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하다 사망' 코로나 의심 고3..알고보니 사촌형 폭행
지난해 경북 포항에서 폐 손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의심됐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사촌 형의 폭행으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부(부장 권순향)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30)에게 상해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B씨(46)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포항 북구의 자기 집에서 사촌 동생 C군이 “물품 사기를 치고 인터넷 도박으로 돈을 빌렸는데 이자가 많이 불었다. 돈을 갚아 달라”고 하자 화가 나 나무 빗자루로 팔과 다리 등을 여러 차례 때렸다. 아버지 B씨는 조카로부터 체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C군의 몸에 난 상처도 확인했다. 하지만 아이가 “괜찮다”고 하자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이후 C군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그는 학교에 앉아 있기도 어려울 만큼 몸 상태가 나빠졌고, 담임교사는 B씨에게 연락해 아이를 데려가도록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C군이 심한 멍이 들어 외부 출입이 힘든 데다 집안 곳곳에 설사하는 등 몸이 악화했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C군은 사촌 형에게 맞은 지 13일 후 다리 부위 손상으로 인한 패혈증과 배 안 출혈 등으로 끝내 숨졌다. 당시 C군이 급성 폐렴과 괴사 동반 패혈증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면서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됐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브리핑에서 “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기에 코로나19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부검이 진행됐으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 수사당국의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재판부는 “A씨는 범행 과정에서 위험한 물건을 사용했고 C군이 사망에 이르는 원인이 됐다”며 “다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패혈증으로 사망할 것이란 점을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B씨에 대해서는 “방임행위가 피해 확대의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음에도 아들이 치료를 거부했다고 변명한다”면서도 “하나뿐인 자녀를 잃게 됐고 자기 행동이 사망에 원인이 됐다는 후회와 자책 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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