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울음소리에 새벽잠 깼더니, 공작새 무리가 마당에..

전웅빈 2021. 6. 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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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고문당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매우 큰 확성기를 튼 듯."

새벽녘부터 들리는 기괴한 울음소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 급증한 공작새(사진)가 내는 소리다.

LA카운티는 공작새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례안을 마련해 이르면 8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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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관리 구멍.. 폭발적 번식
성난 일부 주민들 총들고 직접 사냥


“아기가 고문당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매우 큰 확성기를 튼 듯.”

새벽녘부터 들리는 기괴한 울음소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 급증한 공작새(사진)가 내는 소리다. 은퇴 학자 캐서린 투틀(68)은 이런 울음소리가 불만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토로했다.

투틀이 사는 패서디나 지역이나 샌가브리엘 등 지역에선 자유롭게 배회하는 수백 마리의 공작새를 목격할 정도로 개체 수가 늘었다. 먹이를 찾느라 주택 마당을 침범해 조경을 망쳐놓고 지붕에 올라가 괴성을 지르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수컷 공작새는 자동차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경쟁자로 착각해 부리로 쪼아 공격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공작새는 한국의 민폐 새 ‘닭둘기’(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비둘기를 비꼬는 말)처럼 됐다.

WP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미친 영향으로 분석했다. 공작새는 번식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거리에 있는 공작새를 인근 가금류 농장으로 옮기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조류에 발생하는 뉴캐슬병 바이러스가 퍼져 지난해 캘리포니아 남부 가금류산업이 멈췄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활동가들의 업무마저 차질을 빚었다. 결국 ‘자유’를 얻은 공작새의 번식이 폭발한 것이다. WP는 지난 1년간 야생 공작새가 얼마나 번식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참다못한 일부 주민은 자구책으로 사냥에 나섰다. 독극물 미끼를 놓고 총을 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화가 난 주민들은 도로에 나온 공작새를 차로 치려고 돌진하기까지 한다고 WP는 전했다. 반면 공작새의 이색적인 자태를 좋아하는 일부 주민은 이를 축복이라고 여겨 지역 내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LA카운티는 공작새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례안을 마련해 이르면 8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이를 어기면 1000달러(약 111만원) 벌금형이나 6개월 징역형에 처하는 아카디아시 사례를 참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례는 야생동물에 간섭하면 안 된다는 선언적 성격이 강해 실효성이 낮다.

최도나 다운타운 아카디아 개선협회 상무는 “전염병 기간 인간의 활동이 줄면서 다양한 야생동물 활동이 포착되는 건 전국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캐서린 바거 LA카운티 감독관은 “공작새가 통제되더라도 새와 관련한 고민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지역에 야생 앵무새가 번식하고 있고, 그 수가 4배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려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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