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공무원입니다, 불만 켜는 건 아니에요
[신영내]
|
|
| ▲ 소청도 등대지기 김진호 주무관, 그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소속으로 공직 직함은 '항로 표지 관리원'이다. |
| ⓒ 신영내 |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인천 중구에 있는 여객터미널에서 바닷길을 헤치며 배로 3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소청도에는 택시는 고사하고 버스 한 대 없다. 소청도 예동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걸어가는 데 만 두 시간. 왕복 네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런 생고생을 하며 만나러 온 사람은 소청도 등대지기 김진호(42)씨다.
등대지기라는 노래의 가사 때문인지 왠지 외롭고 고달프게 보일 거라는 추측은 그를 만난 뒤 산산이 부서졌다. 해맑게 웃으며 다가온 김진호씨는 10년차 등대지기다. 그는 해양수산청 소속으로 공식 보직은 '항로 표지 관리원'이다.
마을에서 보이지 않는 등대까지 가는 길은 자동차로도 쉽지 않다. 얻어 탄 자동차가 산길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가 급회전까지 한 뒤에야 등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소청도 등대로 가는 길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구불구불했지만 포장은 잘 돼 있다.
|
|
| ▲ 인천 중구에 있는 여객터미널에서 바닷길을 헤치며 배로 3시간 30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소청도. 소청도 예동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걸어가는 데 만 두 시간이 걸리고, 왕복 네 시간이 걸린다. |
| ⓒ 김진호 |
"처음 일주일은 주위 경관의 아름다움에 빠져 너무 좋아 붕 떠있었어요."
현재 소청도 등대에는 3명이 근무한다. 등대 소장과 직원 두 명이 12시간씩 주야간으로 교대하고 20일씩 근무한다. 소청도는 먹거리를 살 만한 가게가 없기 때문에 휴가 갔다 돌아올 때면 20일치 먹거리와 생활필수품 등을 준비해 와야 한단다.
등대를 지키는 사람들의 24시
등대의 주된 역할은 캄캄한 밤바다를 밝혀 배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두워지면 빛을 밝히는 등명기를 작동하는데, 등탑에 올라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조종한다.
소청도 등대의 등명기는 1908년 설치된 이후 지금까지 110년 넘게 우리나라 최북단의 바다를 밝히고 있다. 등명기 속의 전구(500와트)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 작은 전구에서 나온 빛을 압축한 4개의 볼록렌즈가 해상 30마일까지 비춰주는 것이다.
|
|
| ▲ 소청도등대 전경. 푸룬 바다위에 떠있는 듯한 모습이다. |
| ⓒ 김진호 |
야간 근무자는 처음 등명기를 밝힌 후 오후 9시, 오전 1시와 5시에 알람을 맞춰 놓는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등명기의 불은 잘 켜져 있는지를 확인한다. 등대 옆 쪽에 설치된 기상 계측기로부터 풍향 풍속, 시정, 안개, 파고 등에 대한 정보를 오전 6시까지 팩스로 보고한다. 이 자료를 보고 해양수산청 선박 운항실에서는 배를 띄울지 말지를 결정한다.
등대지기의 업무는 밤에 불을 켜는 것만이 아니다. 등명기 작동에 문제가 없도록 유류탱크 배터리 점검은 물론, 소각장을 비우고 등대 주변의 잡초도 제거한다. 등대의 이곳저곳을 안내하면서도 연신 바닥에 난 풀을 뽑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모든 것이 몸에 배어 있는 듯하다.
"이제는 육지 사무실로 발령이 나면 갑갑해서 일을 못할 것 같아요.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
|
|
| ▲ 음파를 발생시켜 선박의 위치를 알리는 무신호기. |
| ⓒ 신영내 |
김진호 주무관은 분기별로는 대청도와 백령도 등대도 점검한다. 등대에 불은 잘 들어오는지 배터리나 태양 전열 상태를 살핀다. 이런 주기적인 점검이 있어야 등대의 도움을 받은 배들이 밤에 길을 잃지 않게 된다. 이외에도 바다에 나가면 등표 입표 등 많은 항로 표지를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점검도 항로 표지관리원의 일이다.
소청도 등대 근처 텃밭에는 소박한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숙소 뒤쪽에는 우렁차게 울어대는 닭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소청도 등대 소장이 가꾸고 키우는 것이라 한다. 먹거리가 부족한 섬에서 자급자족을 위한 것이지만 이제는 소청도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들이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등대에서 그것도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살아가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그저 어민들의 안전한 조업활동을 위해 밤바다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i-View 객원기자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숫자 뜨자마자 '터치', 난 잔여백신 접종 성공했다
- "천천히 먹어"... 구의역 9-4 승강장에 놓인 케이크
- 세브란스 의사가 추석 쇠러 왔다가... 처남과 같이 끌려갔다
- "브이로그 하는 교사,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죠?"
- 유학 가서 영어는 안 늘고, 한국어는 까먹게 되는 이유
- 여기서 사진 찍으면 다들 외국 온 줄 알아요
- 순종 장례 때 목숨걸고 백기게양 조직했는데... 독립유공자 아니다?
- 이재명 겨냥한 정세균 "기본소득? 베짱이가 개미 착취"
- 우렁이 헤엄치는 모습 본 적 있나요
- 오후 6시까지 420명, 어제보다 19명↓… 내일 500명 안팎 예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