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돈 번 사람 없다"..주가 치솟는데 개미 수익률은 역주행
"연초에 1억원 넘게 넣었던 삼성전자와 SK 주식 때문에 아직 수익률이 -11%대입니다."(IT회사 대리 A씨)
"요즘엔 작년과 달리 주변에 돈 벌었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증권사 차장 B씨)
코스피가 3250선 부근에서 고공행진 중이지만, 개인 투자자의 투자 성적은 초라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중앙일보가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올해(1월 4일~6월 7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평균 -2%였다. 외국인(31.7%)은 물론 기관(2.2%) 성적에도 못 미쳤다.
수익률은 각 종목의 순매수액을 순매수 수량으로 나눠 평균값을 구한 뒤, 이를 지난 7일 종가와 비교해 산출했다. 7일은 코스피가 3252.12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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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2%…올해 순매수 상위 10개 중 8개 주가 '뚝'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8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이 22조원 가까이 산 삼성전자는 -2.2%였다. 개인의 평균 순매수 가격인 8만3696원을 7일 종가(8만1900원)와 비교한 결과다. 현대모비스(-7.6%)와 SK하이닉스(-0.1%), 삼성SDI(-6.3%) 등도 수익률이 저조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 중 마이너스 수익률은 각각 3개, 5개에 불과했다.
투자 성적이 극명하게 갈린 이유는 투자 종목의 차이가 꼽힌다. 월등한 투자성적을 낸 외국인 장바구니에 담긴 종목 중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과 겹치는 건 SK바이오팜 딱 하나였다. 그마저도 수익률이 -12.4%였다.
개인투자자는 IT(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와 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차), 배터리(삼성SDI) 등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개인이 많이 산 IT와 성장주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며 상대적으로 조정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은 화학(LG화학)과 철강(포스코), 금융(신한지주·KB금융·하나금융지주·삼성화재) 등 이른바 '경기 민감주'를 주로 샀다. 경기 민감주는 경기 회복기에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주식을 말한다.
특히 외국인이 큰 수익을 거둔 종목은 금리 인상의 수혜를 받는 하나금융지주(21.5%)와 신한지주(20.4%) 등이다. 연초 이후 '성장주→경기 민감주'로 이어진 순환매 장세에서 외국인의 선구안이 탁월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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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부진한 삼전에 '몰빵'…"개미, 감에 의존해 투자"
삼성전자에 '몰빵' 투자한 것도 개인이 한숨을 내쉬는 이유다. 개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49조818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는데, 이 중 44%를 삼성전자로 채워졌다. 특히 주식 초보자(주린이)들이 대거 매수했다.
하지만 지난 1월 9만원을 넘던 삼성전자 주가는 5개월간 8만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삼성전자에 돈이 많이 물려 있다 보니 돈 벌었다는 사람이 드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의 성적표가 부진한 것은 투자 전략과 정보 분석력의 차이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은 정보 접근성도 좋지만, 정보를 분석해서 투자의사 결정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이에 반해 개인은 직관 또는 감에 의존해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편득현 부부장은 "상당수 개인이 주가가 오를 때 따라붙고 떨어지면 물타기(저가에 추가 매수해 주식 평균단가를 낮추는 것)를 하는데, 이 방법으론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낙담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조만간 개인투자자가 수익률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과거와 달리 우량주를 많이 사들인 데다, 주가가 내려갈 때 주식을 사는 패턴을 보여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며 "이달부터 IT와 자동차주가 오르면 개인 투자자의 성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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