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아웃도어 열풍..이번엔 'Young'이다

반진욱 2021. 6. 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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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닝아웃·젊은 감각에 MZ세대 '우르르'

#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정현 씨(29)는 자타 공인 ‘등산 마니아’다. 관악산·북한산 등 서울 시내 산을 비롯해 오대산·지리산 등 먼 지방 산까지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박 씨가 처음부터 산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 그는 헬스클럽에서 실내 운동을 즐기는 ‘헬스족’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박 씨 취향을 바꿨다. 헬스장이 잇따라 폐쇄하자 운동할 곳을 찾던 그는 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등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장비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등산복·등산화는 물론 각종 장비도 ‘폭풍 구매’했다.

“험준한 등산로를 계속 걷다 보니 등산복과 등산화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디자인이 예쁜 옷이 많아 거부감도 들지 않는다. 내 몸을 위한 투자인 만큼 돈이 아깝지 않다. 기능성 좋은 제품이 나오면 언제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아웃도어’가 다시 돌아왔다. 2019년까지 하락 일로를 걷던 아웃도어 업계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코로나19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레저 활동 열풍이 분 덕분이다. 해외여행과 실내 운동이 막힌 20대와 30대 청년층이 등산과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으로 눈길을 돌렸다. 성장세는 수치로 나타난다. 신한카드가 2021년 3월 개인 신용카드 오프라인 카드 승인 금액을 분석한 결과 스포츠·문화·레저 품목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2.1% 상승했다. 의류 쇼핑몰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한 주요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의 합산 매출은 2019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2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162% 신장했다. 올해 1분기 거래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 올랐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아웃도어 인기는 뜨겁다. 지난 2월 롯데백화점 전 점포의 아웃도어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늘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2월 아웃도어 매출이 작년보다 64.1%가량 증가했다. 3월은 103.3%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도 2월 43.5%, 3월에는 58.1%의 증가율을 보였다.

모처럼 찾아온 호황을 아웃도어 업계는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신제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MZ세대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MZ세대와 외국인 등 등산을 즐기는 사람 범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맞춰 아웃도어 업계도 활발히 상품을 내놓는다. 사진은 외국인 등산객 대상으로 등산화 대여점을 연 블랙야크. <매경DB>
▶‘미닝아웃’ 승부수 노스페이스

▷수지 신발 대박 행진 이어간 K2

노스페이스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했다. 반응은 뜨겁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빅샷’ 가방의 경우 무신사에서 지난해부터 가방 부문 주간·월간 매출 1위 자리를 1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무신사 고객층은 70%가 1020세대다. ‘미닝아웃’ 제품 인기에 힘입어 관련 상품을 추가로 내놨다. 제주에서 수거한 100t의 페트병을 재활용해 탄생한 ‘노스페이스 K에코 삼다수 컬렉션’과 ‘노스페이스 K에코 티셔츠 컬렉션’ 등 친환경 제품이 대표적인 예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친환경, 착한 소비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겨냥해 만든 후드티·티셔츠 등 의류 상품이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등산 브랜드 K2와 블랙야크는 광고 모델 효과를 톡톡히 봤다. K2는 2030 세대에서 인지도가 높은 가수 수지를 내세워 ‘대박’을 터뜨렸다. 일명 ‘수지 하이킹화’로 불리는 K2 ‘플라이하이크 큐브’는 5월까지 5만켤레 이상 팔렸다. K2측이 예상한 판매량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초도 물량은 물론 2차 추가 생산 물량까지 모두 다 팔려 현재 3차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올해 3월 판매를 시작한 워킹화 ‘플라이워크 맥스’는 5월 기준 2차 생산 물량의 75%가 동났다. 수지가 광고에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던 등산 의류 ‘FLY 트레이닝 아노락’ 역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생산 제품의 70%가 이미 팔려 나갔다.

블랙야크도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가수 ‘아이유’ 효과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유 등산화’로 유명세를 탄 ‘야크343 D GTX’는 공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엄청나게 팔려 나갔다. 아이유가 블랙야크 화보 촬영 때 신은 베이지 색상의 경우 판매 한 달 만에 생산량의 절반이 팔렸다. 덕분에 올해 1분기 블랙야크 신발 라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1% 성장했다.

아이유가 광고에서 착용한 고어텍스 등산복 ‘M머스트GTX자켓’은 일부 색상이 모두 팔려 재생산에 들어갔다. ‘BAC백운2자켓’ ‘B엑스퍼트2L자켓’도 모두 공개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판매율 40%를 넘겼다.

코오롱스포츠와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은 2030세대 맞춤 디자인으로 인기를 끈다. 코오롱스포츠는 기능성 운동화 ‘무브(MOVE)’가 대표 상품이다. 등산화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 채 디자인을 ‘젊게’ 만들었다. 첫 판매를 시작한 지난가을부터 평균 판매율 90%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인기는 해가 바뀐 2021년에도 여전하다. ‘무브’ 효과에 힘입어 코오롱스포츠의 올해 1분기 신발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270% 성장했다.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은 10대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한 어글리 워킹화 ‘조거 FLEX’를 선보였다. 독특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MZ세대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신사에서만 1년 동안 4000켤레 이상 판매됐다. 구매 후기 역시 4000여건이 넘는 등 호평을 받는다.

노스페이스는 ‘친환경’ 제품으로 인기를 끈다(좌). K2는 가수 ‘수지’ 효과에 힘입어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우). <영원아웃도어, K2코리아 제공>
▶아웃도어 열풍 계속되지만

▷젊은 감각 유지해야 살아남아

업계에서는 ‘아웃도어’ 열풍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본다. 등산을 비롯한 야외 활동을 즐기는 젊은 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해외여행과 실내 운동이 힘들어지면서 등산이나 트레일 러닝(산을 따라 뛰는 운동) 등 야외 활동을 즐기는 MZ세대가 늘어났다. ‘산린이’를 막 벗어난 이들이 전문적인 장비를 찾으면서 등산 스틱 등 용품 판매량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인식 변화도 인기가 쉬이 식지 않는 이유다. K2 관계자는 “과거 ‘아재’ 활동 취급을 받던 등산·캠핑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2030세대에게는 현재 산행과 캠핑이 하나의 트렌드이자 휴식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에 맞춰 젊은 세대를 겨냥한 영(Young) 하이킹 제품을 내놓고 인플루언서·디지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최근 아웃도어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의 트렌드에 맞추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아웃도어 업계가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브랜드가 수혜를 입지는 못했다. 전형적인 ‘K자형’ 성장을 기록했다. 친환경 등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업체는 오히려 매출이 하락했다.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의 신념과 가치관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노스페이스 관계자의 분석이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1호 (2021.06.02~2021.06.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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