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 넘은 군 기강 해이, 지휘관부터 정신 차려야
훈련 않고, 인기 위주 지휘가 문제
군대 기강이 말이 아니다. 장병에 대한 부실 급식 문제가 불거지더니 이젠 은폐한 군 내 성추행 사건이 연이어 폭로되고 있다.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에서는 훈련병 인권을 중시하라는 육군 지휘부 방침에 따라 훈련병이 조교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동해에서 민통선이 연이어 뚫렸다. 군 곳곳에서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은 안보를 군에 맡기기에 앞서 분통부터 터진다. 아무리 좋은 첨단무기를 가져도 기강이 무너진 군대는 희망이 없다.
성추행을 당해 지난달 2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군 부사관 이모 중사는 1년 전에도 다른 상사로부터 성추행당했던 사실이 어제 뒤늦게 공개됐다. 당시 이 중사는 성추행 사실을 보고했지만 공군은 수사는커녕 오히려 회유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중사 유족 측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된 2명 이상의 간부를 어제 국방부 검찰단에 고발했다. 그저께는 공군 모 부대의 하사가 여군 숙소를 무단 침입한 뒤 여군 속옷과 신체를 불법으로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적발됐다고 군인권센터가 공개했다. 하지만 공군은 현행범인 하사를 구속하지 않고 보직만 바꾸는 수준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었다고 한다.
군 기강 해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경계 실패→명령 불복종→군 급식 부실→성추행 사건’ 등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 내용도 점차 악성으로 바뀌고 있다. 기강 해이가 군 전체로 깊이 확산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 군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가장 큰 이유는 훈련하지 않아서다. 남북 9·19군사합의 이후 훈련을 정상적으로 하지 않고, 장병의 인권과 복지만 강조하다 보니 군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군 전투력은 강도 높은 훈련과 기강, 그리고 무기에 의해 나온다. 그런데도 훈련하지 않고 기강이 무너지니 군이 군 같지 않은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군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 장병 급식 문제만 해도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국방부가 미리 조치했어야 했다. 격리되지 않은 장병들이 먼저 먹고 남은 음식을 격리 장병에게 가져다 주니 당연히 부실할 수밖에 없다. 더 한심한 일은 급식 문제가 발생한 지 한참 뒤까지도 국방부와 각 군은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정치권 눈치를 보는 주요 지휘관들이 인기 위주로 부대를 운영하며 인권만 강조했다. 그러니 일선 지휘관은 병사에게 엄격한 규율을 내세울 수 없었고, 유약해진 병사들은 지휘관을 만만하게 보는 풍조가 생겼다. 이래선 안 된다. 이제라도 군을 군답게 만들어야 한다. 엄정한 군기와 인권은 함께해야 한다. 군 수뇌부부터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청와대가 정치권의 군 인사 개입을 막아야 한다. 국민은 오합지졸의 군대를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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