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만큼 좋다"던 지브리 최초 3D '아야와 마녀', "마법 사라졌다" 혹평

김용현 2021. 6. 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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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뻣뻣하고 생명력이 없으며, 값싸게 제작된 어린이 유튜브 영상과 비슷"
지브리 신작 '아야와 마녀' 스틸. 리틀빅픽처스 제공

‘애니메이션 명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3D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가 해외 공개 당시 혹평을 들었다. 지브리의 아버지 미아자키 하야오가 “픽사만큼 좋다”고 자평한 것과 달리 3D 그래픽에 관해 “수준 미달”이라는 외신의 보도가 잇따랐다.

지브리의 6년 만의 신작으로 한국에서 10일 개봉하는 ‘아야와 마녀’는 미국에선 지난 1월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당시 미국 매체 폴리곤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미야자키 하야오)가 ‘마침내 지브리도 픽사만큼 좋은 걸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로 감독은 “아버지가 픽사에 경쟁의식을 느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브리 신작 '아야와 마녀'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제공

고로 감독은 지난 2일 한국 기자들과의 화상 콘퍼런스에서도 이와 같은 긍정적인 자평을 이어갔다. 그는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지브리 내에서도 3D 애니메이션이 많은 사람에게 와닿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2D를 쭉 해와서 어떤 형태로 완성될지 감이 안 왔을 것”이라며 “작품이 완성된 후 지브리 사람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재밌다는 평가를 해줬다”고 말했다.

다만 공개 이후 미국에선 ‘아야와 마녀’에 관한 혹평이 이어졌다. 영화 전문 에디터 데빈드라 하다와는 ‘지브리 신작 ‘아야와 마녀’는 그 자체로 모욕’이라는 기사를 통해 “애니메이션이 전체적으로 뻣뻣하고 생명력이 없으며, 값싸게 제작된 어린이 유튜브 영상과 비슷하다”며 “음악은 우리가 과거 히사이시 조에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대부분 잊힐 수 있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한국 더빙판에서는 김윤아가 커버해 화제를 모았던 주제곡 ‘Don’t disturb me’는 일본의 유명 음악 프로듀서 타케베 사토시가 작곡한 록 장르의 노래다. 이 노래는 영화 스토리에서 핵심 매개체 역할을 한다.

지브리 신작 '아야와 마녀' 스틸. 리틀빅픽처스 제공

하다와는 ‘아야와 마녀’의 실패를 ‘아마추어적 접근’에서 원인을 찾았다. 고로 감독은 마이니치 만화 웹 인터뷰에서 “지브리 사람 중 나만 CG 창작법을 알고 있어서 누구와도 상의 없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기본적으로 버림받았기 때문에 젊은 스태프들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으며 베테랑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인터뷰에서도 3D 작업은 고로 감독만 하고 아버지 하야오 감독을 포함한 나머지 감독은 2D를 고수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브리에서 혁신적으로 만든 3D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아날로그 방식의 작업이었다. 고로 감독에 따르면 ‘아야와 마녀’에서 캐릭터 모델과 달리 디테일하고 눈에 띄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은 지브리 만화가들에 의해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디지털화를 거쳐 약간의 CG요소를 넣었을 뿐이다.

애니메이션계에서 픽사와의 경쟁 구도를 가져왔던 지브리가 이번 작품으로 3D 기술에선 완패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에선 “수년간 마니아층에서 ‘픽사와 지브리 중 어느 곳이 더 재능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가’라는 논쟁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지브리가 스토리부터 기술까지 거의 모든 레벨에서 열세임을 알 수 있었다”며 “지브리의 마법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지브리 신작 '아야와 마녀' 스틸. 리틀빅픽처스 제공

만화 전문매체 CBR은 “지브리는 표현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해서 제작자들이 머리카락의 움직임을 다루는 방식에서조차 캐릭터들의 감정을 나타냈다”며 “‘아야와 마녀’에선 등장인물의 얼굴과 자세가 너무 딱딱해서 효과적으로 이를 표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20년 전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도 구현했던 캐릭터의 털은 ‘아야의 마녀’의 고양이 토마스에겐 전혀 구현되지 않았다. 캐릭터의 머리카락은 거의 고정돼 있어 플라스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표현되는 자세도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캐릭터에서 보이는 질감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야와 마녀’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 신선도에서 관객 68%, 평단 32%을 받기도 했다.

‘아야와 마녀’는 ‘동료 마녀 12명을 완전히 따돌리면 아이를 찾으러 오겠다’는 수수께끼 같은 편지와 함께 남겨진 아야가 마법사 벨라와 맨드레이크의 집으로 입양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원작 소설 ‘이어위그와 마녀’를 5번 정독할 정도로 반한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들 고로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하며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어위그와 마녀’의 원작자 다이애너 윈 존스는 지브리의 대표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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