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야구 도쿄행 티켓, 실직 선수들이 따냈다
미국이 도쿄올림픽 야구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잔뼈가 굵은 실직 선수들이 힘을 보탰다.
야구 종주국 미국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제외한 국제대회에는 메이저리거가 출전하지 않는다. 야구는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프로에 문호를 개방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거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 MLB와 일정이 겹치고, MLB 사무국도 자신이 주관하는 WBC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6일 끝난 미주 지역 예선에 나선 미국 대표팀에는 쟁쟁한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MLB 역사상 가장 많은 팀(14개)을 거치며 통산 107승을 올린 에드윈 잭슨(38), 올스타에 세 차례 뽑힌 외야수 맷 켐프(37), 218홈런의 토드 프레이저(35), 신시내티 레즈 간판 투수였던 호머 베일리(36), 뉴욕 양키스 마무리였던 데이비드 로버트슨(36) 등이다.
이들이 대표팀에 참여한 건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잭슨은 지난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했으나 5월에 방출됐다. 1년째 소속팀이 없다. 켐프도 지난해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타율 0.239, 6홈런에 그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됐지만, 팀이 없다. 지난해 45경기에 출전한 프레이저는 올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했지만, 빅리그 승격 한 달 만에 퇴출당했다. 로버트슨과 베일리도 지난겨울 퇴출의 칼바람을 맞았다.
올해 MLB는 코로나19로 훈련이 부족했던 탓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표팀에 마이너 선수 차출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실직 중인 고참 선수를 대거 뽑았다. 로건 포사이드(34), 존 제이(36), 마크 쳅친스키(35) 등도 비슷한 이유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일부 마이너 선수에 ‘왕년의 형님’이 가세한 미국은 막강했다. 조별리그와 수퍼라운드에서 4연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개최국), 이스라엘, 멕시코에 이어 다섯 번째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프레이저는 홈런 2개, 2루타 2개 등 타율 0.400(15타수 6안타)으로 활약했다. 최종전이었던 6일(한국시각) 베네수엘라전에선 4타수 4안타에 멋진 수비까지 선보였다. 베일리도 선발로 한 차례 나와 3과 3분의 1이닝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켐프(4타수 무안타)처럼 부진한 선수도 있었지만, 대부분 제 역할을 했다.
이들에게 올림픽은 선수로서 마지막 명예를 세울 수 있는 무대인 동시에 재취업 오디션장이다. 일본 오릭스 버펄로스와 계약했던 브랜던 딕슨(37), 일본에서 2년간 뛴 DJ 존슨(32)은 자신들을 내친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한다. 미국 사령탑도 산전수전 다 겪은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다. 소시아 감독은 2000~18년 LA 에인절스를 이끌며 2002년 월드시리즈 정상에 선 명장이다.
미국의 올림픽 본선행은 한국에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한국은 미국, 이스라엘과 함께 조별리그 B조에 속했다. 김경문 감독은 전력 분석을 위해 현장을 찾아 미주 예선을 직접 지켜봤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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