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스는 패했지만 돈치치는 지지 않았다
[양형석 기자]
우승후보 LA클리퍼스가 천신만고 끝에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통과했다.
타이론 루 감독이 이끄는 LA클리퍼스는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20-2021 NBA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 7차전 경기에서 126-111로 승리했다. 이로써 클리퍼스는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5번시드 댈러스를 꺾고 세이파이널에 진출해 오는 9일부터 1번시드 유타 재즈와 컨퍼런스 파이널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원정 1,2차전을 연속으로 잡아내는 등 5차전까지 3승2패로 앞서 있던 댈러스는 6,7차전을 내리 패하면서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서 클리퍼스에게 패하며 탈락했다. 비록 댈러스는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댈러스가 자랑하는 에이스 루카 돈치치는 맞상대했던 그 어떤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활약으로 두 번째 플레이오프 무대를 멋지게 마쳤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탄탄한 기본기 앞세운 유럽스타들
1992년 미국농구대표팀이 드림팀을 이끌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을 때만 해도 상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미국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을 정도로 미국과 다른 나라의 격차가 매우 컸다. 하지만 연이은 국제대회에서 미국이 꾸준히 NBA 선수들을 출전시키면서 다른 나라의 선수들, 특히 미국 다음으로 농구가 활성화돼 있었던 유럽 선수들을 중심으로 NBA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미국을 괴롭혔던 토니 쿠코치는 1993년 시카고 불스에 입단했다. 입단 초기 스코티 피펜과 함께 주전포워드로 활약하며 불스를 이끌었던 쿠코치는 마이클 조던의 복귀와 데니스 로드맨의 합류 이후 핵심식스맨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여러 포지션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능력을 뽐낸 쿠코치는 불스의 두 번째 쓰리핏(세 시즌 연속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유럽 선수들은 미국의 흑인 선수들에 비해 운동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좋은 신체조건과 영리한 머리, 탄탄한 기본기를 겸비한 빅맨 자원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스페인 출신의 정통센터 파우 가솔은 2007-2008 시즌 LA레이커스로 이적해 고 코비 브라이언트와 호흡을 맞추며 두 번의 파이널 우승을 이끌었다. 파우의 친동생 마크 가솔(레이커스) 역시 2013년 올해의 수비수상과 2015년 올NBA퍼스트팀에 선정됐던 엘리트 빅맨이다.
가솔형제도 대단했지만 많은 농구팬들이 인정하는 역대 최고의 유럽출신 선수는 역시 '댈러스의 별' 덕 노비츠키다. 독일 출신의 노비츠키는 2007년 정규리그 MVP와 2011년 파이널 MVP, 통산 4번의 올NBA 퍼스트팀, 14번의 올스타 출전에 빛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유럽출신 선수다. 실력도 대단하지만 동료들을 이끄는 뛰어난 리더십과 겸손한 성품을 겸비하며 농구팬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현재 노비츠키와 가솔 형제를 잇는 유럽 출신 선수의 양대산맥은 '그리스괴인' 야니스 아테토쿤포(밀워키 벅스)와 세르비아의 '조커' 니콜라 요키치(덴버 너기츠)다. 아테토쿤포는 이미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현존하는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됐고 요키치 역시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는 이번 시즌 강력한 MVP 후보 중 한 명이다. 두 선수 모두 커리어에 치명타를 입을 부상만 없다면 NBA의 전설이 될 확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0대에 유럽 평정하고 2년 만에 NBA 스타 등극
슬로베니아 출신의 돈치치는 이미 만19세의 어린 나이에 스페인리그와 유로리그 MVP를 휩쓸며 '초신성'으로 주목 받은 신예였다. 2018년 NBA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애틀랜타 호크스에 지명된 돈치치는 드래프트 당일 5순위 트레이 영과 트레이드되며 댈러스에서 NBA커리어를 시작했다. 두 선수 모두 입단하자마자 팀의 에이스가 됐으니 결과적으로는 '윈윈 트레이드'였던 셈이다.
돈치치는 루키시즌부터 72경기에 출전해 21.2득점7.8리바운드6.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디안드레 에이튼(피닉스 선즈), 트레이 영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돈치치는 2년 차였던 2019-2020 시즌 슬럼프에 빠지기는커녕 더욱 무르익은 기량을 과시하며 28.8득점9.4리바운드8.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생애 첫 올스타 선정과 올NBA퍼스트팀에 선정된 돈치치는 만21세의 나이에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돈치치는 자신을 향한 견제가 더욱 심해진 이번 시즌에도 66경기에 출전해 27.7득점8.0리바운드8.6어시스트이라는 매우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루키 시즌 32.7%, 2년 차 시즌 31.6%였던 3점슛 성공률을 이번 시즌 35%까지 끌어 올리며 점점 무결점의 슈퍼스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돈치치의 진가는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패한 클리퍼스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1라운드 7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40.1분을 소화한 돈치치는 35.7득점7.9리바운드10.3어시스트에 40.8%의 확률로 경기당 4.4개의 3점슛을 적중시켰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와 팀 하더웨이 주니어 등 나머지 선수들이 시리즈 내내 기복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돈치치는 사실상 이번 시리즈에서 댈러스를 홀로 '하드캐리'한 셈이다. 실제로 돈치치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클리퍼스의 카와이 레너드(32.14점)를 제치고 1라운드 득점 1위에 올랐다.
물론 좋은 팀과 동료들을 만나 NBA에 입성하자마자 운 좋게 우승을 하는 선수도 있지만 천하의 르브론 제임스(레이커스)도 우승을 하는데 9시즌이 걸렸을 만큼 우승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다. 돈치치 역시 플레이오프에서의 원맨쇼에도 불구하고 두 시즌 연속 클리퍼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NBA 최고 선수 중 한 명이 된 지금도 만22세에 불과한 '루카 매직'이 우승에 도전할 시간은 아직 창창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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