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 뚫은 코스피, 새로운 상승세?.. '셀인메이' 끝났다'

명순영 2021. 6. 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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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월 이후 장밋빛 기대감

국내 주식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까. 올 초 코스피 3200, 코스닥 1000 돌파 이후 상승 동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주가 움직임이 지지부진하자, “몇 해 전의 길고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 다시 돌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증권가에서는 우려보다 기대감이 높다.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기 힘들다는 낙관론이 대세다. 게다가 5월에는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이른바 ‘셀인메이(Sell in May)’ 속설을 뛰어넘었다는 점에 희망을 건다. 올해 5월 딱히 주식 시장 호재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한 달간 코스피는 1% 올랐다. 6월들어 탄탄한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7일 전일대비 12.04포인트(0.37%) 오른 3252.12로 마감하며 5월10일이후 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가 최대 37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암호화폐 자금 쏠림

▷외국인 매도세는 부담

주식 시장 거래량만 보면 지난해와 같은 ‘불장’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지난 5월 24일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은 각각 11조4500억원, 9조3200억원으로 연중 최저 수준이었다. 코스피 거래대금이 11조원까지 내려앉은 것은 지난해 11월 초 이후 7개월 만이다. 특히 코스닥 거래대금은 9조원까지 줄어 지난해 3월 이래 최저 수준이었다. 양대 증시 거래대금 규모가 약 20조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4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20조7800억원)과 유사하다.

증시 활력도를 가늠하는 지표도 약세장을 뒷받침한다. 코스피 회전율(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비율)은 지난 5월 26일 기준 11.5%로 지난 1월(24.9%)의 절반에 못 미친다. 주식 손 바뀜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증시가 힘을 잃은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급히 올랐다는 점에서 ‘급등 뒤 급락’을 우려한 투자자가 발을 뺐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이라는 단어만 언급돼도 증시가 폭락한다. 아주 작은 악재에도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던 것이다. 그러자 불안한 개미 투자자가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자금력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 1월 14일 74조원대로 최고치였던 투자자 예탁금은 63조원대(5월 25일 기준)로 줄었다. 연초 70%에 육박하던 개인 비중(거래대금 기준)이 6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5월 ‘공매도 재개’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거래대금 감소는 투자자들 사이에 주가 상승 기대가 그만큼 작아졌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개인만 떠난 게 아니다. 외국인 매도세도 강렬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5월 한 달간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 팔아치운 주식 규모가 9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만큼은 ‘셀인메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한 셈이다. 지난 11월 5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2600선을 넘는 데 기여했던 외국인은 12월부터 매도세로 돌아섰다. 최근 몇 달간의 매도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인 2007년 8월(8조7000억원)을 뛰어넘는다. 증권가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술주(IT)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자금을 빼고 있다”고 분석한다.

암호화폐 급등락 장세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승장에서 주식 시장에 머물던 자금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불 지른 암호화폐 ‘강세장’으로 이동했다는 것. 최근 암호화폐가 급락세로 돌아서자 이번에는 아예 암호화폐는 물론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증시에서 자금을 뺀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반등한 데다 중국 증시가 부진하며 코스피 약세가 이어졌다”며 “위험자산 기피 현상과 차익 실현 움직임도 그간 주가 상승세를 막았다”고 평가했다.

▶신한금투 코스피 3700 예상

▷“역대 최대 실적 기대해도 좋다”

다만 우려했던 공매도 일부 재개 영향은 크지 않았던 듯 보인다. 지난 5월 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됐다. 이후 일부 종목은 주가가 20% 넘게 오르는 등 영향은 크지 않았다.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4개는 주가가 올랐는데, 그만큼 공매도 거래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매도 집중 종목’으로 알려진 셀트리온 또한 공매도 재개에도 주가는 3.2% 올랐다. 공매도 재개 한 달 동안 코스피는 1.78% 올랐고, 코스닥은 0.17% 하락했다.

부정적인 기류에도 불구하고 6월 이후 장세 기대감은 다시 꽃을 피웠다. 최근 가파르지는 않지만 상승세가 이어지며 전고점 돌파를 예상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일례로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3700으로 꼽았고, 대신증권도 이에 못지않은 3630을 제시했다.

상승장을 기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올해 코스피 시장 176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망한 연간 영업이익(연결 기준) 추정치는 199조5005억원이다. 지난해 말 예상했던 이들 기업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173조9407억원 대비 14% 이상 증가했다. 연간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200조원에 달한다면 전년 대비 증가율은 63%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액 전망치는 1979조9746억원으로 13% 늘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올해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 영업이익 규모가 21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216조원, NH투자증권도 214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대했다.

코스피 연간 영업이익은 2018년 197조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137조원, 지난해 143조원을 기록했지만 단 한 번도 200조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올해 ‘200조 영업이익’ 시대 개막이 예상되는 것은 업종 전반적으로 실적이 회복되며 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기저효과 영향이 있으나, 이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정연우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201조원, 순이익은 156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당시 전망한 175조원, 121조원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코스피 이익 전망이 빠르게 상향 조정 중이다”라고 말했다.

높은 실적에 따른 주가 상승을 점치더라도 주가를 끌어내릴 악재 역시 만만치 않다.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이후 테이퍼링은 최대 변수다. 여기에 반도체 대란도 주가 변동성을 키울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수는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2023년은 돼야 가능할 듯 보인다”며 “한국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고 봤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가 반도체 부품 수요-공급 불일치 괴리가 가장 심한 때로 판단한다. 6개월 내 관련 리스크가 풀릴 것으로 보여 장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2호 (2021.06.09~2021.06.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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