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뒤지노" 남편 칫솔에 락스..녹음기에 담긴 충격 음성
남편 칫솔에 락스를 뿌리는 등의 방법으로 남편을 해치려고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2단독 김형호 판사는 8일 오후 1시50분에 대구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A씨(46)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이날 법정에 흰 블라우스에 검은 바지 차림으로 출석한 A씨는 판결 선고가 이뤄지는 내내 시종일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남편에게 몰래 락스를 먹게 해 상해를 가하려고 시도했다. 범행이 계획적이고 불량하다”며 “남편이 이를 조기에 눈치채지 못했다면 더욱 중한 상해를 입을 수 있었으므로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와 자녀, 가족 등이 피고인의 범행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피고인이 남편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재범의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단순히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이상의 것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고,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었다.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4월 사이 남편이 출근한 사이 10여 차례에 걸쳐 곰팡이 제거제인 락스를 칫솔에 뿌리는 등 수법으로 남편 B씨를 해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범행은 2019년 11월부터 복통을 느끼기 시작하고 자신의 칫솔에 락스 냄새가 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B씨가 화장실 내부에 녹음기를 설치하면서 들통났다.
B씨가 지난해 2월 5일 처음 설치한 녹음기에는 A씨가 안방 화장실에서 무언가 뿌리는 소리와 “안 죽노, 안 죽나 씨”, “락스물에 진짜 쳐 담그고 싶다. 진짜 마음 같아선”, “오늘 진짜 죽었으면 좋겠다” “몇 달을 지켜봐야 되지? 안 뒤지나 진짜” 등 혼잣말을 하는 소리가 녹음됐다.
B씨는 좀 더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 같은 달 25일 카메라를 화장실 세면대 방향으로 설치했고 같은 해 4월 10일까지 A씨가 B씨의 칫솔에 락스를 뿌리는 모습이 녹화됐다.
이런 수집 증거들을 바탕으로 대구가정법원은 지난해 4월 23일 A씨에게 주거지에서 즉시 퇴거하고 B씨의 주거지와 직장에서 100m 이내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임시보호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B씨는 아내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보고 지난해 4월 A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 기록을 몰래 보고 대화를 녹음했다며 맞고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휴대전화 문자 기록을 몰래 본 혐의에 대해선 선고유예, 대화를 녹음한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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