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왜? [국민적 관심사]
대통령 연령 제한은 이승만 대통령이 1952년 시작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헌법에 삽입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39세 나이로 당선됐다.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는 취임 당시 34세였다. 영국 캐머런 총리는 38세에 보수당 당수에 올랐고, 총리가 돼 정권 교체를 이뤘다.
한국에서 ‘30대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1위에 오른 이준석(36) 후보의 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그는 내년 대선에 대통령 후보로도 나설 수 없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 선거 피선거권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3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피선거권을 40세 이상에게만 부여한 헌법 67조 및 공직선거법 16조를 거론하며 “차별이자 불공정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1992년생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36세의 이준석이 제1야당 대표가 될 수 있다면 마흔이 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선거권 연령 제한 제도는 누가, 언제, 왜 만든 걸까. 다른 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을까. 하필 40세 이상(국회의원은 25세 이상)으로 제한을 뒀을까.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 제한 규정은 미군정기에 도입됐다. 제헌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1948년 3월 17일 제정·시행된 군정법령 제175호 국회의원선거법 제1조는 ‘국민으로서 만 21세에 달한 자는 성별, 재산, 교육, 종교의 구별이 없이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음. 국민으로서 만 25세에 달한 자는 성별, 재산, 교육, 종교의 구별이 없이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음. 연령의 산정은 선거일 현재로 함’이라고 규정했다.
당시에도 선거권·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연령 기준을 둘러싸고 논쟁이 있었다. 헌법재판소 산하 헌법재판연구원이 2019년 9월 펴낸 ‘피선거권 연령 제한의 헌법적 검토’라는 보고서에 기록돼 있다. 선거법 제정이 구체화되는 단계에서 한민당과 이승만 측에서 선거권자는 25세 이상, 피선거권자는 30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이에 김규식 당시 남조선과도입법의원 의장은 강력히 반대했고 결국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이 개입해 선거권을 21세, 피선거권을 25세로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이 규정은 70년 넘게 바뀌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제한 규정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에 만들어졌다. 애초 우리나라엔 대통령 연령 관련 규정이 필요 없었다. 대통령을 국회에서 간선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2년 소위 ‘발췌 개헌’을 통해 대통령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바꾸면서 연령 제한을 도입했다. 1952년 7월 18일 제정·시행된 대통령·부통령선거법 제2조는 ‘국민으로서 만 3년 이상 국내에 주소를 가진 만 40세 이상의 자는 피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했다.
이 규정은 이후 헌법에도 삽입된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만들어진 ‘1962년 헌법’ 제64조 제2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정했다.
많은 사람이 대통령 피선거권의 연령을 제한하는 제도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줄 알지만, 정확히 말하면 틀리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법률로 규정한 것을 박 전 대통령이 헌법에 넣었기 때문이다. 법률 개정보다 어려운 개헌을 통해 바꿀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40세’ 연령 제한이 고착된 것은 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 사정은 어떨까.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월 발표한 ‘청년 정치참여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면, 국제 평균 의회 의원 선거 피선거권 연령은 23세로 한국(25세)보다 낮다.
영국 호주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하원의원의 피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피선거권 연령 제한 제도가 다른 나라보다 더 엄격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역시 프랑스가 18세 이상, 미국이 35세 이상으로 한국보다 낮았다. 주요국 중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가 적어 비교해볼 만한 국가가 많지 않았다.
피선거권 연령 제한 규정은 국민 참정권과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이 규정의 위헌 여부를 심사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 규정에 대해 일관되게 ‘합헌’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연령 제한이 너무 높거나 낮아 합리성을 현저히 잃은 게 아니라면 피선거권을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부여할지는 입법자(국회) 재량이라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헌재는 ▲국민의 대의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쌓는 데 필요한 교육 기간 ▲납세 또는 병역의무의 성실한 이행에 필요한 기간 ▲선거권 연령보다 피선거권 연령을 높게 정하고 있는 다른 나라 예를 고려할 때 국회의원 선거 피선거권을 25세 이상에만 부여한 것은 위헌이 아니라고 봤다(2017헌마1362등).
헌재 판단을 놓고 비판도 있다. 반대 측은 대체로 ▲의원직 수행에 필요한 능력이 연령에 따라 확보되는 건 아니라는 점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병역미이행자·체납자의 피선거권도 직접 제한하지 않는 점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피선거권 제한 연령이 높은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다만 헌재가 대통령 선거 피선거권 연령 제한만 본격적으로 심사한 적은 아직 없다.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완화해 청년 정치참여율을 높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기준으로 40세 이하 청년의원 비율이 5%에 미치지 못한다. 전체 121개국 가운데 118위다. 노르웨이(34.3%) 스웨덴(31.4%) 덴마크(30.7%) 핀란드(29%)는 물론 일본(8.4%)보다 낮다. 피선거권 연령 제한 제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도 “국회의원 선거의 피선거권 연령이 25세로 국제 평균(23세)보다 높다는 점이 청년 정치대표성을 낮추는 요인에 포함될 수 있다. 피선거권 연령이 높을수록 청년의원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피선거권 연령이 청년의 정치참여 촉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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