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라 불린 中추남의 반전..하버드가 군침 흘린 '수학천재'

이민정 2021. 6.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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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클어진 머리, 고르지 않은 치아, 어눌한 말투. 사람들은 그를 추남(醜男), 또는 바보라 불렀다. 그의 진가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난달 31일 중국 온라인 교육 미디어와 길거리 인터뷰하고 있는 웨이 동이. [바이두 캡처]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바보’ 이미지로 주목받은 한 남성이 사실은 미국 하버드대가 모셔가고 싶어했던 ‘수학 천재’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반전의 주인공은 중국 명문 베이징대 수학과 조교수인 웨이 동이(29)다. 웨이 동이는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미디어 길거리 인터뷰에 출연했다가 '벼락 관심'을 받았다.

당시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힘내세요. 베이징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또 무슨 말을 해야 하죠?”라고 답했다. 찐빵 한 봉지와 1.5ℓ 생수 한병을 꼭 쥔 채였다. 30초 짧은 인터뷰였지만 네티즌은 그의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퍼 나르며 중국판 틱톡 더우인(抖音)에서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그런데 현지 언론 취재 결과 그가 베이징대 수학과 최연소 조교수로 밝혀지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보도에 따르면 산둥성 출신인 그는 수학도들에게는 유명한 ‘수학 천재’다. 탁월한 재능에 베이징대에서는 '갓(God) 웨이'로도 불린다고 한다.

웨이 동이의 은사인 장 용화 산둥사범대부속중학교 수학교사는 “전체 성적은 높지 않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수학을 잘했다. 명문고인 산둥사범대 부속고등학교가 특별전형으로 그를 모셔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청소년 시절 중국 내 수학 경시대회를 휩쓴 그는 2008·2009년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중국 고등학생 대표로 출전해 2년 연속 금메달을 수상했다.

길거리 인터뷰에 응한 웨이 동이. [바이두 캡처]

2010년에는 베이징대가 그를 무시험 특별전형으로 선발했다. 이후 국내외 수학대회에서 이름을 알렸고, 대학교 3학년 때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무시험 박사 과정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미국행 대신 베이징대 수학과 교수의 길을 택했다.

그의 생활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언제나 생수병과 찐빵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다녀 누구나 한눈에 그를 알아본다고 한다.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그의 한 달 생활비는 300위안(약 5만 원). 라디오와 수학 문제만 있으면 그는 하루 종일 심심하지 않다고 한다.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전기·수도 계량기를 확인하는 특이한 습관도 있다. 그의 사촌인 웨이 징저우는 “그는 소셜미디어(SNS)는 물론이고, 전화통화도 좋아하지 않는다”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고 전했다.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네티즌들이 그를 외모만으로 단정하고 평가한 일에 아쉬움을 전했다. 친구 샤오는 “웨이 동이는 평소와 다르게 수학 관련 얘기만 하면 단호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면서 “호기심이 많고 질문이 많을 뿐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장민순 리서처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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