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선수단 안오나"..美 돌연 '여행금지'에 日 서둘러 진화 나서

이영희 2021. 5. 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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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여행 경보 최고 단계로 올려
"코로나19 확산 상황 매우 높은 수준"
올림픽 개최 밀어붙이는 일본에 '찬물'
도쿄 시민 60%는 "올림픽 취소해야"

미국이 2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일본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 금지'로 상향하면서 일본이 긴장하고 있다. 개막(7월 23일)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도쿄올림픽 개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단 우려에 일본 정부는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18일 일본 도쿄 올림픽 위원회 건물 앞 오륜마크를 경비회사 직원이 지키고 서 있다. 이날 도쿄에서는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에 대한 여행 경보를 3단계 '여행 재고'에서 4단계인 '여행 금지'로 끌어올린다고 공지했다. 미국은 여행 경보를 위험 수준에 따라 일반적 사전주의, 강화된 주의, 여행 재고, 여행 금지 등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권고문에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일본에 대해 4단계 여행 경보를 내렸다"며 "이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또 "백신 접종을 완료한 여행자라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며,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일본으로의 모든 여행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갑작스러운 조치에 일본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림픽 개최를 위해 일본 국민과 국제사회를 납득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는 일본 정부에 새로운 타격"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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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선수단 파견엔 영향 없다"
교도통신은 이번 조치가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미국 선수단을 파견할지의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25일 전했다. 도쿄스포츠도 "미국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불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스포츠 대국인 미국 선수단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 타국 선수단이 이를 따르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7월 도쿄올림픽에 약 600여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일본 '여행 금지' 권고. [국무부 홈페이지 캡처]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의 파문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회견에서 "미국으로부터 이번 판단과 선수단 파견은 관련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실현하겠다는 일본의 결의를 지지하는 미국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도 이날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출석해 "필요한 경우의 도항(渡航·배나 항공기를 타고 외국에 감)은 금지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이번 조치가 올림픽과는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도 "선수와 직원에 대한 감염예방 조치 외에도 일본으로의 여행 전과 도착 후, 올림픽 기간에도 검사를 받기 때문에 미국 선수의 안전을 자신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해 이번 조치가 미국 대표팀의 올림픽 출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확진자가 하루 7000명대까지 늘어났던 일본의 최근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감염 상황이 개선되면 올림픽 전에 다시 '여행 재고' 단계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에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된 나라는 캐나다·프랑스·이스라엘·독일·북한·이란·미얀마 등 150여 개국에 달한다. 이날 일본과 함께 스리랑카도 여행 금지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현재 ‘강화된 주의’인 2단계를, 중국은 3단계 '여행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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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으로 인파 10% 늘면 감염자 3.3배 급증"
미국이 민감한 시점에 여행 금지를 발표할 정도로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주말 검사 수 감소에다 한 달간 긴급사태가 발령돼 있던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에서 감염자가 줄면서 24일 전국 신규 감염자는 2712명으로 5주 만에 2000명대로 내려섰다. 하지만 중증 환자 수는 1300명대로 연일 역대 최다 수준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확산세가 이어진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로 예정됐던 도쿄 등 9개 광역지역 긴급사태를 다음 달 20일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24일부터 긴급사태가 발령된 오키나와를 포함하면 총 10개 도시에서 긴급사태가 6월까지 이어지게 된다.

23일 일본 도쿄에서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조치에 일본 내 올림픽 반대 여론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도쿄신문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림픽 개최도시인 도쿄 시민의 60.2%가 '올림픽 중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객 수를 제한해 치르자'는 의견은 17.3%, '무관객'으로 개최하자는 답은 11%였다.

한편 25일 다나카 다이스케(仲田泰祐) 도쿄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시뮬레이션 결과, 도쿄올림픽을 개최했을 경우 오는 9월 도쿄 하루 확진자는 올림픽을 취소했을 경우에 비해 약 3.3배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팀은 대회 기간 중 선수단 및 관계자 약 10만5000명 정도가 일본에 입국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백신 접종을 끝낸 상태라고 하더라도, 대회 기간 중 경제 활동이 활발해져 인파가 10% 늘어날 경우 이같은 확진자 급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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