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 정부, 군대마저 회복 불가능으로 만들고 있다

데스크 2021. 6. 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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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등 온갖 갈등의 도가니가 되다
코로나19 등 다양한 핑계로 훈련 회피..본질은 북한 '눈치 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 28일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건군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공군의 축하비행을 보고 있다.ⓒ뉴시스

한 나라의 대표적 공권력은 군대와 경찰이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공권력의 위상도 말이 아니다. 요즘 경찰 관련 기사들은 공통점이 있다. ‘불신 자초한 경찰’이다. 이용구 차관 주폭 사건이 정점을 찍고 있다. 그러니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수사 발표도 외면 받게 되는 것이다. 치안과 사회질서라는 국가의 기틀을 유지하는 경찰이 이 모양이니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더 심각한 곳은 군대다. 경찰이야 공개된 조직이니 그렇다 치지만, 군대는 상대적으로 일반이 조직 내부를 잘 모르는 조직이다. 그런데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요즘은 군대 내 성폭행 문제가 지가를 높인다. 젊은 여성 간부가 성추행을 당했고, 상부에 피해를 호소하자 군은 회유하고 협박했다. 군의 이런 태도가 결국 그녀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았다. 이건 단순한 사건사고가 아니다. 군은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등 온갖 갈등의 도가니가 된 것이다.


얼마 전 한 신문 헤드라인에 <軍은 지금 적보다 ‘민원’이 두렵다>란 제목의 특집기사가 올라왔다. 근래 연일 군대 관련 이슈가 화제가 됐다. ‘부실 급식’ 문제에서 촉발됐다. 그리고 주제는 걷잡을 수 없이 전방위로 퍼져 나갔다. 이렇게 군대 뉴스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되는 이유는 군대 민원이 ‘이대남’ 논란과 직결되며 정치 이슈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군대는 젊은이들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불만이 모아지는 곳이 됐다.


필자의 외아들도 군인이다. 때문에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괴롭지만 안 볼 수가 없다. 필자도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예비역이기 때문에, 최근 군대 분위기의 변화가 놀랍기만 했다. 이게 군대인가? 아니지 시대가 바뀌었으니 분위기를 따라야지...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래도 군대인데...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니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연령대 때문인지, 주변에 많은 지인이 군대에 자식을 보냈거나 곧 보낼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이대남 자식을 둔 아빠들의 답답한 수다를 들어보고 상황을 판단해 주기 바란다.


“부실 배식 문제가 나왔을 때 아들과 통화했는데 불만이 많더라구.”

“왜? 그런 음식을 받았데?”


“아니... 아들이 휴가 복귀해 격리 생활을 할 때도 배식이 부실하긴 마찬가지였는데, 밖에서 근무하고 작업하는 전우들이 더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참았데. 격리 생활 동안 휴대폰을 쓰는 ‘호사’를 누리니 그걸로 만족했다는 거야. 편한 생활이 미안하기도 하고... 음식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동기에게 전화해 PX 음식을 넣어달라고 하고 견뎠다네. 그런데 요즘 부실 배식 문제가 터지자 일반 병사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네. 간부들은 혹시 이 국면에 불똥이 튀어 진급이 물 건너갈까 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네. 격리병사 식판을 우선 챙기고 과장된 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올리는 경쟁을 하니 불만이 많다네.”


실제로 그랬다. 필자의 아들도 격리기간에 답답해 죽겠다고는 했지만 부실 배식 문제는 감내하는 분위기였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했다. 휴가도 그렇지만, 복귀 후 격리기간 경계근무 등 고된 일을 나누어 감당해야 하니, 그들이 더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부대 내에서는 휴대폰 사진 기능이 제한되는데 어떻게 그런 사진들이 올라가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보통 병사들은 군대에서 휴대폰 사용을 할 때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을 깔아 사진 촬영을 제한하는데 이런 사진이 온라인에 도는 것을 보며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군대 이슈를 선도하는 <군인권센터>에 대한 불만들도 많다. ‘공관병 대상 갑질’ 이슈로 화제가 된 시민단체다. 조리돌림의 대상이었던 박찬지 예비역 대장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잘 모른다. 활약하던 <군인권센터>는 군과 예비역 장성 개인의 명예 손상에 대한 어떤 반성도 없이 다방면으로 영역을 넓혔고 매일 쇄도하는 언론 인터뷰에 바쁘다. 현역으로 근무하는 병사들은 병역을 기피한 사람들이 병사인권을 빌미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군대는 시민단체에게 진정한 ‘블루오션’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병역기피자들이 알배기를 해 꿀을 빨고 있으니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는 분위기다. 예비역 장성들이 군 관련 이권을 독점했는데 시민단체라는 천적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일반 병사가 군대 내 불이익을 당했을 때, 나서 줄 사람이나 단체가 없으니 이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이는 군 수뇌부의 안이한 태도와 관료주의가 원인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해결보다 무마하기 급급하다. 공개되면 정면 대응을 하지 않고 이들 단체와 거래를 하려 한다. 이를 위한 밑자락으로 국방부 등 군은 <군인권센터>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주고 예산을 편성해 준다고 한다. 군 기구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군대 검찰 등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면 이들의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는데, 제대로 일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병사들은 이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군대는 전투를 위한 조직이다. 전투를 위해 전투력이 필수고, 군인들의 사기(군기)는 전투력의 초석이다. 사명감 없는 직업 군인들이 진급만을 걱정하며 보신주의에 물들어 있는 한 군기가 올라갈 수가 없다. 지휘관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군 전력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 때 흘린 땀 한 방울이 전투에서 피 한 방울’이란 이야기도 있다. 훈련으로 땀을 흘리지 않으면 유사시에 피를 흘릴 가능성이 크고 결국 소중한 병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19 등 다양한 핑계를 들어 훈련을 회피한다. 본질은 ‘북한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지휘관은 사고가 나지 않아 좋고, 병사는 고된 훈련을 하지 않아서 좋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일지 모르지만, 그런 군대라면 왜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들여 유지해야 하는가? 작은 희생을 감수해야 더 큰 희생을 줄일 수 있다.


군인 아들을 둔 아버지 입장에서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만약에 상황에서 훈련이 부족해 생명이 위태로워 진다면 이는 방치할 수 없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은 국가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국가나 군인 개인의 안전을 원한다면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은 경제 등 국정 전체를 망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치명적인 해악은 안보를 망치는 것이다. 민원을 걱정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과장된 식판 공개를 경쟁하는 간부들이 자리를 보전하고 승진을 한다. 그게 제대로 된 군대인가? 그런 군이 지키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일리안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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