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대장주 LG화학, 언제 살아날까

류지민 2021. 6. 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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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發 공매도 급증..실적 대비 저평가

LG화학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물적분할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IPO(기업공개) 절차를 본격화한 가운데 외국계 투자은행의 ‘매도 보고서’가 불을 지폈다. 국내 증권사는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해 불안감을 키웠다.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위한 포석”이라며 CS(크레디트스위스)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5월 26일(현지 시간) CS는 LG화학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아웃퍼폼)에서 매도(언더퍼폼)로 변경한 보고서를 냈다. 목표주가는 기존 130만원에서 68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췄다. 배터리(2차 전지) 전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IPO로 LG화학에 지주사 디스카운트(할인)를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다. 현재 LG화학 주가에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급격한 성장 기대감이 반영돼 있지만, 올해 안에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게 되면 LG화학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민훈식 CS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캪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앞둔 시점에 투자자들이 큰 폭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모회사를 살 이유가 없다. 업종 내에서 가장 비선호 종목”이라고 혹평했다.

CS 보고서 발표 이후 LG주가는 급락했다. 6월 3일까지 7거래일 동안 9% 가까이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5조원 넘게 줄었다. 보고서 발표 직후인 5월 26일에는 하루 만에 주가가 6.73% 하락하면서 충격을 안겼다.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2조2355억원 증발하며 LG화학은 코스피 시총 순위도 네이버에 밀려 5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이후 주가는 80만원대 초반을 지지하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LG화학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IPO(기업공개) 절차를 본격화한 가운데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의 매도 보고서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LG화학 제공>
▶목표주가 내리지만 ‘매수 추천’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공매도에 ‘출렁’

CS 보고서 발표 이후 국내 증권사도 줄줄이 LG화학 목표주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6월 2일 삼성증권은 LG화학 목표주가를 기존 125만원에서 11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도 이날 목표주가를 14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낮춰 제시했다. 5월 31일 유진투자증권 역시 LG화학 목표주가를 종전 130만원에서 115만원으로 낮췄고, 한화투자증권은 신규 목표주가로 98만원을 내놨다. 모두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지주사 할인율을 적용한 것이다. 다만 CS가 LG화학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대비 30% 할인된 밸류에이션을 적용해 목표주가를 절반 수준으로 확 낮춘 것과 달리 국내 증권사들은 소폭 조정에 그쳤다. 또 지주사 할인을 감안하더라도 LG화학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며 일제히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사실 LG화학에 LG에너지솔루션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CS 보고서의 내용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9월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을 추진할 때부터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유사한 지적이 나오면서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물적분할은 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존속회사가 갖는 방식으로,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분할 이후 새로 상장되는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불만을 가진 개인주주들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물적분할 결정 전후로 LG화학 주가가 15% 넘게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물적분할이 이뤄졌고, 이후 석 달간 LG화학 주가는 오히려 70% 가까이 상승하면서 투자자 불만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미 경고가 나왔던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는 뭘까. 증권가에서는 공매도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특정 종목에 공매도를 한 뒤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주가를 떨어뜨리는 것은 해외 공매도 전문 사모펀드의 대표적인 투자 전략 중 하나다.

실제 보고서가 나온 5월 26일와 27일 LG화학의 공매도 거래는 각각 7만6245건, 10만5448건을 기록했다. 지난 5월 초 공매도 재개 이후 가장 많은 건수로, 25일 1만1363건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기관과 외국인 창구에서 나온 매도 주문도 급증했다. 5월 26일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2만2323주와 22만4722주의 LG화학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도 주문이 많이 나온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는 CS증권이 포함돼 있었다.

▶상장 이후 투자 심리 회복될 것

▷4000억 리콜 충당금에도 호실적 유지

투자 심리가 흔들리고 있지만 LG화학에 대한 국내 증권사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목표주가는 낮추면서도 대부분의 증권사가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며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 CS 보고서와 온도차를 보였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약해진 LG화학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완료된 이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예상했던 악재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상장될 자회사의 시장 가치 할인을 감안해도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화학 부문의 견고한 이익 창출 능력과 첨단 소재에서 성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양극재 사업 가치 등에 시장 관심이 재조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도 �캪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시 시가총액 100조원 이상을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지주사 할인을 고려해도 지분가치는 4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사업 우려로 주가 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다양한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현재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우려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리콜에 따른 4000억원의 추가 비용으로 수익성이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충당금 4000억원을 감안해도 올 2분기 LG화학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는 각각 10조3448억원, 1조27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2%, 123.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사업 자체 호실적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기초 소재 부문은 하반기 인프라 투자 수요와 자동차 수요 강세로 ABS, PVC, BPA, 합성고무가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수 신규 NCC 증설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이다. 첨단 소재 부문은 배터리용 신규 소재로 라인업 다변화와 함께 양극재 증설,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동진 애널리스트는 “올해 여수 NCC 증설 말고는 화학 부문 투자액이 줄어 향후 첨단 소재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여력이 충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LG화학의 선제적 설비 투자 효과가 경기 회복 시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이익 체력’이 한 단계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부터 가전과 소비재 판매가 증가하고 12월 이후 건설·인프라 수요가 늘면서 NCC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LG화학이 선제 투자한 신규 설비가 6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해 장·단기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2호 (2021.06.09~2021.06.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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