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의 지난 317일과 다시 시작된 1일

배영은 2021. 6. 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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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라 호투한 LG 차우찬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 투수 차우찬(34)은 "재활을 이렇게 길게 해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여름부터올봄까지, 지긋지긋한 어깨 부상이 그를 괴롭힌 탓이다.

차우찬은 지난해 7월 2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공 2개를 던졌다. 경기 전 불펜 투구 때부터 왼쪽 어깨 뒤편이 불편했지만, 심상치 않은 신호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러나 그는 첫 타자 박건우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자마자 벤치에 "못 던지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여느 때처럼 전력투구를 하다 어깨 힘줄이 끊어진 거다.

다시 공을 던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약 없는 회복을 기다리다 지난해 11월에야 재활을 시작했다. 차우찬은 "공을 던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심적으로 많이 지쳤다"고 토로했다.

LG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차우찬과 2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했다. 그중 70%인 14억원이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다. 보장된 금액은 매년 3억원뿐이다. 어깨 부상을 당한 투수와 계약하면서 큰돈을 선뜻 쓰기는 어려웠을 터다.

차우찬은 절치부심했다. 아내를 비롯한 가족의 응원 속에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재활의 고통을 이겨냈다. 지난달 18일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서 실전 점검을 시작했다. 세 차례 2군 등판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317일 만에 1군 복귀전을 치렀다.

결과는 좋았다. 그는 5이닝 동안 공 73개를 던지면서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KIA 박찬호와 김선빈에게 안타 2개씩 맞았을 뿐, 다른 타자들을 일사천리로 돌려세우며 건재를 알렸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111번째 승리다.

차우찬은 경기 후 "복귀 첫 경기부터 팀에 도움이 되면서 승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팔과 몸 상태는 다치기 전보다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뒤늦게 돌아온 만큼 나갈 때마다 열심히 던지겠다. 더는 아프지 않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에 있는 게 목표"라며 기뻐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역시 차우찬은 대단했다. 재활 과정이 심적으로 힘들었을텐데 그걸 이겨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야구 선배로서 축하하고,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묵묵히 선수 재활을 돕고 있는 재활코치와 컨디셔닝 코치에도 감사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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