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계정에 접촉.. 남성 2458명이 한 소름끼치는 행동

김준모 2021. 5. 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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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위왓치유>

[김준모 기자]

 <#위왓치유> 스틸컷
ⓒ 찬란
 
'우리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의 이 영화(<#위왓치유>) 제목은 시점에 따라 세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는 성범죄에 노출된 아이들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아이들은 SNS를 개설한 것만으로 성범죄의 표적이 된다. 둘째는 그런 성범죄자들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다. 영화는 페이크 계정을 통해 SNS를 통한 성범죄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셋째는 제목 앞에 태그(#)를 통한 운동의 의미다.   

체코의 한 통신 기업은 마케팅을 위해 바이럴 영상 작업을 의뢰했고, 감독 바르보라 차르포바와 비트 클루삭은 12살 여성의 프로필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만들어 채팅에 참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실험에 나섰다. 

두 시간 만에 83명의 남성이 대화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나체사진 요구와 가스라이팅, 협박, 그루밍 등에 충격을 받은 제작진은 실험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착수한다.

영화는 '체코 어린이의 60%는 부모의 제재 없이 인터넷을 하며, 그 중 41%는 타인에게 포르노 영상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50%는 낯선 사람과 아무렇지 않게 만나며 20%는 상대를 직접 만나기도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아이들이 심각한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10일 간의 실험을 계획한다. 평범한 집처럼 꾸며진 3개의 세트장을 배경으로 12살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만든다. 여기에 성인이지만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세 명의 배우들을 세운다.

테레자, 사비나, 아네슈카의 세 여성은 가짜 계정을 통해 화상채팅을 하게 되는 남성들 앞에서 12살 소녀인 척 연기를 한다. 남성들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포르노 배우를 고용해 남성들이 요구할 경우 보낼 합성 누드 사진을 만든다. 여기에 상황에 따른 알맞은 대처를 하기 위해 성과학자, 변호사, 경찰, 심리 상담가 등 전문가들이 촬영장에 함께 하며 자문을 한다. 물론 함정수사가 아니기에 상대를 자극하는 말과 행동은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했다. 

10일 간의 실험 기간 동안 이 가짜 계정에 접촉한 남성은 총 2458명이었다. 이들은 화상채팅을 시도하며 온갖 종류의 추태를 보인다. 가스라이팅과 그루밍을 통해 12살 소녀라 믿는 상대를 구슬리려고 한다. 그들은 그렇게 얻어낸 누드 사진으로 협박을 시작한다. 이런 그들의 행위는 성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오프라인에서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제작진 중 한 명은 채팅을 통해 그루밍을 시도하는 남성을 아는 사람이라 말했다. 그 남성이 아동시설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은 큰 충격을 준다. 제작진은 이들 중 21명과 세 여성이 만나는 과정까지 담았다. 일대일 만남 자리에서 12살 소녀를 연기한 여성들은 그들이 자신들에게 가한 성범죄에 대해 화를 낸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부끄럽고 떳떳하지 않은 것임을 인정한다. 허나 이 인정이 참회나 사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위왓치유> 스틸컷
ⓒ 찬란
 
작품은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해 세 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정신적으로 보호하는 건 물론, 왜 어린 소녀들이 이런 범죄에 빠져드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12살은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이다. 부모와의 관계가 멀어지면서 동시에 대화를 할 상대를 찾는다. 온택트가 익숙한 시대에는 이 역할을 또래집단이 했으나, 언택트의 시대인 현대에는 SNS를 통한 온라인 채팅이 일종의 소통창구가 된다.

적지 않은 미성년자들은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대화가 단절되거나 관계가 끊길 것이란 두려움에 떤다. 이를 노린 성범죄는 언택트가 가속된 현대에 더 큰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세 명의 연기자에게 접근한 남성들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한 건 물론, 15세와 12세 등급판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그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이 리얼 다큐멘터리는 'N번방 사태'를 통해 온라인 범죄의 심각성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강한 메시지를 준다. 온라인 성범죄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SNS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만남의 장을 열었으나, 그 만남에 좋은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이 작품의 12세 버전 역시 국내에 들어오기를,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언택트 시대에 자신들이 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인지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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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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