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할 수 없는 류현진 주무기, 보스턴 설욕전은 '커브'

안희수 2021. 5. 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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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명품 커브가 보스턴 설욕전을 완성했다. 게티이미지

류현진(34·토론토)의 주무기를 정의할 수 있을까. 빅리그 데뷔 초기에는 체인지업이 꼽혔고, 어깨 부상 복귀 뒤에는 컷 패스트볼(커터)이 위력을 발휘했다.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토론토의 8-0 승리를 견인, 시즌 4승을 거둔 19일(한국시간) 홈(TD 볼파크) 보스턴전은 커브가 돋보였다.

류현진은 1회 초 선두 타자이자 LA 다저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 키케 에르난데스를 상대했다. 초구 포심 패스트볼이 우측 '파울 홈런'이 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진 승부에서 커터로 스트라이크를 잡아 유리한 볼카운트(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결정구는 커브였다. 가운데 낮은 코스 시속 119㎞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첫 아웃카운트를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어진 상황에서 알렉스 버두고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후속 타자이자 리그 정상급 거포 J.D 마르티네스는 풀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을 던져 우익수 뜬공 처리, 4번 타자 젠더 보가츠는 낮은 코스 커터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보가츠는 지난달 21일 패전(5이닝 4실점)을 당한 경기에서 스리런 홈런을 허용한 타자. 잘 제압했다.

1회는 에르난데스 삼진을 솎아낼 때만 커브를 활용했다. 그러나 커브의 결정구 구사 비율은 점점 늘어났다. 2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한 크리스티안 바스케스는 2스트라이크에서 커브를 구사,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후속 헌터 렌프로는 1스트라이크에서 커브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어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뒤 체인지업으로 3루 땅볼 처리했다.

위기에서 빛난 구종도 커브다.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4회 초, 선두 타자 버두고에게 우전 2루타를 맞고 처음으로 실전 위기에 놓였다. 마르티네스를 3루 땅볼로 처리하고 상대한 보가츠와의 재대결. 8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에서 류현진이 선택한 결정구는 커브였다. 시속 123㎞ 체인지업을 구사한 뒤 114㎞로 더 느린 커브를 던져 타격 타이밍을 빼앗았다.

이 상황에서는 출루를 허용했다. 유격수 보 비셋이 공을 포구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이후 다시 내야 안타로 바뀌었다.

류현진은 다시 커브 승부를 선택했다. 1사 1·3루에서 상대한 라파엘 데버스에게 볼카운트 3볼-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 커브를 던져 타자의 타격 자세를 무너뜨렸다. 콘택트에 급급한 스윙이 나왔고 타구는 내야(유격수 뜬공)에 떴다. 3루 주자의 태그업 쇄도조차 막는 최상의 결과.

데버스는 리그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았고, 2017시즌 빅리그에 데뷔 보스턴 주전 3루수를 꿰찬 선수다. 2019시즌은 32홈런을 기록했다. 미니 시즌으로 진행된 2020시즌도 40경기에서 11홈런을 쳤다. 19일 현재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홈런(11개)을 기록한 타자다. 류현진의 커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류현진이 올 시즌 촤다 실점(4점)을 안겼던 보스턴에 완벽한 설욕전을 펼쳤다. 게티이미지

위력은 이어졌다. 바르케스에게도 풀카운트에서 커브를 구사했다. 데버스와는 달리 스트라이크 존에 투구했다. 타구는 좌중간으로 향했지만, 발사각이 너무 높았다. 류현진이 무실점 투구 첫 번째 분수령을 커브로 이겨냈다.

류현진은 7회 선두타자로 상대한 데버스, 후속 바스케스를 커브를 결정구로 3루 땅볼 처리했다. 두 타자는 류현진의 커브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이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였던 렌프로 상대 삼진도 4구 커브로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도 커브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모든 구종이 제구가 잘됐다. 특히 커브가 중요한 상황에 많이 활용됐을 정도로 잘 들어갔다"라고 했다. 류현진은 슬라이더와 싱커(투심 패스트볼)까지 두루 활용하며 아웃카운트를 뽑아냈다. 포심·투심·커터·체인지업·커브 5구종이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결정구로 쓰였다. 낮은 코스 커터는 상위 타선을 제압하는 데 활용됐다. 커브는 위기를 탈출하는 데 쓰였다.

토론토 타선은 넉넉한 득점 지원을 안겼고, 류현진은 무난히 승리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보스턴전 첫 대결에서 5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리턴 매치에서는 커브로 설욕전을 완성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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