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선 비트코인이 '진짜 돈' 된다..법정통화 추진

이승호 2021. 6. 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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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6일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손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국가가 인정하는 진짜 ‘돈’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시도가 실제 이뤄지고 있다.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에서다.

로이터 통신과 미국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에 남긴 영상 메시지를 통해 비트코인을 일상생활에서 통용되는 법정 화폐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런 내용이 담긴 법안을 다음 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부켈레 대통령, 비트코인 법정통화 법안 제출

지난 4월 엘살바도르의 한 해변에 있는 카페에서 "비트코인 결제 됩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문구를 걸어놓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만일 법안이 제출되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부켈레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새로운 생각’이 엘살바도르 의회 과반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CNBC는 “법안이 시행되면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받아들이는 국가가 된다”고 전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영상에서 “(이 법안은)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식 경제 밖에 있는 이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민의 70% 정도가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현금으로 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금융 거래의 불편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


“금융 인프라 확립·송금 수수료 부담 덜자”

[사진 셔터스톡]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사용으로 막대한 송금 수수료 부담도 줄이기를 기대한다. 엘살바도르는 자국민이 해외에서 국내로 보내는 송금의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한다. 부켈레 대통령은 “현재 (송금액) 중 상당 부분이 수수료로 손실되고 있다”며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백만명 이상의 저소득층 가정이 받는 금액이 매년 수십억 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켈레 대통령은 디지털 결제 기업인 스트라이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트라이크 창업자인 잭 말러스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디지털화폐를 법정화폐로 채택하면 엘살바도르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전 세계적으로 통합된 개방형 결제 네트워크를 얻을 것”이라며 “비트코인을 보유하면 개발도상국 경제를 인플레이션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범죄집단 자금세탁·비트코인 변동성 우려

지난해10월 엘살바도르 특수경찰이 엘살바도르 산마르코스에서 진행된 법죄집단 소탕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하지만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에서 제대로 된 법정 화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범죄 집단이 기승을 부리는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이 이들의 자금 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여전히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의 특성도 법정 화폐로 사용될 때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중은 연일 암호화폐 압박

지난 1일 홍콩의 한 거리의 한 상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그려진 광고판이 걸려 있다.[AP=연합뉴스]

비트코인이 법정 화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은 암호화폐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더 죄고 있다. 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SNS 웨이보는 일부 암호화폐 관련 계정을 차단했다. 웨이보는 가상화폐 채굴업자, 상위 거래소 계정, 유명 인플루언서 계정, 가상화폐 지갑 등과 관련된 계정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웨이보의 행보는 중국 당국의 암호화폐 규제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중국 국무원은 류허 부총리 주재로 열린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에서 “비트코인 거래는 물론 채굴행위도 타격해 개인의 위험이 사회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 역시 같은 날 “앞으로 1만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는 국세청(IRS)에 신고해야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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