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검찰, 두 달간 가해자 조사 0회..국선변호사도 방치

조현의 2021. 6. 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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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관련 사건을 초기에 넘겨받은 공군검찰이 두 달간 가해자 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처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공군검찰은 통상 피해자 조사부터 한 뒤 가해자 조사를 진행하는데, 당시 이 중사의 심리적 불안정 등을 이유로 피해자 조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가해자 조사도 연쇄적으로 늦어진 것이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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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6일 선임의 성폭력과 공군 내부의 회유 시도를 견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 중사의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성남=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관련 사건을 초기에 넘겨받은 공군검찰이 두 달간 가해자 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처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또 공군은 피해자 신고를 한 직후 군 법무관을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한 데 이어 해당 국선변호인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기까지 한 피해자를 사실상 방치한 정황도 드러났다.

6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이 모 중사가 3월 초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약 한 달 만인 4월 7일 20비행단 군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공군검찰이 가해자인 장 모 중사를 상대로 첫 피의자 조사를 한 건 55일만인 지난달 31일로 파악됐다.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다. 이마저도 첫 조사 일정을 이달 4일 이후로 잡아놨다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되자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검찰이 피해자 사망 닷새만인 지난달 27일 장 중사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곧장 집행하지 않은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장 중사의 휴대전화는 첫 조사가 이뤄진 날인 같은 달 31일에야 임의제출 방식으로 늑장 확보됐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실은 "공군검찰은 장 중사의 조사 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지 않을 경우에 영장을 집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그가 휴대전화를 순순히 제출하는 바람에 집행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장 중사가)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충분히 삭제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공군검찰은 통상 피해자 조사부터 한 뒤 가해자 조사를 진행하는데, 당시 이 중사의 심리적 불안정 등을 이유로 피해자 조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가해자 조사도 연쇄적으로 늦어진 것이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군사경찰 조사 때부터 이미 피해자와 가해자 주장이 극명히 엇갈렸고, 사건 송치 직후인 4월 15일 피해자는 군 성고충 상담관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상황이었다.

군사경찰 초기 조사에서 피해자 진술은 확보된 상황이었던 만큼, 군검찰이 가해자 및 목격자 등을 우선적으로 조사했다면 최악의 상황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검찰이 성추행 사건을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했는지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의 국선변호인 제도의 허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군 법무실은 성추행 피해 신고된 정식 접수된 지 엿새 만인 3월 9일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군 법무관을 국선변호사로 지정했다.

공군은 군내 사건 피해자 발생 시 군 법무관 2명을 돌아가며 국선변호사로 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검찰과 '같은 사무실' 소속인 군 법무관을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한 것이다.

실제로 국선변호인은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면담하지 않았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전화 통화만 몇 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이 중사의 국선변호사는 선임된 뒤 결혼과 신혼여행, 이후 자가격리 등 개인 사정으로 면담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했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공군이 이후 국선변호인을 추가로 지정하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사는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이 중사 사망 직후 민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 중이다. 피해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국선변호인 제도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던 셈이다.

유족 측은 내주 초 국선변호인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할 방침이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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