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수 캐스터의 헤드셋] 후배들에게 롤 모델 되어줄 수 없겠습니까

데스크 2021. 6. 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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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 ⓒ 뉴시스

롤 모델 (role model) : 자기가 해야 할일이나 임무 따위에서 본받을 만하거나 모범이 되 는 대상.


야구선수들에게 롤 모델이 누구냐고 질문하면 과거에는 많은 선수들이 타자는 주저 없이 이승엽 선수를, 투수들은 고민하지 않고 박찬호 선수를 꼽았습니다.(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선수의 이름이 불렸지만) 그만큼 그들은 야구를 잘했고 누구도 가까이 다가서기 어려울 만큼 큰 족적을 남겼기에 슈퍼스타이자 롤 모델로 꼽힐 수 있었지요.


최근 선수들의 롤 모델은 조금 바뀌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누구를 지목하든 그건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각자가 닮고 싶은 선수가 다른 것은 각자의 성향이 다르고, 추구하는 야구의 방향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지금의 선수들이 꼽는 롤 모델은 야구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더군요. 야구는 물론이며 인격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한 선수는 명단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시대가 달라졌고, 팬들도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며 스타플레이어에게 요구하는 사항도 이전과는 확연히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6일(한국시각) MLB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이 특별한 이벤트를 펼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리는 템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서 추신수 선수의 버블헤드 인형을 7000명에게 선물할 계획이라고 말이죠.


지금은 MLB를 떠나 KBO리그 SSG랜더스의 일원이지만 2014년부터 2020시즌까지 7년 동안 텍사스 레인저스의 선수로서 높은 출루율과 함께 허슬플레이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기부와 선행으로 슈퍼스타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 주었지요. 오래 전부터 계획됐던 이벤트였다 하더라도 팀과 리그를 떠난 선수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가 보여주었던 모든 것이 박수 받기에 충분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후배 선수에게 롤 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이유입니다.


2021시즌 독립 야구단 경기도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시흥 울부스” 진야곱 감독. 2008년 두산 베어스 1차 지명으로 2017시즌까지 프로통산 143경기 12승 1무 12패 10홀드 5.69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선수이며 독특한 이름과 귀여운(?) 이미지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입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가 감독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는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 중 닮고 싶은 감독을 꼽아달라는 말에 주저 없이 김진욱 감독을 롤 모델로 삼고 싶다고 했습니다. 진야곱 감독은 “지금까지 함께했던 감독님들 모두 각자의 장점이 있지만, 김진욱 감독님은 코치 시절부터 선수들과 항상 격의 없이 소통하셨어요. 김진욱 감독님의 리더십과 소통 방식을 흡수해서 선수들을 이끌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첫 걸음을 내딛지만 진 감독 역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롤 모델로 삼고 싶은 감독이 이미 마음속에 있었다는 말이죠.


잠깐 김진욱 감독의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2017년 KT 위즈의 감독으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를 묻자 “사장님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믹스커피를 준비해주셔서 내 마음이 움직였다”고 답했습니다.


연이어 코칭 스테프 선임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수석코치는 선임을 했다. 바로 직전까지 함께 중계방송을 했던 임용수 캐스터가 수석코치”라고 답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지요(언젠가는 김진욱 감독과 꼭 중계방송에서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가볍게 던지는 그의 유머가 바로 진야곱 감독이 느꼈던 선수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롤 모델이 있습니다. 내 곁에 늘 함께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내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의 누군가일 수 있습니다. 책에서 만났던 위인 혹은 TV속 연예인,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오피니언 리더, 스포츠 스타.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영광스럽고 으쓱할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책임이 따르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이며 독립운동가,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 임시정부 주석이셨던 백범 김구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아무나 해서도 안 되고, 아무나 될 수 없는 것이 롤 모델입니다.


추신수 ⓒ 뉴시스

이런 꿈들을 많이 꿉니다. 야구를 잘하고, 연봉을 더 많이 받고, FA가 되어서 큰돈을 벌어 성공을 해야지!


얼마든지 응원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충분히 축하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거액의 연봉에 합당한 책임. 혹자는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부자는 많은데 존경받는 부자가 많지 않다고 말입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과 돈 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 연봉 많이 받고 야구만 잘하는 선수를 넘어, 돈도 많이 벌고 야구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선수를 보고 싶습니다.


올해는 유독 스포츠 전반에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었죠. 그래서 더욱이 강조되는 것이 선수들의 인성. 각 스포츠 단체에서 제도적인 장치를 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지만 결국 실천 여부는 선수 본인에게 달려있기에 스스로의 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며칠 전 들려온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 통산 135승의 투수의 불법도박과 승부조작. 공교롭게도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문제가 또 현실로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한쪽에서는 리그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는 슬픈 소식으로 인해 맥 빠지고, 허탈합니다.


후배들에게 롤 모델이 되어줄 수 없겠습니까.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백범 김구 선생님의 명언을 다시 한 번 남깁니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글/임용수 캐스터

데일리안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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