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최지만 '은사' 이찬선 감독, 토론토 구단 질문에 답하다

안희수 2021. 5. 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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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고 선후배 류현진과 최지만은 이 사진을 찍고 11년 뒤, 메이저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동산고 제공

"뭉클하죠."

류현진(34·토론토)과 최지만(30·탬파베이)이 메이저리그(MLB)에서 첫 맞대결을 펼쳤다. 두 선수의 중학 시절 '은사' 이찬선 전 동산중 감독이 특별한 날을 돌아봤다.

탬파베이와 토론토의 경기가 열린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 류현진은 토론토 선발 투수, 최지만은 탬파베이 6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하며 두 선수의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그동안 최지만은 좌투수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주로 교체 출전했다. 류현진과 같은 지구(아메리칸리그 동부) 소속이지만, 상대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최지만이 무릎 부상에서 복귀한 뒤 나선 6경기에서 타율 0.429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두르자, 그를 좌투수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 선발로 내세웠다.

류현진과 최지만이 24일 MLB에서 한국인 투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안 메이저리그의 투·타 맞대결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 승부가 특별했던 이유는 류현진과 최지만이 인천 동산고 동문이기 때문이다. '4년' 차이 선·후배 사이다. 최지만이 미국 무대 진출을 결정한 뒤 모교(동산고)를 찾았을 때, 류현진도 방문해 축하를 건네기도 했다.

승부는 막상막하. 2회 초 첫 승부에서는 류현진이 투심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활용, 2루 땅볼을 유도했다. 4회 2사 1루에서 이뤄진 두 번째 승부에서는 최지만이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공략, 좌중간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생산했다. 류현진이 한국인 빅리거 타자에게 허용한 첫 장타였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토론토 야수진이 깔끔한 중계 플레이로 주자 마이크 브로소를 홈에서 잡아내며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세 번째 승부는 류현진의 승리. 6회 초 2사 1·2루에서 상대했고,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46㎞ 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좌타자 기준)에 던져 삼진을 솎아냈다.

류현진은 승수를 챙기지 못했다. 공 107개를 던지며 투혼을 발휘했지만, 2-2 동점이던 7회 초 2사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겼다. 웃은 쪽도 최지만이었다. 탬파베이가 6-4로 승리했다. 최지만은 2-4로 뒤진 9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서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탬파베이 타선은 불을 뿜었고 4득점 하며 역전했다.

경기 뒤 류현진은 "(최)지만이가 좋은 타자가 됐다. 한국 선수끼리 맞대결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동문 맞대결을 돌아봤다.

이날 맞대결이 남다르게 와 닿은 인물이 있다. 이찬선 감독이다. 류현진과 최지만의 중학 시절 3년을 지도한 스승이다. 류현진의 초등학교(창영초) 시절 투구를 보고 매료돼, 그를 동산중으로 스카우트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지만과는 그가 소년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다. 이찬선 감독과 최지만의 부친인 故 최성수 전 동산고 코치는 막역한 사이였다.

이찬선 감독은 24일 오후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두 선수 모두 프로 아닌가.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서로에게) 이기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지만이는 안타를 쳤는데, (류)현진이는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해 아쉬웠다. 잘 던졌다는 평가가 많았으니 만족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승부 결과를 떠난 "두 선수와 3년씩 보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더라"라는 심경도 전했다.

토론토 SNS 캡쳐

토론토 구단은 경기 뒤 공식 SNS(소셜미디어)에 두 선수의 맞대결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경기 사진과 함께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가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대결을 할 확률은 얼마일까요'라는 문구를 한글로 게재했다. 'From Dongsan High school to The Show(동산고등학교부터 메이저리그까지)'라는 문구도 올렸다. 1945년 창단한 동산고 야구부가 기념비적인 날을 맞이했다.

이찬선 감독의 모교도 동산고다. 그는 토론토가 SNS를 통해 건넨 질문에 대해서는 "아마 사막에서 바늘을 찾을 확률이 아닐까"라며 웃어 보였다.

이찬선 감독(오른쪽)과 최지만.

이 감독은 경기 뒤 최지만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연속 경기 안타(최근 7경기) 행진을 이어가라고 덕담했다. 두 선수의 재대결도 기대감을 전했다. 이 감독은 "지만이가 좌투수가 나와도 선발 출장하는 빈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같은 지구 아닌가. 두 선수가 더 자주 맞붙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어 "물론 나는 누구도 응원할 수 없다"라며 행복한 고민을 드러냈다.

이찬선 감독은 개인 일정이 끝난 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가장 복 받은 야구인이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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