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강제착륙' 벨라루스, 국제왕따 된다 (종합)

김수환 2021. 5. 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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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O에 조사 공식 요청..EU 영공 비행 금지 등 추가 제재 논의
바이든 "벨라루스, 국제법 모욕"..EU "유럽인 생명 위험에 빠트려"
KLM·루프트한자, 벨라루스 영공 비행 않기로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공항에서 23일(현지시간) 공항 직원이 수색견을 데리고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 보잉 737-8AS의 화물을 수색하고 있다. 민스크(벨라루스)=EPA연합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인근 국가로 비행 중이던 외국 국적의 여객기를 자국에 강제 착륙시킨 후 탑승해 있던 반정부 인사를 현장에서 체포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벨라루스가 제재 조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벨라루스 국적 항공사의 유럽연합(EU) 영공 비행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나 사태의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가디언지에 따르면 이날 EU가 벨라루스의 외국 국적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열고 벨라루스에 추가 제재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EU, 벨라루스 항공기 역내 영공 진입 금지할듯

EU는 여객기 강제 착륙을 벨라루스 정부에 의한 "납치 행위"로 규정하고 현장에서 체포된 벨라루스 반정부 인사인 라만 프라타세비치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이번 사안을 조사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라만 프라타세비치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앞서 23일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발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며 벨라루스 영공을 통과하던 도중 벨라루스 당국이 이 여객기를 자국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당국은 이 같은 조치의 이유로 기내에 폭발물 설치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설명했으며 강제 착륙을 위해 전투기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현지 경찰은 기내에 탑승하고 있던 야권 운동가인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했다.

아일랜드 국적 항공사 라이언에어의 여객기가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던 도중 벨라루스 정부의 강제착륙 조치로 항공기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로 항로를 변경한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라이언에어 측은 이번 강제착륙 사건이 유럽 항공사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며 프라타세비치가 탑승하고 있던 이 여객기에 벨라루스 정보당국의 요원도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윗을 통해 "우리는 이번 사안을 그대로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각국 정상들이 추가 제재 조치를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항공기 강제 착륙 사건에 연루된 개인들과 법인 등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을 후원하는 지지 세력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제재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앞서 EU는 지난해 벨라루스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강경 대응한 벨라루스 정부에 대해 루카셴코 대통령을 포함한 60여 명의 정부 관계자들을 제재한 바 있다.

이 밖에도 EU 정상들은 벨라루스 영공을 위험 지역으로 보고 역내 항공사들에 벨라루스 영공을 비행하지 말 것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또 "벨라루스 국적 항공사들의 EU 영공 비행과 EU 공항 접근을 금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벨라루스, 국제법 모욕"…EU "유럽인 생명 위험에 빠트려" 비판

벨라루스 정부는 여객기 강제착륙의 배경으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기내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을 내놓지 못하면서 국제 사회는 이를 프라타세비치 체포 의도를 숨기기 위한 거짓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벨라루스 당국이 하마스를 지목한 데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벨라루스를 향한 각국의 비판적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벨라루스의 강제착륙과 라만 프라타세비치의 체포는 국제 규약에 대한 직접적인 모욕"이라며 "미국은 가장 강력한 용어로 이번 사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발언을 통해 "벨라루스의 행위는 매우 위험하고 난폭한 것"이라며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번 사건을 "국제적 스캔들"이라 지칭하며 "유럽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규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독일 루프트한자, 벨라루스 영공 비행 않기로…라트비아는 벨라루스 외교관 전원 추방

네덜란드 항공사 KLM과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이날 벨라루스 영공에서 운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교통부는 자국 항공사에 벨라루스 상공을 비행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또 라트비아와 벨라루스는 양국 외교관 전원을 상호 맞추방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벨라루스와의 모든 민간 항공로 운영을 중단하는 등 이번 사태를 둘러싼 벨라루스와 유럽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에 러시아 정부의 공조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랍 외무장관은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단계"라면서도 "이번 사건이 러시아 정부의 인지 없이 진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벨라루스 당국에 의해 체포된 프라타세비치가 현지에서 구금된 이후 건강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24일 현지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 나타나 "나의 건강 상태는 괜찮다. 경찰이 적절하게 대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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