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전 승리' LG 차우찬, 토종에이스의 컴백

양형석 2021. 6. 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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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6일 KIA전 5이닝4피안타2볼넷4K무실점 승리, LG 위닝시리즈

[양형석 기자]

LG가 1패 뒤 연승을 거두며 KIA와의 원정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6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10-0으로 완승을 거뒀다. 4일 경기에서 3-4로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순위가 6위까지 떨어졌던 LG는 주말 2경기에서 연승을 거두며 삼성 라이온즈와 공동 2위로 뛰어 올랐고 선두 SSG랜더스를 한 경기 차이로 추격했다(29승23패).

LG는 4회 무사1,2루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3점홈런을 터트린 로베르토 라모스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채은성도 3점 홈런을 작렬하며 4회 9득점의 빅이닝을 완성했다. LG는 이날 통산 110승에 빛나는 베테랑 좌완 차우찬이 317일 만에 복귀저전을 가졌다. 그리고 기대와 우려를 함께 받으며 등판한 차우찬은 5이닝4피안타2볼넷4탈삼진 무실점의 안정된 투구로 복귀전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LG 선발투수 차우찬이 3회말에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30대 FA투수와의 장기계약을 조심하라

야구에서는 투수의 FA장기계약, 특히 30대 베테랑 투수의 장기계약을 조심하라는 격언이 있다. 2019년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2.32)를 차지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작년 시즌을 앞두고 4년 계약에 그친 이유도 만 33세 시즌을 앞둔 나이가 걸림돌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 3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특급 좌완' 매디슨 범가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5년8500만 달러 계약 후 2년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투수 장기계약의 위험은 KBO리그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OB와 두산 베어스 시절 157세이브를 기록하며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하던 진필중(동원대 감독)은 2004 시즌을 앞두고 4년 30억 원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이적 첫 해부터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흔들리던 진필중은 2005년 선발 전환도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2007년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팀에서 방출됐다.

진필중 영입이 실패로 돌아간 LG는 2007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잠실라이벌' 두산의 핵심 투수 박명환을 4년 40억 원에 영입했다. 박명환은 이적 첫 시즌 10승6패 평균자책점3.19를 기록하며 LG의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이듬 해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2010년까지 단 4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박명환은 2014년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2015년 마지막 승리를 거둔 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지난 5월 30일 은퇴식을 진행했던 윤석민도 '국가대표 우완 에이스'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FA먹튀'라는 오명도 함께 가지고 있다. 2014년 1년의 짧은 미국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윤석민은 친정팀 KIA와 4년90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윤석민은 마무리로 활약한 2015년 30세이브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세웠지만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44경기에 등판해 2승10패12세이브6홀드의 초라한 성적만 남기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2015 시즌이 끝나고 불펜 보강에 열을 올린 롯데 자이언츠는 FA시장에서 98억 원을 투자해 마무리 손승락과 셋업맨 윤길현을 영입했다. 그나마 손승락은 2017년 세이브왕에 오르는 등 4년 동안 94세이브를 올리며 제 역할을 다 했다. 하지만 윤길현은 롯데에서 활약한 4년 동안 140경기에 등판해 10승14패2세이브33홀드 평균자책점5.96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가차없이 방출됐다.

1년 가까운 재활 끝에 복귀전 승리

삼성 라이온즈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하던 차우찬은 2016 시즌이 끝나고 LG와 4년95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차우찬 역시 30대에 접어들고 있었지만 LG는 그만큼 검증된 토종에이스가 절실했다. 이적 첫 해 10승7패3.43을 기록한 차우찬은 2018년 평균자책점이 6.09로 치솟으면서 고전했다. 하지만 차우찬은 2019년 13승8패4.12로 부활하며 LG를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차우찬의 첫 3년은 LG구단에게 '투자의 보람'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정규리그에서만 514이닝을 던지며 35승을 수확한 '토종 에이스' 차우찬은 LG가 우승도전을 선언한 작년 시즌 탈이 나고 말았다. 어깨 부상으로 13경기에 등판하는 데 그친 차우찬은 5승5패5.34의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고 LG는 차우찬 없이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더 큰 문제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차우찬이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는 점이다.

첫 3년의 활약만 놓고 보면 또 한 번의 좋은 계약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시즌을 망쳐 버리는 바람에 LG는 선뜻 30대 중반이 되는 노장투수 차우찬에게 좋은 조건의 계약을 제시할 수 없었다. 결국 차우찬은 보장액 6억 원에 무려 14억 원의 인센티브가 포함된 2년 총액 20억 원의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부활과 몰락의 기로에서 마지막 기회를 얻은 셈이다.

시즌 개막 후까지 몸상태를 확실히 끌어 올리지 못한 차우찬은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에 등판하며 투구수를 늘리다가 6일 KIA전을 통해 317일 만에 1군 복귀전을 치렀다. 차우찬은 이날 빠른 공의 최고 구속이 시속 142km에 머물렀지만 슬라이더와 커브,스플리터를 적절하게 섞어 던지는 노련한 투구로 KIA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5이닝 동안 73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 온 차우찬은 복귀전에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차우찬은 삼성 시절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뿌리던 좌완 파이어볼러였다. 하지만 올해 한국나이로 35세가 된 차우찬은 더 이상 위력적인 강속구를 던지는 '파워피처'가 아니다. 하지만 차우찬은 KIA전 호투를 통해 1군 무대에서의 여전한 경쟁력을 증명했다. 그리고 차우찬이 기대대로 LG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다면 류지현 감독의 마운드 운영은 한결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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