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조심' 경고가 되레 호재? 6일 연속 상한가 380% 폭등
지난달 24~25일 상한가를 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삼성스팩4호는 지난달 26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한국거래소가 소수의 특정 계좌에서 거래가 집중되는 이상 징후를 포착해서다. 그런데도 가격 급등과 이상 매매가 반복되자 거래소는 이튿날인 27일 이 종목을 한 차례 더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지난달 28일엔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거듭된 경고에도 삼성스팩4호는 지난달 31일까지 6일(거래일 기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 주가는 379.8% 폭등했다. 경고 직전과 비교해도 184% 뛰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쓸어담은 결과다. 기업 인수 소식 같은 호재는 없었다. 대신 인터넷 주식 토론방에는 "투자주의 지정은 주가엔 호재다" "투자경고는 명예로운 훈장" 같은 글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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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보는 호재"…제도 실효성 의문
국내 주식시장에 시장 경보 조치가 잇따르지만, '약발'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장 경보 후에도 주가가 폭등하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시장 경보는 투기적 거래나 불공정 거래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에 내리는 경고 조치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의 3단계로 시장 경보를 발동한다.
투자주의 종목 지정 후 주가가 3일간 100% 오르면 투자경고 종목이 되고, 그 뒤 3일간 45% 상승하거나 5일간 60% 오르면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되는 식이다. 주의에서 경고로 넘어가게 되면 신용거래가 제한되고, 거래마다 거래액만큼(100%) 위탁증거금을 내야 한다. 투자위험 종목이 되면 거래도 하루 정지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시장 경보 조치가 급증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지정된 투자경고 건수는 2019년 171건에서 지난해 386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5월까지 142건에 달해 2018년(144건), 2019년(171건)의 연간 수준에 육박했다.
가장 강력한 수준의 경고인 투자위험 건수도 2019년 12건에서 지난해 29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선 11건 나왔다. 이 중 NE능률 등 5건은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주, 최근엔 정치 테마주와 우선주, 스팩주 위주로 시장 경보가 발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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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경보 조치 후 주가·거래량 진정"
문제는 경고가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 있다. 경고 조치에도 주가가 뛰는 경우가 많아서다. 올해 들어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코스피 기업 중 지정 당일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건수는 33건에 달했다. 노루페인트우와 한화투자증권, 동양2우B 등이 대표적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오히려 경고를 급등 신호로 받아들이고 주식을 사기도 한다"며 "시중에 돈은 많은데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투자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경보 조치가 악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장 경보 조치는 사실상 이유 없이 뛰는 주가를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소는 지난해 하반기 시장 경보 제도 개선을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연구 용역을 통해 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며 "경고 후 주가가 뛰는 부작용도 일부 있지만, 전체적으로 주가와 거래량이 진정되고 '뇌동매매(남들 따라 주식 매수)'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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