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 ⑬ 헝가리 : 국민이 사랑하는 '애국자' 설러이, 마지막 불꽃 태운다
[풋볼리스트] 유로 2020이 오는 13일(한국시간) 드디어 개막한다. '풋볼리스트'는 나라마다 한 명씩,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선수들을 찾아 소개하기로 했다.
아담 설러이(마인츠05, 헝가리)는 소속팀보다 국가대표에서 골을 더 잘 넣는 '애국자' 유형의 선수다. 2016년 40년 만에 헝가리를 유로 본선에 진출시킨 데 큰 공을 세웠다. 유로2016 개막전에서 선제골을 넣어 팀의 2-0 승리를 이끌고 16강 진출을 도운 설러이는 5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헝가리 공격진의 중심이다.
설러이는 한때 레알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지만, 시기가 안 좋았다. 1994년 고향 부다페스트의 혼베드FC에서 축구를 시작해 유년 시절을 보낸 뒤 2006년 슈투트가르트 2군에 입성했다. 2007년 잠시 스페인 레알마드리드 2군 카스티야 유니폼을 입었고 두 번째 시즌 37경기에서 16골을 넣었지만 끝내 1군에 오르진 못했다. 레알은 카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사비 알론소 등을 영입해 '칼락티코' 2기를 구축하던 시기였다. 그밖에는 독일 2부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2010년 1월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05로 임대되자마자 1군 데뷔전을 치르며 분데스리거가 됐다. 이후 구단의 7연승을 이끌며 활약했지만 FC 카이저슬라우테른과 경기에서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종료했다. 마인츠는 설러이의 활약을 인정해 2015년 6월까지 완전계약했다.
마인츠 입단 이후 네 번째 시즌이 특히 빛났다. 2013년 2월엔 아우크스부르크 상대로 12호 골을 기록해 헝가리 출신 선수 분데스리가 한 시즌 최다골 주인공이 됐다. 당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진출하는 강호였던 샬케04가 설러이를 데려갔다. 설러이는 UCL 플레이오프 2경기를 풀타임 뛰고 2골을 넣어 본선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정작 실전 무대에선 득점이 부족했다. 결국 샬케에서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났다.
호펜하임은 2014년 7월 설러이를 영입했다. 김진수의 동료였다. 알렉산더 로젠 디렉터는 "설러이의 플레이스타일이 팀과 맞다"고 영입 이유를 밝혔는데, 지금은 리버풀에서 뛰고 있는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종종 좋은 호흡을 보였다. 호펜하임에서도 정착하진 못했다. 설러이는 하노버 임대 이후 호벤하임 복귀해 5시즌을 채우고 2019-2020시즌 마인츠로 다시 돌아왔다. 마인츠에서는 132경기에서 27골, 호펜하임에서는 113경기에서 25골, 샬케에서는 40경기에서 9골을 넣었다.
굴곡진 프로 경력과 달리 헝가리 대표팀에선 늘 중요한 인물이었다. 설러이는 2009년 2월 이스라엘전에서 A대표팀에 데뷔했다. 2010년 10월 유로2012 예선전에서 산마리노를 8-0으로 꺾을 때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4일 뒤 핀란드와 경기에서 2-1 역전승의 선봉장이었다. 이때부터 설러이의 대표팀 내 인지도가 높아졌다.
설러이가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가 된 일화가 있다. 2013년 10월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전에서 네덜란드에 1-8로 진 이후 설러이는 '헝가리가 왜 국제무대에서 오랫동안 부진한지'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이 발언의 파장은 컸다. 설러이는 다음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는 헝가리 데일리 스포츠 언론 '넴제티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대표팀에 뽑히지 않아 거취에 대해 언급할 기회도 없었다. 대표팀에 합류 할지 안 할지 선택지는 내게 없다"라고 정면 승부를 벌였고,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아틸라 핀티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핀테르 감독은 오래 머물지 못했다. 다르더이 팔 임시 감독이 유로2016 예선전을 앞두고 "팀을 이끄는 능력이 있다"라며 설러이를 뽑았다. 설러이는 보답했다. 유로 예선 7경기를 비롯해 노르웨이와 플레이오프까지 출전하며 팀을 40년 만에 본선에 진출시켰다.
기분이 좋았던 설러이는 부다페스트에 있는 바에서 팬들과 함께 축하 파티를 벌였다. 거친 언어를 섞으며 헝가리 축구 잔혹사를 떠들어 댄 설러이가 팬 200여 명에게 술을 산 일화는 유명하다. 다음날 설러이는 SNS로 자신의 일장연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팬들은 인간적인 면모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본선에서도 활약이 좋았다. 설러이는 유로2016 본선 오스트리아와 첫경기에서 결승골을 기록해 2-0 승리를 이끌었다. 팀은 16강에서 벨기에에 0-4로 졌지만 설러이와 아이들은 영웅이 됐다. 2018년 9월에 소집된 네이션스리그부터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설러이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헝가리의 유로2020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10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팀의 두 대회 연속 본선행을 도왔다. 소속팀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전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대표팀에서는 다르다. 3경기 당 1골은 넣는다. 2021년 대표팀에서 득점력이 특히 좋다. 2022카타르월드컵 예선전 3경기를 출전해 2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영국 매체 '90min'은 "헝가리가 최근 A매치 10경기에서 7승 3무로 패배가 없다. 폴란드, 터키, 세르비아, 러시아 등 만만치 않은 상대로 경기를 치렀다. 윌리 오르반과 피터 굴라시 골키퍼가 이루는 라이프치히 수비진이 그대로 이식됐다"라고 긍정 평가를 내놨다.
이 매체는 이어 "하지만 약점은 득점력이다. 미드필더에서 창의성을 줄 도미니크 소보슬라이가 내전근 부상으로 스쿼드에서 제외됐다. A매치 70경기에서 23골을 넣은 설러이가 있지만 미드필더의 도움 없이는 득점력이 확실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결국 설러이가 해결사가 돼야 한다. 헝가리는 설러이 이외에 A매치 1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조차 없다. 유로2020에서 설러이는 마지막 불꽃을 태울 준비를 마쳤다.
▲아담 설러이(Ádám Szalai) / 1987년 12월 9일생 / 193cm / 마인츠05 / A매치 70경기 23골
▲헝가리 조별리그 일정 : 16일 대 포르투갈, 19일 대 프랑스, 24일 대 독일(F조)
글= 이종현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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