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죽인 '세기의 특종' 진실 드러났다..윌리엄·해리 분노
1995년 BBC 기자가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과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위조된 문서를 사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공식 비난 성명을 냈다. 다이애나가 남편인 찰스 왕세자의 불륜을 폭로하며 자신의 우울증 등을 공개한 이 인터뷰는 이듬해 두 사람이 이혼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이혼 뒤 파파라치들의 더욱 집요해진 추적에 시달렸고 결국 97년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때 윌리엄이 15세, 해리가 13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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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0만명 시청한 세기의 특종…전말은?
“(찰스 왕세자와의) 결혼 생활에는 셋이 있었어요. 좀 복잡했죠.”
95년 11월 BBC ‘파노라마’에 방영된 다이애나의 이 발언은 영국 왕실뿐 아니라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셋이란 자신과 찰스, 그리고 찰스의 오랜 연인이었던 커밀라 파커 볼스를 의미했다. 세간에 오랫동안 떠돌았던 남편의 불륜을 공식 인정하는 동시에, 부부의 파경을 선언한 셈이었다.
이어 다이애나는 자신도 육군 장교 출신의 승마 교관인 제임스 휴잇과 사랑을 나눴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가 둘의 관계에 대한 책을 낸 뒤 심정이 참담했다고도 덧붙였다. 또 불행한 결혼생활 때문에 거식증과 폭식증 등 섭식장애를 겪었고, 우울증이 심해져 자해까지 시도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영국 인구 5800만명 중 2300만명이 이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찰스와 다이애나의 이혼을 반대하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인터뷰 이후 결국 이혼을 허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이후에도 타블로이드 매체의 표적이 됐고, 인터뷰 2년 뒤 파파라치를 피하려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비극의 단초가 된 BBC 인터뷰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논란이 제기된 건 지난해 11월. 다이애나의 동생인 찰스 스펜서 백작이 기자가 위조된 서류를 이용해 인터뷰하도록 유인했다고 폭로하면서다. 그는 BBC의 마틴 바시르가 조작한 은행 입출금 명세서를 보여주며 “왕실 직원들이 다이애나 관련 정보를 흘리는 대가로 돈거래를 했다”며 자신을 꾀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인터뷰를 주선했고, 궁지에 몰렸다고 느낀 다이애나도 이에 응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BBC는 지난해 말 퇴직 대법관인 존 다이슨 경에게 독립 조사를 의뢰했다. 140만 파운드(약 22억 3900만원)를 들인 6개월간의 조사 끝에 다이슨 경은 20일(현지시간) “바시르가 부적절하게 행동한 것이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BBC에 대해서도 “윤리와 투명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BBC는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조건 없이 사과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의혹의 당사자인 바시르는 문서를 위조한 건 후회하지만, 그것이 다이애나가 인터뷰하는 데 영향을 미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주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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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형제, BBC 규탄 성명 발표
이날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는 각각 강한 어조로 BBC를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윌리엄 왕세손은 직접 성명을 읽는 동영상까지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성명에서 “기만적인 인터뷰 추진 방식이 어머니의 발언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그 인터뷰는 부모님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됐고 수많은 사람을 아프게 했다”고 했다. 이어 BBC의 잘못으로 어머니가 두려움과 편집증, 고립에 시달렸단 사실이 슬프다고 분개했다.
동생인 해리 왕자도 “부당하게 악용하는 문화와 비윤리적인 관행이 결국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그런데도 바뀐 것이 없고, 오늘날에도 이런 관행이 널리 퍼져있다”고 분노했다.
앞서 해리 왕자는 부인 메건 마클과 왕실을 떠나 독립한 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여러 차례 고백했다. 그는 지난 3월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비극이 반복될 것 같아 두려웠다”며 “(마클에 대한) 언론의 인신공격이 이어졌지만, 왕실 가족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왕실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았고, 타블로이드지에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됐다는 마클의 고백은 다이애나의 BBC 인터뷰와 오버랩 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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