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컴백 유하 감독 "그동안 제 영화와는 느낌 다를 것"
[오수미 기자]
▲ 유하 감독과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유승목, 배다빈, 태항호 배우가 20일 오후 열린 영화 <파이프라인>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
"코로나19 때문에 공장이 멈추고 하늘이 닫혔고, 요즘 신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하지 않나. 석유 시대의 종말을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고. 화석연료의 대표 격인 석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전 세계가 화석 연료 대신 안전한 신 재생에너지를 꿈꾸는 지금, 석유로 한탕을 노리는 일당들의 유쾌한 이야기가 극장을 찾아온다.
유하 감독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파이프라인> 언론 배급 시사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유하 감독과 배우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유승목, 태항호, 배다빈이 참석했다.
오는 26일 개봉 예정인 <파이프라인>은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 천공기술자 '핀돌이'(서인국 분)가 정유기업 후계자 황건우(이수혁 분)의 위험한 계획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기름 빼돌리기 작전을 그린다.
연출을 맡은 유하 감독은 2015년 개봉한 <강남 1970> 이후 꼬박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유 감독은 "오랜만에 이런 자리를 갖게 돼서 감회가 새롭다. <파이프라인>은 2019년에 촬영이 끝난 작품인데 코로나 19 때문도 있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개봉이 늦어졌다. 여전히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아 염려된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줄곧 해왔던 누아르 장르가 아닌, 새로운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 유하 감독이 20일 오후 열린 영화 <파이프라인>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
▲ 서인국 배우가 20일 오후 열린 영화 <파이프라인>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
극 중에서 수천억 원의 빚 때문에 회사가 넘어갈 위기에 처한 황건우는 지하 송유관을 뚫어서 기름을 몰래 빼내려 기술자들을 모은다. 정교한 금속세공 기술로 송유관에 구멍을 뚫는 '핀돌이'로 분한 서인국은 "한국 영화에서 (기름을 훔치는 소재는) 본 적도 없었고, 실제로 국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줄도 몰랐다.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준비하면서 관련 자료들을 읽었는데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신선하더라. 굉장히 욕심이 났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유하 감독은 서인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유 감독은 "서인국은 사실 이 시나리오로 처음 만난 게 아니다. <파이프라인> 이전에 다른 작품을 준비하던 중에 서인국을 알게 됐다. 그땐 투자가 되지 않아서 영화가 엎어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유하 감독은 당시 서인국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고 전했다.
"처음엔 서인국이란 배우를 잘 몰랐다. <슈퍼스타K> 출신이라고 하던데 저는 아주 꽃미남이 아니면 안 좋아하기 때문에(웃음) 기대나 관심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런데 딱 만나는 순간 매료됐다. 짓궂은 악동 이미지도 있고 아티스트 이미지도 있고 의젓한 남자 같기도 하더라. 잠재력이 큰 배우였다. 서인국이란 배우와 헤어지기 힘들어서 <파이프라인> 시나리오를 다시 들이밀었다."
이에 서인국 역시 "처음에 유하 감독님과 미팅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기뻐서 방방 뛰어다녔다. 막상 만나는 날에는 긴장도 많이 하고 사실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너무 젠틀하셨고 저를 굉장히 좋게 봐주시더라. 저는 그날 사실 꿈인 줄 알았다"며 "다시 기회를 주신다면 함께 땀 흘리면서 또 같이 해보고 싶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핀돌이를 포함해 사상 초유의 도유 작전에 합류한 인물들은 모두 이름 대신 별칭으로 불린다. 배신을 밥 먹듯 일삼는 프로 용접공 '접새'(음문석 분)부터 땅속을 장기판처럼 꿰고 있는 건축과 공무원 출신 나과장(유승목 분), 인간 굴착기 '큰삽'(태항호 분),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배다빈 분)까지. 일확천금을 꿈꾸며 땅굴로 들어온 멤버들은 처음엔 서로를 믿지 못하고 반목하지만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점점 서로에게 동화되어 간다.
▲ '파이프라인' 이수혁, 공자 스타일 이수혁 배우가 20일 오후 열린 영화 <파이프라인>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
마지막으로 유하 감독은 "<파이프라인>을 내 대표작으로 하고 싶다"며 자신했다. 이어 어떻게 기름을 훔치는지보다는 "도둑들이 어떻게 서로 마음을 열고 더 큰 악을 때려잡는지 봐 달라"고 당부했다.
"<파이프라인>은 제 대표작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어려운 여건에서 찍었고 고생도 많이 했고 (예산에) 쪼들렸지만, 촬영은 이번이 가장 즐거웠다. 저는 그동안 현장에 나갈 때 늘 두려웠는데, 이번 영화에선 웃고 즐기고 힐링했다. 그만큼 제겐 의미 있는 작품이다. 우울증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치유도 됐다.
이 영화를 시작하면서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봤는데 송유관 뚫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더라. 제가 처음 만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레퍼런스를 찾기 어려웠다. 송유관 설비 자료는 봤지만 지하 땅굴이나 드릴핀같은 것들은 모두 상상의 산물이다. 도둑들이 어떻게 기름을 빼돌리는가에 포커스를 둔 작품은 아니다. 생면부지의 도둑들이 어떻게 마음을 열고 더 큰 악을 때려잡는가에 좀 더 역점을 뒀다. 그 부분을 유심히 봐주신다면 더 즐거운 관람이 되시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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