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여성할당제 없애는 게 여성에게 더 유리하다" [인터뷰]

백상진,이상헌 2021. 5. 1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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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체 적으로 돌리는 게 아니다"
"0선 당대표 안되면 0선 대통령도 없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 중 유일한 30대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페미니즘 논쟁’으로 여성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제도적인 측면이나 과도한 갈등 유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지 여성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공천할당제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건설적 경쟁이 여성들에게 훨씬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대표가 되기엔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0선 당대표가 안되면 0선 대통령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선 출신 주자들이 자신은 견제하면서 국회 경험이 없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모순된 논리라는 설명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만났다. 그는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로 치고 나오면서 돌풍의 중심에 섰다. 다음은 일문일답.

“할당제보다 건설적 경쟁이 여성들에게 유리해”

-이대남(20대 남성) 지지율 회복에는 기여했지만 여성 지지율은 깎아먹는다는 지적이 있다.
“페미니즘에 있어서 할당제라든지 제도적인 면, 과도한 갈등 유발자에 대해 지적을 했는데 여성 전체를 적으로 돌린다고 주장하는 건 싸잡는 거다. 정치권에서 어떤 담론을 얘기할 때 가장 하면 안되는 게 갈등을 조장하고 싸잡는 행동이다.

예를들어 제가 태극기부대 행동 중에 동의하지 않는 게 있어서 그걸 비판했다고 보수 전체를 비판하는 걸로 받아들이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제가 당대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여성층에서도 1등을 했다는 건 (이런 비판들이) 호사가들의 가십성 이슈라는 거고,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실증적 결과다.”

-잘못된 구도라는 건데 여성층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시혜적 여성할당제를 하는 것보다 정당에 개방형 당직을 여는 게 훨씬 더 많은 여성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지금까지 여성이 당에서 역할을 하려면 유력 정치인에게 잘 보이거나 여성위원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능력있는 여성이라면 토론 배틀이나 정책공모전 같은 건설적 경쟁을 통해서 바로 정치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게 여성들에게 훨씬 유리한 제도다.”

-남녀 관계에서의 공정에 대한 생각은.
“남녀가 구조적으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면 아예 리그를 다르게 운영하는 등의 보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 외 경우에는 남녀 간 능력 차나 성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면 자연적으로 나오는 결과가 가장 공정하다. 대표적으로 공무원 시험 같은 경우 남녀 비율이 거의 동수로 나온다.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회사들은 금융계와 항공산업 분야인데, 여기는 입사 단계부터 여성 비율이 높다. 여성 고위직 비율이 가장 낮은 검사 직군은 20년 전쯤 여성이 검사에 지원하는 비율이 낮았다. 지금은 검사 임용자를 보면 여성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자연적으로 사회 참여가 늘어날수록 비율이 조정될 거라고 본다. 할당제의 가장 큰 문제는 자연비율을 한참 초과하는 비율로 그걸 보정하자고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인데, 과도한 보정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우리가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이들은 남녀 성비 차가 굉장히 크다. 남성은 군 문제로 사회진출이 느린데 2000년생 남성과 2004~2005년생 여성 이런 식으로 4~5년 격차를 놓고 비교해보자. 이 세대끼리 일자리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고 결혼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서 성비가 150대 100까지 벌어진다. 여기다 할당제를 해 버리면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0선 당대표가 안되면 0선 대통령도 없다”

-당권 주자 중 유일한 30대다. 당의 개혁방안을 제시한다면
“연공서열과 조직형 정치를 타파하고, 실력주의와 경쟁주의를 도입하겠다. 국민의힘이 믿고 공천하는 사람은 국민들이 하나씩 들여다보지 않아도 실력을 갖췄다는 걸 보장해야 한다. 이만한 선거 전략은 없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9급 공무원이 되려고 노량진에서 2~3년씩 수험생활을 한다. 최소한 능력 면에서 우스워지면 안된다.

경쟁주의라는 건 예를 들어 당직을 맡으려는 사람들이 선거 때마다 줄서는 문화를 없애자는 거다. 대변인만 해도 예전에야 논평으로 당을 대표했지만 지금은 방송에 나가서 토론하고 당의 입장을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은 토론 배틀로 공개 선발을 해야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

-경험 부족이라는 지적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0선 당대표’로는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윤 전 총장은 영입하겠다고 한다. 0선 당대표가 안된다면 0선 대통령도 절대 안 된다. 그건 윤석열 영입 반대론이니까 모순된 얘기다. 우리 당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 험지에 도전하는 사람들이지 영남 다선 의원은 아닐 거다. 영남-비영남 갈등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지만, 내세울 것이 다선 경력밖에 없다면 그렇게 받아칠 수밖에 없다.”

-김웅 의원과 단일화 또는 연대 계획은.
“단일화라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명분이 중요하다. 지금 저와 김웅 의원은 사적으로 친하고 지향점이 다르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러 이견이 있다. 대표적인 게 윤 전 총장과의 친소관계를 언급했을 때 선거가 희화화된다고 지적했던 부분이다.

정책적으로도 김 의원은 청년할당제를 해야한다고 했는데 30% 할당한다고 청년정치가 활성화 안되는 건 지금까지 많이 경험해왔다. 그런 할당제가 정치권에서 힘을 받기는 어렵다고 보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실력 있는 사람이 진출하는 제도 하에서 여성할당이나 청년할당보다 더 나은 성과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당원과 6개월 이상 소통 필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앞에 타면 육우, 뒤에 타면 수입산 소고기가 된다”고 했다.
“지금 시점에서 대선에 당선되는 걸 지상과제로 본다면 제3지대론은 가능성이 낮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어떻게든 합류할 거라고 보는데 대선이 10개월 정도 남았다. 당원들과 당 지지자들의 덩어리 지지가 필요하다면 이들과 6개월 이상은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이 없으면 당원들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육우가 되길 거부하고, 수입산으로 선택받길 원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실패했다. 만약 안 대표가 입당해서 그런 기간을 가졌다면 서울시장이 됐을 거다. 그 차이가 크다고 본다.”

-윤 전 총장의 5·18 메시지를 평가해달라.
“윤 전 총장은 메시지에서 독재나 전제에 대해 얘기했다. 과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같은 경우엔 5·18에 대한 입장이 굳이 말하자면 호남 기반 정치를 하려는 목적이 굉장히 강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지금 본인이 투쟁하고자 하는 대상이 누군가를 명확히 설정했다. 호남 지역주의에 편승하려는 메시지였다면 우려스러웠겠지만 현재 상황이 민주주의의 위기임을 선명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한 복안이 있다면.
“호남에서도 지역색이 약한 전남 여수 순천 광양 같은 공업지대나 최근 일자리 문제가 불거진 전북 군산 같은 곳은 분명히 대안을 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지방선거부터 해결할 수 있는 현안이 있는 곳에는 정말 좋은 후보들을 공천해야 한다. 이념적 색채가 강한 곳에서 성과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공업지대는 타향 출신 비율도 높고 충분히 경쟁해볼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을 챙기는 것은 가장 기본으로 해야 하는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구체적인 호남정책, 서진정책을 제시하겠다.”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에 대한 생각은.
“나 전 의원 출마가 돌려막기는 아니라고 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과 오세훈 두 사람의 결단으로 흥행요소가 있는 경선이 성립했다. 저희가 편의상 후보 한 명을 고른 것이지, 나 전 의원이 후보로 나갔어도 이길 수 있었다고 믿는다. 정치인이 큰 선거에 지원해서 손들고 나가는 건 당을 위한 희생이고 존경받아야 하는 이력이지 조소의 대상은 아니다.”

나 전 의원의 강성 행보를 우려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나 전 의원의 정치이력 20년 중에 강성행보 소리를 들은 건 황교안 전 대표와 함께했던 1년밖에 없다. 강성 이미지는 상대 정당에서 쓸만한 프레임이고, 나 전 의원이 과도한 비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대표와 서울시장 선거 때도 각을 세웠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당대표가 돼서 그 분을 만난다면 미묘한 관계로 만날 것 같지만 원칙은 하나다. 국민의당이라는 당의 가장 큰 자산은 안 대표 본인이다. 그러면 그것의 가치를 최대한 높게 평가받을 방법을 찾아야지 갑자기 급조해서 당협위원장을 늘린다든지 하는 것은 짐이고 마이너스 가치다. 안 대표가 대중에게 일정 이상 사랑받는 정치인으로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부분을 갖고 저희 당에 왔으면 한다.”

백상진 이상헌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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