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지에 갈매기, 까마귀 몰려든 까닭

강주안 2021. 6. 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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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장, 소각장마다 동물 출현
인천 수도권 매립지선 갈매기떼
산 속 생활폐기물엔 까마귀 몰려
소각장선 쥐들이 숨바꼭질 생존

지난달 13일 오전 11시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제3-1 매립장에 생활폐기물과 건축폐기물 등을 실은 트럭이 줄지어 들어왔다. 트럭 중 일부가 생활폐기물을 쏟아내자 여러 명이 쓰레기 내용물을 확인한다. 심낙종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홍보부장은 “매립장으로 오면 안 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있는지 등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가 쌓인 곳에 가까이 가자 엄청나게 심한 악취가 풍긴다. 이 냄새를 참아가며 내용물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사이로 새들이 돌아다닌다. 모두 갈매기다. 작업자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를 노린다. 현장 관계자는 “생활 폐기물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으면 안 되지만 닭 뼈나 생선 뼈 등 새들이 좋아하는 음식 부산물이 섞여 있기 때문”이라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갈매기 배설물에 맞는 낭패도 종종 생긴다”고 설명한다. 새로 쓰레기가 쏟아지는 곳이면 어김없이 갈매기떼가 몰려든다고 한다.
지난달 21일 오후 경북 의성의 다인 쓰레기 매립장을 찾아가자 새로 버려진 생활폐기물이 쌓인 곳에서 수도권매립지와 비슷한 냄새가 진동한다. 산속에 있는 이 매립장에도 새들이 몰려왔다. 그런데 갈매기 떼가 뒤덮은 수도권매립지와 달리 시커먼 까마귀 떼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가까이 가자 흩어지기도 하고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 있으니 다시 쓰레기 주변으로 모인다.
동물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에서 가장 세력이 센 새들이 떼를 지어 쓰레기 매립장 구역을 차지하는 현상으로 풀이한다.
건물 안에 설치된 쓰레기 처리장에서도 동물이 목격된다. 지난달 21일 오후 경북 의성 생활폐기물 소각장에는 집에서 배출한 쓰레기를 소각장 한쪽에 쌓아두고 크레인으로 집어 소각로 안에 넣어 태우고 있었다.
소각장 관계자는 “모니터로 소각로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쓰레기를 태운다”며 “소각로 온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크레인으로 적당한 양의 쓰레기를 계속 집어서 소각로에 넣는다”고 설명했다. 쓰레기를 태워 발생하는 열을 온수와 난방에 활용한다.

지난달 21일 오후 경북 의성의 쓰레기 소각장에 쌓인 생활폐기물 사이를 돌아다니는 쥐들. 강주안 기자

크레인이 쓰레기 뭉치를 잡아 올려 이동하는 모습이 인형 뽑기 기계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크레인이 멈춘 사이 쓰레기 더미에서 검은 물체들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쥐다. 크레인에 잡혀서 소각로로 들어가진 않을까. 소각장 관계자는 “여기엔 늘 쥐들이 보인다”며 “쥐는 영리해서 크레인이 쓰레기를 집으러 오면 깊이 숨는다”고 말한다.
쓰레기가 계속 늘면서 매립장과 소각로를 지속해서 늘려야 하나 주민 반대 등으로 신규 설치가 어려워 앞으로 쓰레기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CNN 보도로 국제 망신을 당한 경북 의성의 ‘불법 쓰레기 산’을 처리한 씨아이에코텍 조일호 사장은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도 설비에 넣어 다시 분류작업을 하면 비닐 등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분량이 절반 이상 나오기도 한다”며 “매립장과 소각장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생활 쓰레기를 다시 분류해 더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시용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전략계획부 부장은 “서울ㆍ경기 주민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 제3-1 매립장이 2025년이면 찰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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