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미소.. 섬과 섬이 썸타고 쉼과 쉼이 펼쳐진다

남호철 2021. 5. 19. 21: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리 건너 만나는 '섬섬여수' 비경

전남 여수는 다도해에 뿌려진 보석 같은 섬 365개를 품고 있는 ‘섬섬여수’다. 내륙 여행에 비해 접근이 어려웠던 섬들이 잇따라 다리로 연결되면서 신비에 가려졌던 천혜의 비경이 베일을 벗고 다가왔다. 소박한 섬마을이 ‘예술의 섬’으로 다시 태어난 곳도 발길을 끌고 있다.

전남 여수시 묘도동 다랑논에 모내기를 위해 가득 담긴 물이 아침 햇빛을 머금고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다. 구불구불 논두렁과 어우러져 누비 조각보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놓았다.


여수의 북동쪽 묘도(猫島)는 광양시와 이순신대교로, 여수국가산업단지와 묘도대교로 이어져 있다. 이순신대교는 높이 270m 짜리 주탑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현수교로 2013년 2월 개통됐다. 탑 양쪽에 있는 측 경간장 길이(715m)를 합쳐 총 길이 2260m다. 대교의 주탑과 주탑 사이 주 경간장은 충무공의 탄신 연도와 같은 1545m이다. 멀리서 보면 바다 위 허공에 매달려 있는 듯하다.

왕복 4차로 다리를 건너면 묘도다. 섬의 모양이 고양이처럼 생겨 붙은 이름이라 한다. 괴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묘도는 ‘다랑논’ 촬영 명소다.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해 층층이 만든 조그만 계단식 논과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그 자체로 이색적인 풍경을 펼쳐놓는다. 불규칙하게 연결된 논두렁이 누비질해놓은 것 같다. 봄 모내기철에는 물 댄 논이 아침 햇빛을 받아 황금빛 조각보 같은 황홀한 장면을 연출하고, 가을 수확기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황금색 물결로 일렁인다. 사진 촬영을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다.

임진왜란 때 수군연합사령부가 있던 묘도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흔적도 남아 있다. 특히 도독마을은 명나라 도독인 진린 장군이 주둔하면서 충무공과 함께 적선 수백척을 격파한 승전지로서 유서 깊은 곳이다. 지금은 간척 사업에 의해 논으로 변해 버렸지만, 충무공이 조선수군을 대피시키고 군선을 숨겨두었던 ‘선장개’도 있었다.

묘도 봉화산(246m)에는 봉화대가 복원됐고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이순신대교 휴게소로부터 걸어서 약 20분 거리다. 다랑논을 비롯한 이순신대교, 광양항 등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묘도에서 남쪽으로 여수산단과 연결된 묘도대교는 연장 1411m, 폭 25.9m의 사장교다. 이들 교량 연결로 여수와 광양의 이동거리가 60㎞에서 10㎞로, 소요시간도 70분에서 10분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바다 사이 진섬대교로 연결된 ‘예술의 섬’ 장도.


요즘 핫한 여수의 섬은 ‘예술의 섬’ 장도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진섬으로 불린다. 웅천 친수공원 바로 앞에 표주박처럼 떠 있는 섬을 한 대기업이 인수해 예술공원처럼 꾸며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섬 안에 아틀리에, 정원, 전망대 등이 조성돼 있어 산책하듯 둘러보면 일상 속 쉼표를 얻을 수 있다.

장도는 ‘진섬다리’로 연결돼 있다. 주민들이 육지로 오가던 노두가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장도에 들어서면 곳곳에 예술 작품이 반긴다. 예술인의 작업공간인 창작스튜디오도 있다. 바다를 보며 잠시 쉴 수 있는 허브정원과 다도해정원, 전망대도 갖췄다. 산뜻하게 정비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잘 꾸며진 미술관을 관람하는 기분이 든다.

장도 전망대에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설치돼 사진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는 ‘얼솟대’.


인근 예울마루는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위한 공간이다. 건물 외형이 독특하다. 프랑스 건축가가 ‘예술이 넘실대는 마루’를 콘셉트로 설계했다고 한다. 주변에 조형 작품도 많아 ‘인증샷’ 명소다.

조발도 전망대 조형물 사이로 보이는 둔병대교.


지난해 다리로 연결된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를 건너 고흥으로 가는 도로가 개통됐다. 여수와 고흥 사이 바다를 징검다리 건너듯 드라이브할 수 있다.

여행메모
장도 간다면 진섬다리 물때 확인 필수
아쿠아플라넷 여수… 5월 특별 할인

수도권에서 여수 묘도로 바로 가려면 남해고속도로 동광양나들목에서 빠지면 편하다. 이순신대교를 건너면 바로다. 묘도에서 주민자치센터 등 관공서와 학교, 우체국이 들어서 있어 행정 중심지를 이룬 곳이 ‘창촌 마을’이다. 다랑논은 묘도교에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지만 대형 화물차가 수시로 지나가기 때문에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예술의 섬 장도는 웅천친수공원을 찾아가면 가깝다. 장도전시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월요일 휴관). 예울마루 뒤 망마산(望馬山)에 최근 새로운 형태의 전망대가 세워졌다.

진섬다리는 물에 안 잠기는 날도 있지만 대체로 물때에 따라 하루 두 번 잠긴다. 물때는 예울마루 홈페이지(yeulmaru.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도 빼놓을 수 없다. 3개 전시관에서 희귀종을 포함한 해양 생물 3만3000여 마리를 만나볼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오전 10시 이전 고객에게 특별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여수=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