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공무원입니다, 불만 켜는 건 아니에요

신영내 2021. 5. 30. 11: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북단 바다 밝히는 인천 소청도 항로 표지 관리원, 김진호 주무관

[신영내]

 소청도 등대지기 김진호 주무관, 그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소속으로 공직 직함은 '항로 표지 관리원'이다.
ⓒ 신영내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인천 중구에 있는 여객터미널에서 바닷길을 헤치며 배로 3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소청도에는 택시는 고사하고 버스 한 대 없다. 소청도 예동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걸어가는 데 만 두 시간. 왕복 네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런 생고생을 하며 만나러 온 사람은 소청도 등대지기 김진호(42)씨다.

등대지기라는 노래의 가사 때문인지 왠지 외롭고 고달프게 보일 거라는 추측은 그를 만난 뒤 산산이 부서졌다. 해맑게 웃으며 다가온 김진호씨는 10년차 등대지기다. 그는 해양수산청 소속으로 공식 보직은 '항로 표지 관리원'이다.

마을에서 보이지 않는 등대까지 가는 길은 자동차로도 쉽지 않다. 얻어 탄 자동차가 산길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가 급회전까지 한 뒤에야 등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소청도 등대로 가는 길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구불구불했지만 포장은 잘 돼 있다.

"전에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밀릴 정도로 위험했는데 1971년 마을 도로공사 후 좋아졌어요. 공사 전에 가전제품을 배달하러 온 외지인이 차가 세워진 것을 모르고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아 큰 사고가 날 뻔했던 적도 있어요."
 
 인천 중구에 있는 여객터미널에서 바닷길을 헤치며 배로 3시간 30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소청도. 소청도 예동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걸어가는 데 만 두 시간이 걸리고, 왕복 네 시간이 걸린다.
ⓒ 김진호
어느새 마을이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것이 꽤나 올라온 듯하다. 소박한 어촌마을은 섬 곳곳에 피어있는 유채꽃으로 노랗게 꽃 단장을 했다. 언뜻언뜻 스치는 바다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이고 머리까지 맑아진다. 그야말로 천혜의 환경이다.

"처음 일주일은 주위 경관의 아름다움에 빠져 너무 좋아 붕 떠있었어요."

현재 소청도 등대에는 3명이 근무한다. 등대 소장과 직원 두 명이 12시간씩 주야간으로 교대하고 20일씩 근무한다. 소청도는 먹거리를 살 만한 가게가 없기 때문에 휴가 갔다 돌아올 때면 20일치 먹거리와 생활필수품 등을 준비해 와야 한단다.

등대를 지키는 사람들의 24시

등대의 주된 역할은 캄캄한 밤바다를 밝혀 배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두워지면 빛을 밝히는 등명기를 작동하는데, 등탑에 올라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조종한다.

소청도 등대의 등명기는 1908년 설치된 이후 지금까지 110년 넘게 우리나라 최북단의 바다를 밝히고 있다. 등명기 속의 전구(500와트)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 작은 전구에서 나온 빛을 압축한 4개의 볼록렌즈가 해상 30마일까지 비춰주는 것이다.

등명기가 무용지물일 때도 있다. 짙은 안개가 낄 때나 폭풍 등의 기상 이변이 있을 때다. 그때는 음향장치를 통해 소리를 내거나 전파를 쏘아 운행 중인 선박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게 해 어둠 속에서 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소청도등대 전경. 푸룬 바다위에 떠있는 듯한 모습이다.
ⓒ 김진호
 
야간 근무자는 처음 등명기를 밝힌 후 오후 9시, 오전 1시와 5시에 알람을 맞춰 놓는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등명기의 불은 잘 켜져 있는지를 확인한다. 등대 옆 쪽에 설치된 기상 계측기로부터 풍향 풍속, 시정, 안개, 파고 등에 대한 정보를 오전 6시까지 팩스로 보고한다. 이 자료를 보고 해양수산청 선박 운항실에서는 배를 띄울지 말지를 결정한다.

등대지기의 업무는 밤에 불을 켜는 것만이 아니다. 등명기 작동에 문제가 없도록 유류탱크 배터리 점검은 물론, 소각장을 비우고 등대 주변의 잡초도 제거한다. 등대의 이곳저곳을 안내하면서도 연신 바닥에 난 풀을 뽑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모든 것이 몸에 배어 있는 듯하다.

"이제는 육지 사무실로 발령이 나면 갑갑해서 일을 못할 것 같아요.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

결코 쉽지 않은 일상일 텐데 세 명의 직원들은 그 많은 일들을 알아서 제 일처럼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기 일에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며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 가슴이 뿌듯해지고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하다.
 
 음파를 발생시켜 선박의 위치를 알리는 무신호기.
ⓒ 신영내
 
김진호 주무관은 분기별로는 대청도와 백령도 등대도 점검한다. 등대에 불은 잘 들어오는지 배터리나 태양 전열 상태를 살핀다. 이런 주기적인 점검이 있어야 등대의 도움을 받은 배들이 밤에 길을 잃지 않게 된다. 이외에도 바다에 나가면 등표 입표 등 많은 항로 표지를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점검도 항로 표지관리원의 일이다.

소청도 등대 근처 텃밭에는 소박한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숙소 뒤쪽에는 우렁차게 울어대는 닭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소청도 등대 소장이 가꾸고 키우는 것이라 한다. 먹거리가 부족한 섬에서 자급자족을 위한 것이지만 이제는 소청도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들이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등대에서 그것도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살아가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그저 어민들의 안전한 조업활동을 위해 밤바다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i-View 객원기자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