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발도 못 뗐는데..중국은 온라인 병원만 900개

문희철 2021. 5. 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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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테크가 미래다⑤] 중국보다 늦은 원격진료
핑안헬스케어가 운영하는 원격의료 플랫폼 핑안굿닥터 애플리케이션. [사진 CAIXIN 캡쳐]


중국 광둥(廣東)성 제2인민병원에선 의사 한 명이 동시에 최대 1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환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질문하거나 상처 부위의 사진을 전송하면, 의사가 이를 보면서 소견을 제공한다. 처방전은 온라인 배송도 가능하다.

정보통신(IT) 기술과 바이오 헬스케어 기기를 활용해 먼 거리에서 의료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원격진료가 중국에서 일상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비대면 진료를 선호하는 사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원격진료가 자리잡은 계기가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것으로 알려진 우한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원격진료를 통해 톡톡 환자에게 의료지식을 전달하면서 확산 방지에 기여했다.

중국 원격의료 시장 규모. 그래픽 김현서 기자


20일 시장조사기관인 중국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에서 설립된 온라인 병원은 지난해 11월 900개를 돌파했다. 2014년 광둥성 제2인민병원이 온라인 진료를 시작한 지 6년 만이다. 온라인 병원은 IT를 활용해 온라인상으로 자문·진료·처방·문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중국에서 원격진료는 새로운 의료산업 생태계를 만들었다. 병원·약국 접수·예약을 연결하는 앱이나 원격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을 적절히 분배하는데 특화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또 온라인으로 만성질환을 꾸준히 관리하거나, 원격진료 후 처방전을 전문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덕분에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도 급속히 확장하는 추세다. 중 최대의 보험회사인 핑안그룹 자회사 핑안(平安)헬스케어는 원격의료 플랫폼인 ‘핑안굿닥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3700개 병원, 2만여 명의 의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가입자만 3억 명이 넘고, 하루 평균 65만여 명이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다.

알리바바그룹 계열사 알리건강은 온라인 약국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일반의약품은 물론 의사가 처방한 일부 전문의약품도 배송이 가능하다. 같은 계열인 전자상거래(타오바오)·전자결제(알리페이) 업체와 연계한 활성 고객 수가 지난해 기준 2억5000만 명에 이른다. 텐센트의 위닥터와 징동그룹의 징동건강 역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국 IT 대기업이 바이오 헬스케어에 적극적인 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과학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다. 안정적인 통신망이 필요하기 때문에 5세대(5G) 통신기술이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필요로 한다.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수집·분석·관리하기 위한 빅데이터 기술도 필요하다.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 온라인병원. 그래픽 김현서 기자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원격진료가 초기 단계다. 국내 의료법은 의료인 사이에만 원격진료를 허용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시적으로 제한된 범위의 원격진료가 가능해졌지만, 원격진료를 활용한 사례는 여전히 드물다. 특히 원격으로 의사 처방을 바꾸거나 특정 조치를 가하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환자가 반드시 병원에 나와서 의사를 직접 만나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은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스마트폰으로 병원 검색·예약과 진료·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라인닥터’)를 지난해 일본에서 선보였다.

정용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이제 은행 거래의 상당 기능을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것처럼, 원격진료도 세계적으로 보편화하는 추세”라며 “개인정보 보호나 의료 남용, 오진 우려 등 문제를 보완하면서 차근차근 원격진료의 범위·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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