개정 영향 커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나 반전세 등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적 영향 때문으로 분석한다.

우선 새로운 임대차법 시행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상승폭이 기존의 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 계약갱신청구권제는 2년 임대 기간에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해 4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기존 세입자의 계약 갱신이 이어지면서 시장에는 전세 물건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일반적으로 3월부터 5월까지는 봄 이사철이다. 이때가 되면 전세 매물이 순환되면서 거래가 활발해진다. 하지만 임대차보호법 개정 후 올해 시장 흐름은 예년과 다르다.

기존 임차인은 되도록 이사를 하지 않고 눌러앉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미 주변 전세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2 + 2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을 감안해 신규로 전세 계약을 맺을 때 시세보다 높게 부르는 경우가 많다.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거나 더 이상 임대를 놓지 않고 직접 거주하겠다는 집주인도 여럿이다. 이런 식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다 보니 가격이 급등하거나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결국 새로 집을 구하려는 임차인은 아주 높은 가격에 전세를 구하거나 반전세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아파트 입주 시장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50~60%는 임대 물량이다. 하지만 최근 입주하는 서울 아파트 단지에는 임대 비중이 줄고 있다. 6월 입주하는 ‘서초 디에이치라클라스’는 총 848가구 중 전세 등 임대 물량이 절반 미만인 것으로 전해진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인상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은 전세 가격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임대차 3법 가운데 마지막으로 전월세신고제가 6월 1일부터 시행됐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에 이어 신고제까지 적용되면 전세는 물론 월세마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월세신고제는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 이상의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금액을 포함한 계약 사항을 3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월세마저 거둬들이면 임대차 시장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신고된 전월세 데이터를 세금 인상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이 많다. 결국 세금을 올릴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리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이 늘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올 하반기는 전세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는 정비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 등이 활발할 전망. 반면 전세 공급 상당수를 차지하는 서울 아파트 입주 단지는 예전과 비교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예상 입주 물량은 2만9656가구로 지난해(4만9078가구)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서는 내년 하반기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어쩔 수 없이 계약갱신청구 2년을 받아들인 임대 매물이 내년 하반기에 나온다. 이들 매물은 높은 가격에 새로운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후에는 전세 가격이 더욱 오르거나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2호 (2021.06.09~2021.06.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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