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인터뷰 뒤 벌어진 일, 내 책임 아니다"
위조문서로 찰스 불륜 털어놓게 해
"거짓말 후회, 왕자들 분노는 억울"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 생전인 1995년, 위조된 문서를 이용해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전직 BBC 기자 마틴 바시르(58)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은 후회한다”면서도 “다이애나의 인생에서 벌어진 일들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시르는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애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실제로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애나의 인생에서 벌어진 많은 일의 책임이 나에게만 있다는 지적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인터뷰 방송이 나간 뒤에도 다이애나와 친분이 두터웠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96년 자신의 부인이 셋째 아이를 출산하는 날 다이애나가 병원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고, 이후 부인이 흉막염에 걸렸다는 소식에 다이애나가 직접 편지를 써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응원해줘서 늘 고맙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바시르는 자신에게 분노한 다이애나의 두 아들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에게 사과하면서도 인터뷰 때문에 다이애나가 편집증과 고립에 시달렸다는 윌리엄 왕세손의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95년 11월 BBC ‘파노라마’에서 방영된 바시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다이애나는 남편인 찰스 왕세자가 결혼 뒤에도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을 이어가고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이 인터뷰와 관련해 지난해 BBC 의뢰로 퇴임 대법관 존 다이슨 경이 조사한 결과, 바시르가 당시 가짜 은행 명세서를 제시하며 “왕실이 다이애나 관련 정보를 캐기 위해 돈을 쓴다”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에서 태어난 파키스탄 이민 2세인 마틴 바시르는 다이애나와 인터뷰하기 전까진 그리 유명한 언론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과 4년 차 기자가 유명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도 실패한 인터뷰에 성공하자 큰 명성을 얻었다. 이후 영국 ITV와 미국 ABC, MSNBC에서 앵커로도 활동했다.
그는 ITV에서 일하던 2003년, 마이클 잭슨과의 인터뷰도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이클 잭슨에게 “유엔(UN) 사무총장과 함께 아프리카 아이들을 만나는 일정을 잡아놨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파문이 커지면서 영국 정치권에서도 BBC에 개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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