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바로 대통령된 적 없어"..윤석열에 대한 기대감 지운 김종인

나주석 2021. 6. 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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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순간 언급했던 김종인 달라진 태도 보여
3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공공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끝내고 나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야권 대선주자로 주목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의구심을 잇달아 제기해 눈길을 끈다. ‘별의 순간’ 등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에 대한 관심사를 밝혔던 시절과 사뭇 달라진 태도다.

5일 안상수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며 "지금은 경험 있고 노련한 리더쉽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인천광역시장을 지냈던 안 전 의원은 전날 김 전 위원장과 만나 국민의힘 당대표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 등 정치현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평생 검사로 살아왔던 윤 전 총장의 경험 부족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검사로 살아온 윤 전 총장의 정치 등에 과한 경험 부족은 단기간 내 극복되기 어려우며, 이는 대선행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을 두고서는 공직 생활 등으로 드러난 조직 장악력과 공정에 대한 그간의 이력 등이 내년 행보의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경제나 외교·안보에 대한 경험 부족 문제는 내년 대선 행보의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이다. ‘별의 순간’ 등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의 대선행에 관심을 보였던 김 전 위원장이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전과 분명히 달라진 태도다.

이에 앞서 김 전 위원장은 3일 경북대학교에서 가진 교수·학생들을 상대로 한 비공개 특강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포함해 대선 후보군 일반을 언급하며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며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윤 전 총장을 포함해 누구의 대선행보도 돕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과거에도 여러 번 경험을 해봤다"면서 "결국에 가서 결과가 늘 좋지 않으니까 나 스스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언급했다. 과거 자신이 도왔던 대선후보들 역시 확신을 가지 않은 상태에서 도왔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뿐이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을 도왔고,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시절 분당 사태 등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수습에 나선 적이 있다. 똑같은 경험을 이제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누군가를 돕는다면, 스스로를 실망시키지 않을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언급은 윤 전 총장에 대한 메시지로 풀이됐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류 변화는 이미 예전부터 감지됐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전 총장으로부터 4·7 재·보궐선거 3일 후인, 지난달 10일 전화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윤 전 총장이) 이런저런 인사차 이야기도 하고 해서, 언제 한번 시간 되면 만나보자 그랬는데, 현재로서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해선지 현재 상황에서 만남은 좀 피해야겠다는 연락이 (다시) 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것을 두고서 ‘그런가 보다’라는 그의 반응에는 ‘아쉽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이 모든 전말을 공개한 데는 더 이상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신 그는 그동안 자신이 윤 전 총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식의 세간의 보도, 언급에 대해 불쾌감 또는 서운함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이 연락 온 사실을 공개한 것은, 먼저 연락한 것은 윤 전 총장이었고 만남을 피한 것도 윤 전 총장이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함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관둔 뒤, ‘정치권을 떠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하지만 그가 내년 대선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의 뜻과 무관하게 그의 경륜과 지혜, 경험을 정치권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윤 전 총장에 관한 관심에서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뀌는 일련의 상황 변화 역시 내년 대선으로 가는 기나긴 드라마의 하나의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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