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호의 인상팍!] 위기의 벤투, 달콤한 승점 9 유혹 떨쳐내야

김평호 2021. 6. 5.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차예선 3연전 통해 한일전 참패 분위기 반전 나서
당연한 2차예선 전승,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
눈앞에 있는 승리보다는 최종예선까지 대비하는 운영 필요
파울루 벤투 감독이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지난 3월 한일전 참패로 위기에 놓인 남구축구국가대표 파울루 벤투 감독이 과연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은 6월 A매치 기간 동안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잔여경기를 치른다.


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투르크메니스탄과 대결을 시작으로 9일 오후 8시 스리랑카, 13일 오후 3시 레바논과의 3연전을 통해 최종예선 진출에 도전한다.


현재 벤투 감독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한일전 대패가 결정적이다. 벤투호는 지난 3월 일본 요코하마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0-3으로 패했다. 해당 경기는 ‘요코하마 참사’라 불릴 정도로 많은 축구 팬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이로 인해 경기 이후 벤투 감독이 한일전의 중요성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고, 선수기용과 관련한 소통과 전술 부재가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벤투 감독은 당시 일본전에서 올해 출전 기회 자체가 없었던 김영권(감바 오사카)과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홍철(울산 현대)을 수비 라인에 기용하며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특정 선수만 고집하는 ‘독불장군식 기용’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기도 했다.


한일전 패배로 위기를 맞이한 벤투 감독은 자신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한일전을 앞두고 이강인(발렌시아)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A대표팀 내에서도 주전급으로 볼 수 없었던 2명의 유럽파만 소집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에이스 손흥민(토트넘)과 ‘황태자’ 황의조(보르도) 등 사실상 최정예 멤버를 소집했다. 여기에 수비 라인의 핵심인 김민재(베이징)도 합류했고, 자신이 원하는 올림픽 대표 출신 선수 3명도 함께 발탁했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위협으로 2차 예선을 모두 홈에서 치르는 호재를 맞이했다. 불참 의사를 밝힌 까다로운 북한도 상대하지 않게 됐다.


벤투 감독은 이번 2차예선 3경기에서 반드시 승점 9를 얻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할 것이다. 보여주고 싶을 것이고, 화끈한 승리로 지난 한일전 패배 아픔을 만회하려 할 것이다.


3연승은 필요하고, 당연해보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달콤한 유혹이 될 수 있다. 승점 9를 얻기 위해 특정 선수만 기용해 3연승을 거둔다면 이는 한일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오히려 벤투 감독은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고도 손흥민, 황의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감독이라는, 본인에게는 다소 억울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당연한 승리에 여론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상대의 밀집수비를 제대로 뚫지 못해 행여나 졸전이 된다면 비난 여론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한일전에서 충격의 패배를 기록한 벤투호. ⓒ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 이전에 축구대표팀 최장수 사령탑이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차 예선에서 8전 전승을 거두고도 위기론이 불거졌었고, 결국 최종예선에서 고전하다 경질됐다. 이는 벤투 감독 역시도 2차예선 통과가 신뢰 회복에 100%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은 둥글다지만 어느 누구도 한국이 아시아지역 2차예선도 통과하지 못한다고 예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2차예선은 최종예선을 준비하는 마지막 시험대로 삼을 필요도 있다.


2차예선을 통해 최종예선에 돌입했을 때 손흥민과 황의조 등이 없는 상황도 대비해보고, 다양한 시험도 곁들이면서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전술적 완성도도 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벤투 감독은 특정 선수만 고집한다는 평가를 의식이라도 하듯 이번 대표팀 명단에 K리그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정상빈과 이기제(이상 수원), 강상우(포항) 등 새로운 얼굴들을 대표팀에 발탁했다.


2차예선은 이들의 역량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다. 물론 벤투 감독은 2년 전 두 차례 평가전을 앞두고 이강인(발렌시아)을 전격 발탁했지만 1분도 쓰지 않은 전력이 있다.


이번 2차예선은 결과 못지않게 팀을 이끌어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번 2차예선에서 달콤한 승점 9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데일리안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