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트래블 테크로 기업가치 10조 '데카콘' 우뚝

노승욱 2021. 6. 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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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
1978년생/ 2001~2005년 숙박업 종사/ 2005년 ‘호텔모텔펜션’ 숙박포털 대표/ 2007년 야놀자 총괄대표(현)/ 2019년 제46회 관광의 날 산업포장 수상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스타트업 업계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최근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조 단위 투자 유치를 협의 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나스닥 상장이 점쳐지며 ‘제2의 쿠팡’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면서다. 야놀자 측은 전자(투자 유치)는 ‘사실무근’이지만, 후자(나스닥 상장)는 “국내외 시장을 특정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야놀자가 비전펀드와의 기밀유지협약 때문에 투자 유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며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이수진 야놀자 창업주 겸 총괄대표(43)의 입지전적 성공담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나스닥 상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야놀자는 그간 올해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를 유치해온 만큼, 조만간 진상이 가려질 전망이다.

SKY대와 아이비리그 출신 창업자가 즐비한 스타트업 업계에서 야놀자는 퍽 독특한 사례로 꼽힌다.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가 파란만장한 역경을 오뚝이처럼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사례기 때문이다.

이 총괄대표는 2015년 쓴 자서전 ‘리스타트’를 통해 야놀자를 창업하기까지 험난했던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했다. 그는 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섯 살 때 어머니가 재가한 후 분가해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만 스무 살이 되기 전 혈혈단신으로 상경해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그러나 주식 투자에 실패, 전재산을 잃고 숙식이 가능한 모텔 청소부로 들어간다. 다시 열심히 저축해 2005년 27세에 자본금 5000만원을 마련, ‘모텔투어’라는 숙박 관련 다음 카페를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월매출 2000만원을 목표로 하는 작은 벤처 회사였다. 사업은 숱한 난관에 부딪혔다. 그와 공동창업자인 부사장만 빼고 전 직원이 단체로 그만두고 경쟁사로 이탈하는가 하면, 상표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간신히 손익을 넘겼던 모텔투어(모투)의 상표권을 경쟁사에 빼앗기기도 했다. 결국 2006년 8월 ‘모투’라는 상표를 포기하고 ‘야놀자’라는 상표로 다시 시작한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기회가 찾아왔다. 다음 카페에 안주했던 경쟁사와 달리 이수진 총괄대표는 빠르게 숙박 앱을 출시, 모바일 커머스로 전환했다. 이후부터는 혁신의 연속이었다. 모텔 업계에서는 드물었던 예약 서비스를 시작하고, 숙박에 한정됐던 서비스를 레저로 확대했다. 또한 브랜드 호텔과 호텔 자동화 솔루션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2018년부터는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했고, 2019년 한국 여행 관련 기업 중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지위를 획득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전년 대비 매출이 43.8% 증가한 1920억원을 달성, 높은 성장세를 자랑했다. 호텔나우, 레저큐, 데일리호텔 등 야놀자가 그간 인수한 크고 작은 벤처만 10여개에 달한다. 국내외 숙박·레저·교통·식음 등 여가를 위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 전략의 일환이다. 덕분에 야놀자는 유니콘이 된 지 불과 2년도 안 돼 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인 ‘데카콘’ 반열에 올라섰다.

“야놀자는 예약·브랜드 호텔 플랫폼인 동시에 글로벌 1위의 클라우드 기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환대) 솔루션 기업이다. 클라우드 기반으로의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2017년부터 호텔, 레저시설, 레스토랑 등의 여가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술 개발에 따른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유망 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민관의 다양한 주체와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해 혁신 성과를 창출하며 사업 모델을 확장했다. 첨단 트래블 테크(Travel Tech) 기술이 비즈니스에 접목돼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석재 KB금융지주연구소 연구위원이 ‘언택트 시대, 관광 산업의 디지털 혁신-위기를 기회로 삼는 야놀자의 성장 전략’ 보고서를 통해 밝힌 평가다.

이수진 총괄대표는 야놀자를 ‘변화의 DNA를 가진 집단’이라 말한다. 업계 변화를 잘 관찰해 산업의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능동적, 주도적으로 선도해왔다는 자부심이 읽힌다.

야놀자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면서 이수진 총괄대표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야놀자 관계자는 “이 총괄대표는 회사 전체 조직을 아우르고 조직 방향성을 제시한다. 각 조직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협업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창업자의 역할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 총괄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지역사회 도움이 필요한 곳에 꾸준히 기부하는 선행도 이어오고 있다. 최근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을 통해 11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음이 알려졌지만, 이외에도 10년 이상 이어진 알려지지 않은 기부처가 다수 있다는 전언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이 총괄대표는 사업에 대한 홍보와 달리 기부 관련 내용은 홍보를 지양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0년 이상 된 기부처들은 야놀자가 지금의 성장세를 보이기 전부터 지원해온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이 총괄대표가 당면한 올해 최대 과제는 단연 상장이다. 그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올해 상장을 조건으로 국내외 투자를 유치해왔다. 10조원 안팎 몸값을 그대로 인정받는다면 코스피에서는 약 40위, 코스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2위 규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야놀자의 나스닥 상장을 유력하게 점친다. 야놀자가 나스닥 상장 성공 요건인 ‘기업가치 2조원 이상’ ‘남다른 성장 곡선과 스토리텔링’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문제는 미국 증시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자체 심사 규정)가 까다로워 상장 추진과 유지 비용이 만만찮다는 것.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상장 비용을 감당하려면 지난해 영업이익 161억원 수준으로는 빠듯하다. 단, 최근 빠른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사태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국내외 여가 관련주가 각광받는 분위기는 큰 호재로 꼽힌다. 미국 영화관 운영 업체 AMC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올 들어 3000% 이상 폭등한 것이 대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야놀자의 지난해 고성장과 흑자전환은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와 비용 관리 효과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 ‘트래블 버블’을 통한 여행 재개 기대감이 높지만, 플랫폼 간 경쟁 과열 우려와 변이 바이러스 관련 변수도 상존한다. 야놀자가 상장 후 냉정한 시장 평가를 받게 된다면, 지속적인 사업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숫자로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2호 (2021.06.09~2021.06.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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