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한 냄새가 스멀스멀.."저 집 화장실에서 또 담배 피워?"
현행법상 층간 흡연 막을 제도 없어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김모(31)씨는 최근 층간 흡연 문제로 이사를 고민하게 됐다. 김 씨는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 담배 냄새가 계속 들어와서 미칠 지경"이라면서 "관리사무소에 항의도 해보고, 엘리베이터에 흡연 경고문까지 붙여봤는데 소용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참다 참다 결국 아래층에 가서 직접 항의했다. 그런데 '우리 가족 중 담배 피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하더라"며 "어디서 담배를 피웠는지 모르니 답답하다. 제발 담배는 흡연 구역 가서 피웠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 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입주민들이 덩달아 늘고 있다. 이들은 베란다와 욕실 환풍기 등을 통해 들어 오는 담배 냄새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실내 흡연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흡연자들은 거주지에서의 흡연까지 법적으로 제재할 경우, 담배를 피울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는 직장인 정모(30)씨는 집 안으로 들어오는 담배 냄새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 씨는 "집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담배 냄새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 특히 화장실에는 담배 냄새가 배어 있을 정도"라며 "길 가다가 담배 냄새 맡는 것도 싫은데 편안히 쉬어야 할 집에서까지 담배 냄새가 나니 괴롭다"고 했다.
정 씨처럼 층간 흡연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입주민들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층간 담배 냄새(간접흡연) 피해 민원은 2844건으로, 2019년 2386건보다 19.2% 증가했다.
앞서 정부 또한 층간 흡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2018년 시행했으나, 이웃 간 갈등은 여전한 모습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입주자는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 흡연으로 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또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자는 관리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고 흡연을 중단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법의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관리 주체의 조사 방법 및 권한 범위 등이 명확히 표기돼있지 않아 비판이 일기도 했다. 결국 층간 흡연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입주민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인 것이다.

이 가운데 층간 흡연으로 인한 이웃들 간의 분쟁이 각종 사건·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은평구에서 한 80대 남성이 "담배를 피우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이웃에게 위협적인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이 남성은 창문을 통해 위층에 사는 이웃에게 "왜 아래층 사생활에 간섭해? 네가 감시하는 X이야?"라고 욕설을 하며 "올라가서 XXX를 확 찢어놔 버려"라는 등의 위협성 발언을 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8월에는 50대 남성이 간접흡연 문제로 갈등을 빚던 옆집 남성을 흉기로 찔러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문제는 간접흡연이 사실상 흡연하는 것과 같은 피해를 준다는 데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는 800만 명이며 그중 간접흡연으로 인한 사망은 60만 명 이상이다. 전 세계 남성 사망률의 16%, 여성 사망률의 7% 또한 담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흡연 구역이 지나치게 적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신을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금연 구역은 많은 데 비해 흡연구역이 너무 없는 게 문제"라며 "차라리 흡연구역을 확대하고 흡연구역 외 공간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벌금을 세게 부과하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다른 나라의 경우, 층간 흡연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시는 2010년부터 공동주택에서 100% 완전 금연 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주에서 또한 공동주택 흡연을 규제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오클랜드도 85%의 아파트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층간 흡연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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