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막내가 검찰국장에..친정부 검사들 '지휘부 대약진'
법무부가 4일 단행한 대규모 검찰 대검검사(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에서도 친(親)정부 성향 검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반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 변신을 꾀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 인사들은 승진 대상에서 누락됐다. 늦깎이로 검사장 그룹에 진입한 이가 있는가 하면, 검사장 승진과 함께 검사 인사를 쥐락펴락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깜짝 발탁된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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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 되자마자…‘소년 검찰국장’ 탄생
‘검사의 꽃’ 검사장 승진자 10명의 주축은 28기(5명)다. 예세민(47) 성남지청장은 검사장 승진과 함께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올랐다. 검찰총장의 비서실장 격이자, 검찰 사무와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검찰국과 실무 협의를 하는 비중 있는 자리다. 직전에는 예 청장보다 세 기수 위인 조종태(54·25기) 검사장이 맡았다. 같은 대검에는 이근수(50) 안양지청장이 공판송무부장, 최성필(53)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과학수사부장으로 승진해 포진했다.
이 밖에 문성인(54)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전주지검장, 박종근(53) 고양지청장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 검찰 간부는 “예 청장의 경우 과거 대학 시절 운동권에 몸담았던 것으로 알고, 문 차장의 경우 KBS의 ‘한동훈 녹취록’ 오보의 피의자로 지목된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사건을 조용히 처리한 공을 인정받은 듯하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검사는 “대개 승진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이들이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29기에서도 4명이 검사장에 올랐다. 검사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는 신임 검찰국장에 오른 구자현(48)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다. 추미애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지낸 그는 검사장으로 승진하자마자 ‘빅4’ 중 하나인 검찰국장에 올랐다. 검찰국장은 검사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라 검찰 내에서 핵심 실세로 통한다. 전임인 이정수(52·26기) 검찰국장보다 세 기수나 아래여서 “이번 인사 중 가장 이례적”(수도권 지검 검사)이라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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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기 대거 승진했지만…尹 측근은 탈락
조국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지낸 박재억(50)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수원고검 차장검사, 이명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배우자인 홍종희(54) 인천지검 2차장검사는 서울고검 차장검사, 추 전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 사건을 무혐의로 지휘한 김양수(53)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검사장 막내 기수를 28기에서 29기로 한 기수만 올리면서 수뇌부의 지나친 연소화 우려를 씻었다.
반면, 윤 전 총장이 대검·서울중앙지검 내 요직에 발탁했던 검사들은 승진 명단에서 빠졌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에서 각각 1차장검사와 형사1부장을 지낸 신자용(49·28기) 부산동부지청장, 홍승욱(48·28기) 천안지청장은 물론, 29기에서도 권순정 전주지검 차장검사(전 대검 대변인), 김유철 원주지청장(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송경호 여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신봉수 평택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등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 배제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코드 인사’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27기에선 주영환(51)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보임하면서 3수 끝에 검사장이 됐다. 주 분원장은 윤 전 총장의 결혼식 사회를 보는 등 측근으로 분류되는 탓에 박 장관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기조실장에 발탁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발탁 이후 서열·기수 파괴 인사가 뉴노멀이 됐다”며 “한편으론 원칙 없는 인사가 만연해지면서 인사권자의 메시지를 읽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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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정 고검장 승진, 조남관·구본선 연수원行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으로 꼽히는 김관정(57·26기) 서울동부지검장은 동기 중 유일하게 수원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김 지검장의 승진으로 고검장 기수는 직전 24기에서 26기까지로 낮아졌다. 이 밖에 김학의 전 차관 3차 수사를 지휘,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한 여환섭(53·24기) 광주지검장은 대전고검장, 권순범(52·25기) 부산지검장은 대구고검장, 조재연(58·25기) 대구지검장은 부산고검장, 조종태 대검 기조부장은 광주고검장으로 각각 영전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의 사퇴로 약 3개월 간 총장 직무대행을 지내면서 검찰총장 후보 4인에 포함됐던 조남관(56·24기) 대검 차장검사는 한직인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됐고, 역시 총장 후보였던 구본선(53·23기) 광주고검장은 동기인 강남일(52·23기) 대전고검장과 함께 검사장급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강등됐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관련 재소자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이끌었던 고검장들에 대한 망신주기 인사”란 말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대진(57·25기)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 한동훈(48·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각각 발령되면서 둘 다 1년 6개월이 넘도록 비(非)수사부서에 남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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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기 검사장 승진 제외…연소화 방지
기존 검사장들은 대부분 순환 배치된 가운데 보임한 지 6개월이 채 안 된 심재철(52·27기) 서울남부지검장은 유임됐다. 대전지검에서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이두봉(57·25기) 대전지검장은 인천지검장, 친정부 성향의 신성식(56·27기) 대검 반부패부장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수원지검장으로 옮겼다.
앞서 검사장 승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던 박은정(49·29기) 법무부 감찰담당관, 김태훈(50·30기) 법무부 검찰과장, 진재선(47·30기) 서산지청장, 임은정(47·30기)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등도 이번 인사에선 제외됐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번 인사과정에서 검찰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법무부 장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고, 그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하준호·정유진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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