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팬데믹, 조류독감?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2021. 6. 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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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간 감염'이 변수.. "'변종' 출현 땐 인류 30% 감염" 예측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나온다면 대유행이 될 수도 있어 조기 대비가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속속들이 제기되고 있다. 유력한 다음 타자는 조류독감 바이러스(AIV)다. 닭, 오리, 야생조류 등에서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드물게 사람에게도 전염돼 오래전부터 여러 전문가 사이에서 유력한 대유행 유발 가능 바이러스로 지목돼 왔다. 코로나19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최근엔 ’사이언스‘지에서 조류독감이 팬데믹으로 번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싣기도 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 팬데믹, 얼마나 다가온 걸까?

◇조류독감 바이러스, 사람 간 전파는 아직 없어

대유행 조건은 일반적으로 3가지다. 첫째, 직전에 유행했던 바이러스와 완전히 다른 유전자 표현에 의한 아형을 지녔을 때, 둘째, 인체가 감염돼 중증의 사망자가 생겼을 때, 셋째, 해당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서 전파될 수 있을 때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마지막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먼저 첫 번째 조건을 따져보면,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일단 현재 대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와 달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또 계속해서 새로운 유전적 아형(subtype)이 나오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외부엔 HA와 NA라는 단백질 돌기가 있는데 새로운 아형의 바이러스는 저마다 숫자가 다르다. 지금까지 나온 아형 중 H5N1나 H5N6과 같은 H5Ny 계열과 H7Ny, H9Ny 계열 등은 전염력이 세고 치사율이 높은 데다 사람에게 전이 된 적이 있어 우려를 산다. 심지어 최근에는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H10N3형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두 번째 조건인 사망자는 24년 전인 1997년에 이미 나왔다. 홍콩에서 18명이 H5N1형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돼 6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무려 50%나 된 것.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사람이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치사율이 높을 수 있다”면서도 “보통 대유행으로 퍼지는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높다면 치사율이 낮고, 치사율이 높다면 전파력이 낮은게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혹여 대유행된다면 치사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람에게 전이된 것으로 확인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2003년부터 455명의 사망자를 낳았던 H5N1형, 15명이 감염돼 이 중 9명이 사망한 H5N6형, 2013년부터 1568명이 감염돼 616명이 사망한 H7N9형 등이 있다.

아직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뚫지 못한 건 세 번째 조건이다. 다행히 지속적인 사람 간 전파는 나타난 적이 없다. 지난 2005년 권위 있는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앞으로 사람 간 감염이 가능한 변종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경우 전 세계 60억 명의 인류 중 30%인 18억 명이 감염되고 5000만~1억 명을 사망케 할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을 하기도 했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 확률은 예측할 수 없다”며 “할 수 있는 건 계속 감시하고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류 사이 전파, 통제 불가능해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통제가 어려워 계속된 관리 감독이 필수다. 중국, 유럽, 미국, 러시아 등지를 옮겨 다니는 철새를 따라 멀리, 그리고 빠르게 확산이 가능한 데다, 분변, 공기 중 부유물 등에 의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감염된 닭 분변 1g에는 10만~100만 마리의 닭을 감염시킬 수 있는 고농도 바이러스가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염된 냉동 닭고기, 오리고기, 생계란 등에 의해서도 퍼질 수 있다.

잘 퍼지면 양계 산업은 물론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도, 변이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도 전 세계 조류들은 조류독감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나라도 조류독감을 피해갈 수 없었다. 감염 고리를 끊기 위해 정부는 조류독감 바이러스 발생이 보고되면 무조건 살처분 조치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전국적으로 닭과 오리 약 28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에서 인간 전이가 보고되기도 했다.

◇차단 방역하고, 싱크탱크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사람과 동물 사이 접촉을 철저히 막는 방안과 함께, 감염병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본다. 김우주 교수는 “결국 동물과 사람 간 접촉을 막는 것부터 우선해야 한다”며 “감염된 조류라면 분변까지 접촉되지 않도록 피하는 등 차단 방역(biosecurity)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염병 대비를 위한 싱크탱크가 없다”며 “이제는 언제 어떻게 감염병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평상시 연구 개발과 백신 등에 대해 선구적으로 준비하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항상 유력한 대유행 후보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꾸준한 감시가 꼭 필요하다”며 “혹여 대유행 조짐이 보이면 빠르게 백신을 준비해야 하므로 평소에 그 능력을 길러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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