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택한 이란 '국민 영웅' 그녀의 두 번째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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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3·4위 결정전이 열린 2016년 8월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
유럽의 강자 니키타 글라스노비치(26·스웨덴)에게 5대 1로 승리하고 동메달을 거머쥔 키미아 알리자데(23·이란)는 히잡 위에 쓴 헤드기어를 벗고 두 손에 국기를 움켜쥐었다.
알리자데와 같은 이란 출신 디나 포르요네스, 아프가니스탄 출신 압둘라 세디키 등 3명이 태권도 난민팀의 일원으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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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선수'로 도쿄올림픽 태권도 금메달 도전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3·4위 결정전이 열린 2016년 8월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 유럽의 강자 니키타 글라스노비치(26·스웨덴)에게 5대 1로 승리하고 동메달을 거머쥔 키미아 알리자데(23·이란)는 히잡 위에 쓴 헤드기어를 벗고 두 손에 국기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장내를 달리며 국기를 휘날렸다. 관중의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알리자데는 북받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 울음을 터뜨렸다. 올림픽 드라마가 연출하는 승리의 감동.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알리자데는 올림픽 역사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딴 이란 여성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여성의 올림픽 출전 길을 가로막았다. 선수는커녕 경기장의 관객으로 스포츠에 참여할 권리도 박탈했다. 48년 영국 런던 대회부터 시작된 이란의 올림픽 출전사에서 알리자데가 첫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등장할 때까지 무려 68년이 걸렸다. 당시 만 18세였던 알리자데는 올림픽 메달의 영광을 이란 여성에게 돌리면서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알리자데의 승승장구는 한동안 계속됐다. 2017년 전북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62㎏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부문의 유력한 우승권 강자로 떠올랐다. 이란 태권도의 영웅, 중동 여성 스포츠의 개척자, 수많은 찬사가 알리자데에게 따라왔다.
하지만 알리자데는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지난해 1월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한동안 행적이 묘연해 이란을 발칵 뒤집었던 알리자데는 같은 달 11일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SNS에 장문의 페르시아어로 글을 적어 망명을 택한 자신의 거취를 알렸다.
“나는 탄압받는 수백만의 이란 여성 중 한 명입니다. 위선과 불의를 거부합니다. 하계올림픽에서 이란을 위해 출전하지 않겠습니다.”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던 알리자데가 택한 길은 난민이었다. 알리자데는 뒤늦게 망명지로 공개한 독일에서 국가대표 자격을 얻길 원했지만, 때마침 찾아온 코로나19 대유행은 그의 선수 인생에 또 한 번의 시련을 안겼다.
그렇게 해를 넘긴 감염병 재난 속에서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8일, 알리자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난민 자격으로 출전 승인을 얻었다. 두 팔에 이란 국기를 부착할 수는 없지만, 알리자데는 또 한 번 한계를 격파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알리자데와 같은 이란 출신 디나 포르요네스, 아프가니스탄 출신 압둘라 세디키 등 3명이 태권도 난민팀의 일원으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한다. 난민 선수는 모두 29명이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알리자데, 포르요네스, 세디키의 도쿄올림픽 출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세계 수백만 난민들에게 희망을 주길 바란다. 난민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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