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에서 살아남기] 엔비디아 액면분할은 호재? '메타버스' 타고 더 높이 난다

김기진 2021. 6. 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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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주식을 액면분할한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액면분할 발표까지 나오자 투자자 눈길이 쏠린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액면분할을 발표해 주목받는다. 사진은 엔비디아 사옥. <엔비디아 제공>

▶7월 4 대 1 액면분할 예고

▷투자자 진입 수월, 거래량 증가 기대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 1993년 젠슨 황 CEO가 동료 크리스 말라초스키, 커티스 프리엠과 함께 미국에서 창업했다. 초창기 엔비디아는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CPU 시장 강자인 인텔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주력 제품을 GPU(그래픽처리장치)로 바꾸고 대표 제품 ‘지포스 시리즈’를 선보이며 급성장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GPU가 핵심 역할을 하는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4차 산업혁명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엔비디아는 5월 21일(미국 현지 시간) 주식을 액면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1주를 4주로 쪼갤 예정이다.

액면분할은 주식 액면가액을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100만주가 발행된 액면가 5000원, 주가 100만원짜리 주식을 액면가 500원으로 분할하면 주가는 10만원으로 떨어지는 대신 주식 수는 1000만주로 늘어난다. 통상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 거래가 적을 때 추진한다. 단순히 주식 수를 늘리는 것으로 기술력이나 사업 모델 등 기업이 지닌 본질적인 가치는 그대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보통 액면분할을 호재로 받아들인다. 액면분할 이후에는 주가가 낮아지는 만큼 투자자 진입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만큼 거래량이 증가하며 주가가 상승 기류를 탈 확률이 높다. 6월 2일 종가 671.13달러를 기록한 주가는 분할 이후 170달러 안팎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조정된 가격은 7월 20일 적용된다.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 급성장

▷메타버스 시대 활약 기대

액면분할 외에도 투자 포인트는 여럿이다.

무엇보다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2021 회계연도(2020년 2월~2021년 1월) 매출 166억7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회계연도에 비해 53%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0 회계연도 28억4600만달러에서 2021 회계연도 45억3200만달러로 증가했다. 2022 회계연도 1분기에도 실적 성장세는 이어진다. 매출은 83.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두 배가 됐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이 성장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유지·관리하는 시설. AI, IoT,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 여러 가지 기술을 구현하는 데 꼭 필요한 핵심 인프라다. 이 같은 기술이 일상생활에서 맡는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인다. 2019년 멜라녹스, 2020년 큐뮬러스를 인수하며 박차를 가한다. 멜라녹스는 1999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네트워크 반도체 부문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끊김 없이 전송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큐뮬러스는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상태 모니터, 스위치 관리 등에 쓰이는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다. 2013년부터 멜라녹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해왔다. 멜라녹스와 큐뮬러스를 인수하면서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M&A 전략을 적극 펼친 덕분에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전체 매출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 회계연도에만 해도 19.9%에 불과했다. 2019 회계연도와 2020 회계연도에는 20%대를 기록한 뒤 2021 회계연도에는 40.2%로 뛰었다.

메타버스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메타버스는 가상으로 구축한 세계를 의미한다. 이용자가 본인 정체성을 담은 아바타를 활용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을 가리킨다. AI, 5G, VR(가상현실) 등의 기술이 발전하고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며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도화된 메타버스를 구축하려면 고화질 영상과 디스플레이, 현실감 있는 그래픽 등이 필요한데 이를 구현하는 데 필수품이 GPU다. 엔비디아는 세계 GPU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자랑한다. 시장조사 업체 존페디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엔비디아는 글로벌 외장 GPU 시장점유율 82%를 기록했다.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한다는 것도 돋보인다. 엔비디아가 R&D에 들인 돈은 2018 회계연도 17억9700만달러에서 2019 회계연도 23억7600만달러, 2020 회계연도 28억2900만달러로 매년 늘어난다. 2021 회계연도에는 39억2400만달러를 썼다. 2021 회계연도 기준 전체 직원에서 R&D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71.3%로 영업, 마케팅, 경영지원 등 다른 직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트리스탄 게라 베어드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구조가 굉장히 복잡한 칩을 생산하며 다른 기업에 뒤지지 않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했다. 플랫폼 솔루션도 확장해나가고 있다. 엔비디아가 구축한 진입장벽은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높고 가장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로 800달러를 제시했다.

▶ARM 인수 승인 여부는 변수

▷주가 고평가됐다는 의견도

긍정적인 전망이 대부분이지만 투자에 앞서 따져봐야 할 사안이 몇 가지 있다. ARM 인수 건이 특히 중요한 변수다.

ARM은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기업. 애플, 퀄컴, 삼성 등에 반도체 설계 기술을 제공한다. 세계 스마트폰의 95%가 ARM 설계도를 사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인수 금액은 400억달러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ARM은 CPU 부문에 강점을 갖췄고 다양한 고객사를 보유했다. 인수 발표 이후 시장에서 두 기업 간 강력한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평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계약이 무탈히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엔비디아-ARM 합병 계약은 지금 미국과 영국, 중국 정부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최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각국에서 승인을 받기까지 18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초 인수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에서 패권을 쥐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만큼 심사 관문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주가가 시장 대비 큰 폭으로 뛰며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6월 2일 엔비디아는 6개월 주가 상승률 25.2%, 1년 상승률 91.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종합지수 상승률은 각각 11.1%, 42%다. 이원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수혜주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2022 회계연도 예상 실적을 토대로 계산한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41.9배나 된다.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2호 (2021.06.09~2021.06.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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